[12기] 광화문, 한글을 더하다 - 12기 기자단 강지은
지난 20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광화문에 한글 현판을 추가로 설치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기존의 한자 현판은 유지하되, 그 아래에 한글 현판을 병기하는 방식이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시설 추가가 아니라, 오랜 시간 이어져 온 광화문 현판 논의가 하나의 방향성을 갖고 정리되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광화문은 조선 왕조의 법궁인 경복궁의 정문으로서 역사적 상징성을 지니는 동시에, 오늘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간이다.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장소이며, 각종 국가 행사와 집회가 그 앞 광장에서 자주 열린다. 이처럼 한국의 역사와 정체성을 집약적으로 드러내는 공간임에도, 광화문에는 오랫동안 한자 현판만이 설치되어있었고, 이에 대해 한글 단체들은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왔다.

문화유산 속 문자, 병기는 낯선 선택이 아니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해외 사례와 비교할 때 더욱 분명해진다. 중국 베이징의 천안문에는 한자로 된 현판과 함께 만주어 현판이 위아래로 달려 있다. 우리나라의 독립문 역시 앞면에는 한자 현판이, 뒷면에는 한글 현판이 설치되어있다. 이처럼 문화유산에 두 가지 문자를 함께 쓰는 방식은 오래전부터 사용되었으며, 이미 익숙한 방식이다.
광화문 한글 현판을 둘러싼 논쟁의 역사
광화문 현판을 둘러싼 논의에는 긴 역사가 존재한다. 1968년, 당시 정부는 광화문에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한글 친필 현판을 설치하였다. 이는 광화문에 한글이 공식적으로 걸린 첫 사례였다. 그러나 이 현판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한자 현판으로 교체되었다. 전통 양식에 맞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2023년 10월에는 기존 한자 현판에 균열이 발생하면서 이를 철거하고 새로운 한자 현판이 설치되었다. 이 과정에서도 한글 현판을 둘러싼 논의는 계속되었다. 2024년 5월, 유인촌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627돌 세종대왕 나신 날’을 맞아 광화문 현판을 한글로 바꾸자고 제안했지만, 같은 해 10월 최응천 당시 국가유산청장은 한자 현판이 문화유산 복원의 원칙에 부합한다며 반대 뜻을 밝힌 바 있다.
‘교체’가 아닌 ‘병기’가 갖는 현실적 의미
이처럼 광화문 현판은 한글과 전통, 현재와 과거의 관계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의 대상이었다. 이번 국무회의 결정이 의미 있는 이유는 이러한 역사 속에서 ‘교체’가 아닌 ‘병기’라는 방식을 선택했다는 데 있다. 한자 현판을 유지함으로써 문화재의 역사성을 존중하는 동시에, 한글 현판을 추가함으로써 오늘날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분명히 드러내는 것이다.
특히 한자 현판만으로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의 정체성이 직관적으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도 이번 결정의 중요한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광화문을 방문한 일부 관광객들은 한자 현판을 근거로 한국이 중국의 속국이었다는 잘못된 인식을 갖는 사례도 있었다. 한글 현판 설치는 이러한 오해를 줄이고, 광화문이 한국의 문화유산임을 명확히 드러내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가갸날 지정 100년만에 내려진 결정
더욱이 올해는 훈민정음 반포 580주년이자, 한글날의 효시인 ‘가갸날’이 선포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한글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이 시점에 광화문 한글 현판 추가가 결정되었다는 점은 상징성이 크다.
이번 결정은 문화재에 한글을 어떻게 드러내고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