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기] “야르·밤티가 무슨 뜻?” 신조어가 삼킨 세대 간 소통 - 13기 기자단 이윤경
“야르·밤티가 무슨 뜻?” 신조어가 삼킨 세대 간 소통
언어의 본질은 ‘소통’... 장벽 허물기 위한 신·구 세대 상호 노력 절실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13기
‘야르’, ‘밤티’, ‘쌰갈’ 이 단어들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는가? 이는 모두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신조어로, ‘야르’는 ‘앗싸’, ‘오예’처럼 만족스러운 감정을 표현한 의성어이고 ‘밤티’는 “오늘 급식 개밤티”와 같이 외모, 상품, 상황이 별로일 때 쓰는 표현이다. 마지막으로 ‘쌰갈’은 가장 대표적 비속어인 ‘씨발’을 귀엽게 변형한 것으로, 짜증 나는 상황에서 ‘젠장’과 비슷한 의미로 쓰인다. 이러한 최근 신조어들은 ‘멘붕’, ‘개꿀’과 같은 과거 신조어에 비해 어감만으로는 그 의미를 전혀 유추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실제로 지난해 3월 에듀윌이 20~50대 성인 남녀 78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9.1%가 “신조어 때문에 부모, 자녀, 직장동료 등 다른 세대와 대화할 때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가끔 있다’가 60.6%로 가장 많았으며 ‘자주 있다’가 18.5%로 그 뒤를 따랐다. 반면 ‘거의 없다’와 ‘전혀 없다’는 각각 17.9%, 2.9%에 그쳤다. 이는 신조어로 인한 세대 간 언어장벽이 깊음을 시사한다.

사실 젊은 세대가 신조어를 만들고 이로 인해 세대 간 소통에 어려움이 생기는 현상은 비단 최근만의 문제는 아니다. 시대별로 형태와 양상은 다르지만, 신조어는 늘 우리 사회에 존재해 왔다.
| 1980~1990년대 신조어 | |
| 복부인 | 부동산을 투기해 금전적으로 큰 이익을 꾀하는 가정부인을 속되게 이르는 말 |
| 오렌지족 | 90년대 강남 일대에서 향락적 소비문화를 즐기던 부유층 자녀들을 칭하던 말 |
| 2000년대 신조어 | |
| OTL | 좌절한 사람의 옆모습을 영어 알파벳으로 표현한 말 |
| 안습 | ‘안구 습기’의 준말로 ‘눈물이 난다’는 의미 |
| 2010년대 신조어 | |
| 잼민이 | 중학생 미만 어린이나 유치한 사람을 뜻하는 말 |
| 뇌섹남 | ‘뇌가 섹시한 남자’의 줄임말 |
이렇듯 자신만의 언어 표현을 가짐으로써 또래 간의 유대감을 중시하고, 빠른 변화와 재미를 추구하는 젊은 세대에게 신조어 사용은 자연스러운 문화 현상이다. 또한 신조어 중 일부는 표준어로 인정받으며 언어의 영역을 확장하거나 일상 속 언어 사용을 편리하게 해준다는 순기능을 하기도 한다. 따라서 신조어를 언어파괴로 보며 무조건 배척하기보다, 각 시대를 반영하는 일종의 문화 변화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신조어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우려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왜냐하면 최근 생겨나는 신조어 중 상당수가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있게), ‘할많하않’(할 말은 많지만 하지는 않겠다), ‘스불재’(스스로 불러온 재앙)와 같이 과도한 축약이나 ‘뷁’, ‘외 않되’처럼 한글 맞춤법을 완전히 파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더불어 신조어 대부분이 비속어나 혐오 표현을 내포한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누군가는 신조어가 욕설의 의미를 중화시켜 준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겉으로만 그래 보일 뿐이다. 오히려 욕설과 혐오 표현을 가볍게 여기게 만들어 일상 속 사용빈도가 늘어날 수 있다. 신조어의 폐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신조어의 본질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신조어의 정의는 ‘새로 생긴 말’이다. 즉 신조어 역시 엄연한 ‘언어’이다. 그러나 문법 규칙이 무너진 언어는 언어의 존재 이유인 소통의 도구가 되지 못한다. 실제로 지난해 3월 진행된 에듀윌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7%가 신조어가 세대 간 거리를 넓히고 의사소통을 단절시킨다고 응답했다. 이 소통의 장벽은 다행히 서로의 노력으로 허물 수 있다. 젊은 세대는 신조어를 쓰기 전 상대가 이해할 수 있을지 먼저 생각한 후 상황에 맞게 사용하는 태도를 갖춰야 한다. 기성 세대 또한 신조어를 ‘요즘 애들만이 쓰는 말’로만 보지 말고, 변화하는 문화의 지표라고 인식하며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5월 가정의 달만큼은 소통에 벽을 치는 신조어 대신, 가족 모두가 온전히 통할 수 있는 따뜻하고 고운 우리말로 진심을 전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