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기] ‘○밍아웃’은 왜 논란이 될까 - 13기 기자단 강수진
‘○밍아웃’은 왜 논란이 될까
대학생기자단 13기
‘임밍아웃’부터 ‘암밍아웃’까지, 일상에 스며든 ‘○밍아웃’은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지우는가
다른 맥락에서 소비되고 있는 성소수자의 경험
평소 좋아하던 유튜버가 임신 테스트기를 보여주며 임신 소식을 밝히는 영상을 본 경험이 있다. 영상에는 항상 ‘임밍아웃’이라는 표현이 따라 나온다. ‘○밍아웃’은 ‘임밍아웃’뿐만 아니라 함께 붙어서 사용되는 용례가 더 존재한다. 무언가를 깊게 좋아하는 마니아적 성향을 의미하는 ‘덕질’에서 ‘덕’을 따와, 자신이 특정 대상의 팬임을 드러내는 ‘덕밍아웃’이라는 표현도 있다. 암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주변인에 밝힐 때는 ‘암밍아웃’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밍아웃’이라는 표현은 누리소통망(SNS)과 일상에서 다양한 형태로 파생되며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다. 그러나 이 표현의 유래와 함의를 인지한 채 사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커밍아웃은 성소수자가 본인의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행위를 뜻한다. ‘벽장에서 나온다(come out of the closet)’의 ‘나오다(come out)’에서 유래한 단어다. 하지만 앞선 사례에서 봤듯 ‘○밍아웃’은 커밍아웃과는 다른 맥락에서, 숨기고 있던 사실이나 취향을 드러내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밍아웃’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해 본 대학생 집단에선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강 씨(24)는 ‘○밍아웃’이라는 단어의 어원을 모른다고 밝혔다. 단어 자체에 드는 거부감은 없지만, 어원 당사자가 불쾌함을 느낀다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 씨(23)는 ‘○밍아웃’보다 커밍아웃이라는 표현을 먼저 알고 있었으나, 해당 표현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배 씨(22)는 ‘○밍아웃’이 커밍아웃에서 나온 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누군가가 ‘임밍아웃’이라는 단어를 쓸 때 불편함을 느낀다고도 말했다.

실제로 ‘임밍아웃’은 부정적인 의미보다 축하의 의미를 담아 사용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임밍아웃’이라는 용어를 문화적 흐름을 보여주는 표현으로 해석한다. 남양유업은 2024년 10월 임산부의 날을 맞아 초음파 사진, 임신 테스트기 사진, D라인 사진 등을 ‘임밍아웃 사진 및 영상’이라고 소개하며 인스타그램 이벤트를 진행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임밍아웃’이라는 단어 사용에는 부정적인 의미 없이 저출산 시대에 임신을 축하하는 문화적 키워드로 사용한 것이라고 녹색경제신문에 밝힌 바 있다.
‘○밍아웃’ 표현에 제기되는 문제의식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이 ‘일반적’이지 않을 시 여전히 차별과 혐오에 노출될 수 있는 한국 사회에서, 본인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커밍아웃에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커밍아웃이라는 별도의 용어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는 과정이 사회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지녀 왔음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임신 사실을 알리는 행위는 사회적 축하와 지지를 받는 경우가 많다. ‘덕밍아웃’과 ‘암밍아웃’은 이러한 ‘임밍아웃’의 성질과는 다소 다르다. ‘덕밍아웃’은 스스로가 ‘덕질’이라는 행위를 떳떳하게 하지 못한다거나, 창피하게 생각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암밍아웃’은 암 진단을 알릴 때 겪는 어려움과 질병이 있는 사람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에 맞서 싸운다는 긍정적인 의미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커밍아웃과 유사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그러나 김도미 작가는 이러한 표현들이 커밍아웃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맥락에 놓여 있다고 말한다. 경향신문 오피니언 ‘지금, 여기’에 실린 「암밍아웃은 사절합니다」에서 김도미 작가는 ‘암밍아웃’이라는 표현에 문제를 제기한다. 암 진단 사실을 밝혔을 때는 주변으로부터 응원과 위로의 말을 기대할 수 있지만, 커밍아웃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커밍아웃이 환영받지 못하는 사회에서 그 언어를 다른 의도와 맥락으로 사용할 경우, 당사자들의 경험과 권리를 의도치 않게 뺏을 수 있다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이는 성소수자가 현실에서 겪는 차별과 어려움을 희석하는 일종의 ‘언어 도둑질’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우리는 때로 언어에 담긴 차별적 맥락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채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밍아웃’의 유래가 되는 ‘커밍아웃’의 뜻을 모를 수도 있고, 알았다고 하더라도 별개의 개념으로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 다만 커밍아웃이 본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얼마나 큰 용기를 요구하는 일인지, 또 어떤 위험과 부담을 수반하는지 함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임밍아웃’, ‘덕밍아웃’, ‘암밍아웃’과 같은 표현이 지닌 함의를 돌아보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표현은 없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