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기] ‘소통’을 위한 공공언어,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바꿔야 - 13기 기자단 고유주
‘소통’을 위한 공공언어,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바꿔야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13기 고유주
지붕을 ‘캐노피’로 적은 현수막, 공공언어의 현실
쉬운 우리말 있는데도 외국어 사용···정보 격차 우려도
정책과 행정 서비스를 국민에게 전달할 때 사용하는 말은 공공언어다. 그 본래의 목적을 생각하면, 공공언어는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행정기관이 전하는 안내문, 표지판, 현수막 등은 특정 계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행정 현장에서는 이러한 원칙과는 거리가 있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지하철역 현수막에서도 이러한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붕이나 덮개라는 쉬운 우리말이 있음에도, 영어 단어인 ‘캐노피’를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캐노피’라는 단어가 익숙할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 의미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낯선 말일 수도 있다. 특히, 외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나 평소 외국어 노출이 적은 계층에게는 이러한 표현이 또 다른 정보 격차를 만들 수 있다. 행정 언어가 일부에게만 친숙한 표현으로 채워진다면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정보가 닿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쉬운 우리말이 있음에도 불필요하게 외국어를 사용하는 표현은 정보 전달이라는 공공언어의 기본 목적에서 벗어난다. 공공언어는 단순히 ‘정확한 단어’를 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것을 읽는 사람이 곧바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갖는다. 같은 의미라도 어떤 표현을 쓰는지에 따라 정보가 닿는 범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행정기관이 사용하는 언어는 단순한 표현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과의 소통 방식 자체를 보여주는 지표다. 정책의 내용이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그 의미가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면 정책의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공공언어가 어렵고 낯설게 느껴진다면, 그 정책 역시 국민과 멀어질 가능성이 크다.
행정 용어를 다듬는 일은 단순히 단어 하나를 바꾸는 작업이 아니라, 국민 누구나 행정 서비스에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이다. 이를 위해 행정 기관 차원에서 쉬운 우리말 사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불필요한 외국어 사용을 점검하는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