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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기] 빈 껍데기로 전략한 ’케이팝‘의 케이(K) - 13기 이윤경

한글문화연대 2026. 8. 28. 10:02

빈 껍데기로 전략한 ’케이팝‘의 케이(K)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13기 이윤경

younkang1203-@naver.com

 

©연합뉴스

 

흥행 성적이라는 명분 뒤 흐려지는 언어 정체성, 진짜 경쟁력은 '우리다운 것'에 있다

얼마 전 2026 북중미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우리 대표 팀의 경기도 인상깊었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 국민의 시선을 끌었던 장면은 개막식 무대였다. 이탈리아의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와 한국의 작곡가 겸 가수 이재가 선보인 월드컵 공식 주제가 ‘디엔에이(DNA)’가 눈길을 사로잡았는데, 바로 노래에 담긴 한국어 가사 때문이다. 곡에는 “또 넘어져도 난, 또 다시 일어나”라는 한국어 가사가 있다. 한국 가수가 개막식 무대에 오른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월드컵 공식 주제가 자체에 한국어 가사가 포함된 것은 처음이다. 이에 누리꾼들은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무대에서 한국어가 울려 퍼지다니 자랑스럽다”, “한국어가 세계적인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음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왔다. 세계적인 무대에 한국 가수가 섰음에도 정작 노래 가사 대부분이 영어로 채워져 있고, 한국어 가사는 두 줄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여기에는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다. 이번 월드컵 주제가 ‘디엔에이(DNA)’는 이재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가수들이 함께 만든 협업곡이다. 이재가 작곡에 직접 참여하긴 했지만, 한국어 가사를 비중 있게 넣기에는 제약이 있었을 것이다. 또한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하는 공식 주제곡인 만큼 원활한 소통을 고려해 영어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었던 한계도 존재한다.

핵심은 이 곡 하나에 대한 비판이 아니다. 진짜 문제는 이러한 '글로벌 흥행'이라는 명분이 현재 케이팝(K-POP)으로 알려진 한국 대중가요까지 무분별하게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와이티엔(YTN)이 올해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6년 현재 음악 순위 상위권 곡들의 평균 영어 가사 비율은 46.8%에 달했다. 이는 2003년(12%)과 비교했을 때 약 4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직접 국내 온라인 음원 서비스를 확인해 본 결과, 케이팝으로 분류되지만 한국어 가사는 한 줄도 없이 영어로만 이루어진 곡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Dynamite)’와 ‘버터(Butter)’, 피프티 피프티의 ‘큐피드(Cupid)’, 키스오브라이프의 ‘스티키(Sticky)’ 등이 그 예이다. 

멜론 순위1위 곡들의 영어 가사 비율 그래프. (상,2015년)(하,2025년) ©시빅뉴스.

 

물론 대중음악 역시 사업의 한 분야이기에, 경제적 이윤 창출을 중요시할 수밖에 없다는 기획사들의 입장을 완전히 부인할 수는 없다. 세계 시장 공략 및 대중성 확보를 위해 영어 가사 활용 전략은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실제로 와이티엔(YTN)의 분석 결과에 의하면, 가사 내 영어 비율이 높은 곡일수록 빌보드를 포함한 세계 음원 순위에서 성과를 거두는 데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세계적인 흥행을 거두며 빌보드 순위에 이름을 올린 이재의 ‘골든(Golden)’이나 로제의 ‘아파트(APT)’ 속 한국어 가사 비율이 각각 3.6%, 5%에 불과했다는 사실은 이를 입증한다. 

그러나 우리는 ‘케이팝(K-POP)’이라는 명칭에서 '케이(Korean)'가 뜻하는 본질이 무엇인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음악이 한국인의 정체성이기도 한 한국어를 뒷전으로 밀어내는 현상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한 문화의 독창성을 가르는 가장 명확한 기준은 결국 언어이며, 우리는 한국어를 쓰기 때문에 ‘케이(Korean)’임을 알아야 한다. 일각에서는 한국어 비중이 높으면 세계적인 흥행에 불리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이러한 주장을 반박할 명확한 사례다. ‘강남스타일’은 가사의 90% 이상이 한국어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다. 음악의 진짜 힘은 가사의 언어가 아닌 음악 자체의 매력과 독창성에 있음을 증명한 셈이다.

한국어 고유의 특징과 운율을 살려도 한국 대중가요는 얼마든지 세계 무대로 진출할 수 있다. 당장의 흥행 성적을 위해 무분별한 영어 가사로 우리의 정체성인 한국어를 스스로 지워나간다면, ‘케이(Korean)’라는 수식어는 빈 껍데기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케이팝(K-POP)이 한국만의 고유한 매력을 등에 업고 전 세계로 당당히 나아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