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대학생기자단

[13기] 빼앗긴 들에도 ‘우리말’, ‘우리글’은 피어났다 - (2) 독립운동가 편

한글문화연대 2026. 10. 14. 11:00

빼앗긴 들에도 ‘우리말’, ‘우리글’은 피어났다 - (2) 독립운동가 편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13기 정우리별

 

최근 케이팝과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수요가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한국 교육원이 관할하는 해외 초‧중등학교의 한국어반 학생은 5년 만에 약 50% 증가했고, 한국어능력시험 응시자는 약 56만 명으로 2017년 대비 2배 이상 폭증했다. 이렇듯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지금의 한국어와 한글이 탄생하기까지, 우리는 어떤 길을 걸어왔을까. 일제강점기부터 광복을 이룩할 때까지, 우리말과 우리글을 목숨 걸고 지켜낸 대표적인 인물들이 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독립운동가 주시경)

 

먼저 우리말 연구의 선구자, 우리글에 ‘한글’이란 이름을 붙여준 한힌샘 주시경 선생이다. 그가 한글 연구를 시작한 계기는 역설적이게도 어릴 적 서당에서 한문을 배울 때였다. 주시경은 당시 한문을 우리말로 풀이해 줘야 알아듣는 학우들을 보며, 쉬운 우리말과 우리글이 있음에도 왜 어려운 한문을 배워야 하는지 의문을 가졌다. 이후 문명 강대국은 모두 자기 나라의 문자를 사용한다는 말을 듣고 그는 자국어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우쳤다.

 

“나라의 바탕을 굳세게 하는 길은 자기 나라의 말과 글을 존중하여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는 어문 민족주의적 사고를 토대로 주시경은 독립신문을 창간한 서재필과 함께 독립신문사 총무 겸 교보원으로서 국민 계몽운동을 지원하였다. 이 과정에서 1896년 5월, 그는 독립신문 제작에 있어 맞춤법을 통일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사내에 ‘국문동식회’를 조직하여 본격적인 한글 연구의 단초를 마련했다. 이후 1907년 7월 주시경의 우리 말 사전을 펴내야 한다는 상소에 따라 설립된 국문연구소, 1908년 8월 그가 국어강습회 졸업생들과 함께 조직한 국문연구회로 그 전통이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1910년 8월 22일 총리대신 이완용과 데라우치 일본 통감이 ‘한일병합조약’에 조인하며 조선총독부를 세운 일제의 통치가 시작됨에 따라 국문연구소는 문을 닫게 되었다. 신문은 발행 중지되고, 학교에서는 우리글과 우리 역사 대신 일본 글과 역사를 배우게 하는 시대가 열렸다. 일제가 국어, 국문이라는 말을 못 쓰게 하자, 주시경은 이때 대한제국의 ‘한’을 따서 우리말과 우리글에 ‘한말’, ‘한글’이란 이름을 붙였다.

 

1911년 우리 책을 일제로부터 지키고자 한 최남선의 주도로 설립된 조선광문회에서 그는 국어사전인 ‘말모이(말을 모아 만든 것)’를 만들기 위해 김두봉, 이규영, 권덕규 등 제자들과 함께 조선어사전편찬부를 세운다. 이들은 현지 교사와 학생들과 함께 비밀리에 도시와 농촌, 산간의 화전민이 쓰던 말까지 수많은 말을 수집했다. 그러나 4년 내내 사전에 매달리던 주시경은 1914년 사전을 완성하지 못하고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게 된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독립운동가 최현배)

 

이후 1921년 주시경의 제자들은 조선어연구회를 설립하고, 1931년엔 조선어학회로 이름이 바뀐다. 이때 주시경의 제자 중 한 명인 최현배는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인해 옥중 생활을 하게 되고 1945년 8월 17일 해방을 맞아 풀려났다. 최현배가 감옥에서 나오자마자 마주하게 된 해방 직후의 한국 사회는 당장 가을 학기부터 쓸 우리말 교재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는 감옥에서 풀려난 지 3일 만에 조선어학회 재건을 위한 회의를 연 것도 모자라, 한 달 후 조선교육심의회 내 교과서편찬분과위원회의 위원장이 되어 교과서 편찬의 기본 방향 수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다. 이때 ‘조선교육심의회’가 결의한 교과서 편찬의 기본 방향은 첫째로 초‧중등학교 교과서는 모두 한글로 하되, 한자는 필요한 경우에 괄호 안에 넣을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리고 둘째는 교과서는 가로쓰기로 한다는 것이었다. 오늘날 우리 출판물들이 모두 한글을 쓰고 가로쓰기를 하는 것은 이때 정한 교과서 편찬의 기본 방향 때문이다.

 

이렇듯 우리말과 한글은 수많은 이들의 피와 땀으로 지켜낸 결실이다. 비록 모두 언급할 순 없었으나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지키고자 했던 ‘우리말’과 ‘한글’, 그 속에 담긴 진심을 광복절을 맞아 되새겨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에게는 익숙한 말과 글일 뿐이지만 주시경 선생의 ‘자기 나라의 말과 글을 존중하여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는 말처럼, 오늘날의 우리도 그 가치를 보존하여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