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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의 과학적 원리, 어디까지 알고 계신가요?-김태희 대학생 기자

한글문화연대 2015. 5. 27. 18:49

한글의 과학적 원리, 어디까지 알고 계신가요?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2기 김태희 기자
(kth9598@naver.com)

 

한글은 세계에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문자 가운에 하나이다. 또한 세계에서 유일하게 창제자와 창제시기가 분명한 글자이며 1997년에 등록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또한 한글은 세종대왕이 혼자 만든 문자이다. 지구촌에는 수많은 언어와 문자가 있지만 창제 과정이 정확하게 기록된 문자는 우리나라의 한글뿐이다.

 

이처럼 우리는 흔히 입버릇처럼 한글은 과학적인 문자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이유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남에게 설명하지도 못하는 사람이 생각 외로 많다. 따라서 한글의 과학적 원리를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소리와 철학이 더해진 과학적인 문자

가획의 원리

자음 기본자

 

조음 위치

자음자의 첫 번째 제자 원리로는 ‘상형[모양을 본뜸]’의 원리를 꼽을 수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때 본뜸의 대상이 된 것이 다른 자연물이 아니라 인간의 신체, 그중에서도 발음기관의 모양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ㄱ’과 ‘ㄴ’은 음을 발음할 때의 혀 모양을 본 따 만든 것이다. ‘ㅁ’은 입의 모양을, ‘ㅅ’은 이의 뾰족한 모양을, ‘ㅇ’은 목구멍의 둥근 모양을 본떠서 만들었다. 이로써 ‘ㄱ, ㄴ, ㅁ, ㅅ, ㅇ’ 5자가 만들어진다. ‘제자해’에서도 “정음 28자는 각각 그 모양을 본떠 만들었다.”고 명확히 밝히고 있다.

 

다음으로 두 번째 제자 원리는 획을 하나씩 더하는 ‘가획[획을 더함]’의 원리이다.

ㄱ → ㅋ
ㄷ → ㅌ
ㅂ → ㅍ
ㅈ → ㅊ

 

이것은 소리를 낼 때 좀 더 거세어지는 특징을 획이 하나 늘어나는 것으로 반영한 방식에 해당한다. 즉 ‘ㅋ’은 ‘ㄱ’보다 거센 소리, ‘ㅌ’은 ‘ㄷ’보다 거센 소리라 표현하였던 것이다.

 

자음 글자를 만든 원리를 요약하면, 기본자는 발음 기관의 모양을 본떠서 만들었고, 나머지 글자들은 소리의 유사성 및 강약을 고려하여 기본자를 바탕으로 하여 획을 더해서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중성 기본자

모음 글자의 조합

 

모음 글자들은 소리에 대한 고려뿐 아니라 철학적인 원리도 바탕으로 삼아서 만들어졌다. ‘·’는 하늘의 둥근 모양을 상징하고, ‘ㅡ’는 땅의 평평한 모양을 상징하고, ‘ㅣ’는 꼿꼿이 서 있는 사람의 모양을 상징한다. 동양의 철학에서는 이 하늘, 땅, 사람을 3재(三才)라고 하여 만물의 근본 요소로 생각하는데, 모음 글자를 만들 때 이 생각을 적용한 것이다.

 

나머지 모음 글자들은 이 세 글자를 적절히 조합하여 만들어졌다. ‘ · ’를 ‘ㅡ’ 위에 쓰면 ‘ㅗ’가 되고, ‘ · ’를 ‘ㅡ’ 밑에 쓰면 ‘ㅜ’가 되고, ‘ · ’를 ‘ㅣ’ 오른쪽에 쓰면 ‘ㅏ’가 되고 ‘ · ’를 ‘ㅣ’ 왼쪽에 쓰면 ‘ㅓ’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한글의 자음 글자와 모음 글자가 매우 체계적으로 만들어진 덕분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글을 매우 쉽게 배울 수 있다. 우리나라의 문맹률이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낮은 편인 것은 한글의 과학성에 힘입은 바 클 것이다.

 

학자들이 인정한 세계 최고의 문자
훈민정음은 세계가 인정한 최고의 문자이다.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언어학회와 언론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한글의 편리성과 과학성을 최고라고 인정했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여류 소설가 펄 벅은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하고 단순한 글자이며, 자음과 모음을 조합하면 어떤 음성 언어도 표기할 수 있다.”라고 했다. 영국의 언어학자인 제프리 샘슨은 “한글은 신이 인간에게 내린 선물이다.”라고 했다.

 

디지털 시대, 진가를 발휘하는 한글
한글의 과학성은 디지털 시대에서도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예를 들어 휴대 전화에서 한글로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 사용하는 입력 시스템을 생각해 보자. 자판의 키가 몇 개 안 되기 때문에 하나의 키에 둘 이상의 글자들을 배당해야 한다. 이때, 로마자의 경우 각 글자들이 나타내는 소리와 글자의 모양 사이에 아무런 상관성이 없기 때문에, 하나의 키에 배당되는 글자들도 아무런 공통점이 없게 된다. 반면에 한글의 경우 소리가 비슷하면 그 소리를 나타내는 글자들의 모양도 비슷하기 때문에 하나의 키에 비슷한 글자들을 배당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어떤 글자들이 어떤 키에 배당되어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고, 휴대 전화로도 한글을 매우 빠른 속도로 입력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구글(Google) 회장인 에릭 슈미트도 한글을 예찬했다. 그는 한글에 대해 “쉽고 편리하게 정보를 체계화하려는 시도가 600년 전에 있었던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한국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독자적인 글자를 가진 나라로 디지털 기술이 앞서 나갈 수 있는 것도 한글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과학적인 한글, 사람들은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기사를 작성하며 나는 왜 사람들이 한글의 과학성에 관해 자세히 알지 못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한글이 우수하다는 것은 알면서 왜 우수한지 설명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든 것은 우리 교육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소중한 우리 문화의 가치를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