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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지169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아, 그 말이 그렇구나-177]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말 ‘밥먹다’가 어느 틈엔가 ‘식사하다’에 밀려나고, ‘휴식하다’가 ‘쉬다’를 밀어내고, ‘나서다’라는 우리말도 ‘출발하다’에 쫓겨나기 직전이다. ‘한자말+하다’투의 말들이 우리말 용언들을 하나둘씩 몰아내는 현상이 이미 오랫동안 벌어지고 있다. 이렇게 한자말에 ‘하다’를 마구 붙여 써서 말하다 보니, ‘하다’를 붙여서는 안 되는 말까지도 이렇게 쓰는 사례들이 생겨났다. 그 가운데 하나가 ‘기반하다’란 말이다. “민중의 삶에 기반한 민족예술”이라든지, “헌법 정신에 기반한 민주적 제도”와 같은 말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언론을 통해 퍼뜨려지고 있다. 그러나 ‘기반하다’는 말은 어느 사전에도 없는 말이다. ‘기반’은 “기초가 되는 바탕” 또는 “사물의 토대”.. 2017. 3. 16.
천상 여자라고요? [아, 그 말이 그렇구나-176] 성기지 운영위원 뉴스에서 가끔 “아무개 선수가 보란듯이 2관왕에 올랐습니다.”란 보도를 들을 수 있다. 뭔가 내세울 만하거나 자랑한다는 뜻에서 ‘보란듯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표준말이 아니다. 이 문장은 “아무개 선수가 여봐란듯이 2관왕에 올랐습니다.”로 고쳐 써야 한다. 예전에는 ‘보아란듯이’와 이 말을 줄인 ‘보란듯이’를 모두 쓰기도 했지만, 지금 표준말에는 “우쭐대고 자랑하듯이”라는 뜻으로 ‘여봐란듯이’라는 말만 인정하고 있다. 사극에서 ‘여봐라’란 말을 자주 듣는데, 바로 이 말에서 ‘여봐란듯이’가 나왔다. 맛집을 소개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보면 보도자(리포터)가 “싱싱한 횟감이 지천에 널려 있다.”란 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지천’(至賤)은.. 2017. 3. 9.
격언과 금언과 명언 [아, 그 말이 그렇구나-175]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가 학창 시절을 보낼 때에는 대개 삶의 도움이 되는 말들을 한두 가지씩은 책상머리에 붙여 놓고 살았다. “인내는 쓰나 열매는 달다.”라든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같은 말들이 유행했었다. 이런 말들을 가리켜, 흔히 ‘격언’이라고도 하고 ‘금언’이라고도 한다. 또는 ‘명언’이라 말할 때도 있다. 이 말들은 어떻게 다를까? ‘격언’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체험하면서 깨달은 인생에 대한 교훈을 간결하게 표현한 짧은 말이다. 예를 들어, “시간은 금이다.”라든지, “빈 수레가 소리만 요란하다.”와 같이, 사리에 꼭 들어맞아서 교훈이 될 만한 짧은 한마디를 격언이라고 한다. 시간을 금에 빗댄다든지, 배움이 적은 사람을 빈 수레라 하는 것처럼, 주로 다른 사.. 2017. 3. 2.
돌팔이와 단감 [아, 그 말이 그렇구나-174] 성기지 운영위원 낱말의 뜻을 오해하고 있는 사례 가운데 ‘돌팔이’라는 말이 있다. 뜻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돌팔이’의 뜻을, ‘돌’과 관련지어 생각하고 있다. ‘돌멩이를 파는 엉터리 장수’라고 지레 짐작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이 말은 원래 남의 직업을 낮추는 말이 아니다. ‘돌팔이’는 요즘처럼 상설 붙박이 가게가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에 생겨났다. 그 시절의 장사꾼 가운데는 이곳저곳으로 돌아다니면서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바로 그런 사람을 ‘돌팔이’라고 한다. 요즘 말로 ‘행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돌팔이’의 ‘돌’은 돌멩이가 아니라 ‘돌아다니다’의 첫 글자임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본디 ‘돌팔이’는 부정적인 말이 아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 2017. 2. 23.
모, 알, 톨, 매, 벌, 손, 뭇, 코, 쾌 [아, 그 말이 그렇구나-173] 성기지 운영위원 인류가 쓰고 있는 7,000여 종의 언어 가운데 우리말만큼 세는 말이 잘 발달되어 있는 언어도 드물다. 대상의 형태와 특성에 따라 신묘하게 부려 써 온 세는 말들이 이미 오래 전부터 외래 언어에 밀려나 이제는 몇몇 제한된 범위 안에서만 쓰이고 있는 현실이 못내 안타깝다. 하나하나 낱개를 셀 때, 요즘에야 거의 한자말 ‘개’로 세고 있지만 본디 그 대상에 따라 세는 말이 달랐다. 가령, 두부나 묵 따위와 같이 모난 물건일 때에는 ‘모’라는 단위명사를 쓰고, 작고 둥글둥글하게 생긴 것을 셀 경우에는 ‘구슬 한 알’, ‘달걀 한 알’, ‘사과 한 알’처럼 ‘알’이란 단위를 쓴다. 특히, 밤이나 도토리 따위를 셀 때에는 ‘알’이라고도 하지만, ‘밤 세 톨, 도토.. 2017. 2. 16.
‘주책’이 필요한 사람들 [아, 그 말이 그렇구나-172] 성기지 운영위원 ‘주책’은 있어야 할까, 없어야 할까? ‘염치’는 좋은 말일까, 나쁜 말일까? 평소에 ‘없다’를 붙여서 주로 좋지 않은 뜻으로 말하다 보니, 어떤 말들은 그 말 자체가 부정어처럼 인식되기가 쉽다. 그러나 우리에게 ‘주책’이나 ‘염치’는 꼭 있어야 하는 덕목이다. 최순실 국정 독차지에 이은 대선 정국이 펼쳐지면서 특히 염치가 없는 사람, 주책이 없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뜨여 가슴이 답답하다. ‘주책없다’는 말에서 ‘주책’은 본디 일정하게 자리 잡힌 주장이나 판단력을 뜻하는 낱말이다. 그러니까 그냥 ‘주책’은 꽤 괜찮은 뜻을 가진 말이다. 그러한 주책이 없는 사람이나 행동을 가리켜 ‘주책없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뜻으로 흔히 “너, 왜 그렇게 주책이니.. 2017. 2. 9.
대범한 도둑? [아, 그 말이 그렇구나-171] 성기지 운영위원 신문 기사문이라든가 뉴스, 방송 자막 등에서 우리말을 잘못 쓰는 사례가 아직도 자주 눈에 띈다. 공공 매체의 말글 사용이 국민 언어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기 때문에 관련자들의 주의와 관심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실례를 들면, 현금인출기 도난 사건을 보도하는 뉴스에서 “용의자는 대범하게도 대로변의 현금인출기를 노렸다.”고 말하는데 이는 바른 표현이 아니다. ‘대범하다’는 말은 “사소한 것에 얽매이지 않으며 너그럽다.”는 뜻의 낱말이다. “고구려인의 대범한 기상” 따위에 부려 쓰는 말이다. 도난 사건에서는 범인이 겁이 없다는 것을 나타내므로 “담력이 크다.”는 뜻의 ‘대담하다’는 말이 어울린다. “용의자는 대담하게도 대로변의 현금인출기를 .. 2017. 2. 2.
두꺼운 옷, 두터운 정 [아, 그 말이 그렇구나-170]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가 자주 쓰고 있는 말들 가운데에는 형태가 비슷하지만 쓰임은 다른 말들이 많이 있다. 그 가운데는 형태가 아주 비슷한 두 낱말이 각각 구체적인 경우와 추상적인 경우로 구별해서 쓰이는 예도 있는데, ‘두껍다’와 ‘두텁다’도 그러한 사례이다.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는 흔히 “두터운 외투를 입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데, 이 말은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이때에는 “두꺼운 외투를 입었다.”처럼, ‘두꺼운’으로 말해야 한다. ‘두껍다’는 “얼음이 두껍게 얼었다.”처럼, ‘두께가 크다’는 뜻인 반면에, ‘두텁다’는 “두 사람의 정이 매우 두텁다.”와 같이, ‘서로 맺고 있는 관계가 굳고 깊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이 두 낱말의 차이는 구체적이냐 추상적이냐.. 2017. 1. 25.
빼닮다, 빼쏘다 [아, 그 말이 그렇구나-169] 성기지 운영위원 누가 가족 가운데 한 사람을 꼭 닮았을 경우에 흔히 ‘빼다 박았다’ 또는 ‘빼박았다’고 말한다. 게다가 실제 말을 할 때에는 ‘쏙 빼다 박았다’고 강조해서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말은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치에 맞지 않은 것을 눈치 챌 수 있다. “빼다 박았다.”나 “빼박았다.”고 하면, 땅에 박혀 있는 물건을 빼내서 다른 곳으로 옮겨 박았다는 뜻이 된다. 그러므로 사람 모습을 보고 ‘빼다 박았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경우에 쓰는 우리말이 바로 ‘빼닮다’와 ‘빼쏘다’이다. ‘빼닮다’는 많이들 쓰고 있는 말이지만, ‘빼쏘다’는 조금 낯설게 느끼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빼닮다’는 “생김새나 성품 따위를 그대로 닮다.. 2017. 1.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