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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우리말52

무거리 [아, 그 말이 그렇구나-343] 성기지 운영위원 주변을 돌아보면, 코로나19 사태로 사람들의 위생 관념이 많이 나아진 것을 느낄 수 있는 요즘이다. 마스크와 손 소독제 사용은 이제 필수적인 일상이 되었고, 가벼운 재채기나 기침을 하는 모습도 웬만해선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며칠 전에 어느 책에서 “손을 자주 씻는 습관이 생긴 것은 코로나19의 무거리 중 하나이다.”는 글을 읽었는데, 오랜만에 만난 토박이말 ‘무거리’가 참 반가웠다. 우리 토박이말 무거리는 본디 ‘곡식을 빻아서 체로 가루를 걸러 내고 남은 찌꺼기’를 가리키는 말이다. 지금도 농촌에서는 무거리 고춧가루라든가, 무거리 떡이란 말을 쓰는 어른들을 더러 만날 수 있다. 이 말의 쓰임이 좀 더 넓혀져서, 예부터 무거리라고 하면 ‘변변치 못해 한.. 2020. 7. 15.
가납사니, 가리사니 [아, 그 말이 그렇구나-342] 성기지 운영위원 어떤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의 아주 어색하거나 거북한 느낌을 ‘간지럽다’고 표현할 수 있다. 억센 경상도 억양을 지닌 사람이 상냥한 서울 말씨를 어색하게 흉내 내서 말할 때, “귀가 간지러워 못 듣겠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가끔 보면, 생뚱맞은 아재 개그로 분위기를 이상하게 만든다든지 하는, 주변 사람의 몸이나 마음을 잘 간지럽게 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낯간지러운 행동을 자주 하는 사람을 가리켜 ‘간지라기’라고 한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간지럽게 하는 사람을 간지라기라고 하는 것처럼, 언행에 따라 사람을 나타내는 말 가운데 ‘가납사니’라는 순 우리말이 있다. 여러 사람이 모여 있다 보면, 사람들이 별로 귀를 기울이지 않는,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 2020. 7. 8.
가리 [아, 그 말이 그렇구나-341] 성기지 운영위원 ‘여줄가리’라는 토박이말이 있다. 본디의 몸뚱이나 원줄기에 딸린 물건을 가리키는 말이다. 휴대전화를 사면 딸려오는 액정 보호 필름이나 이어폰도 여줄가리이고, 사람 몸에 장신구로 쓰이는 머리띠나 머리핀, 귀고리, 반지, 팔찌 따위 액세서리들도 여줄가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토박이말 여줄가리는 중요한 일에 곁달린, 그리 대수롭지 않은 일을 나타낼 때 주로 많이 쓰이게 되었다. 여줄가리를 떼어내면 ‘졸가리’가 된다. 그래서 잎이 다 떨어진 나뭇가지를 졸가리라고 불렀고, 사물의 군더더기를 다 떼어 버린 나머지의 골자를 졸가리라 하게 되었다. 우리 눈에 보이고 우리 귀에 들리는 갖가지 정보들에서 졸가리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정보 분석가라는, 졸가리.. 2020. 7. 1.
다모토리 [아, 그 말이 그렇구나-339] 성기지 운영위원 다모토리라고 하면 언뜻 듣기에는 일본말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글학회에서 펴낸 에 실려 있는 순 우리말이다. 이 사전에는 다모토리를 “큰 잔으로 파는 소주, 또는 그런 술을 마시는 일”이라고 올려놓았는데, 국립국어원에서 구축하고 있는 에서는 다모토리가 주로 함경북도 지방에서 ‘선술’의 뜻으로 쓰이던 말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예전에는 큰 술잔으로 마시는 ‘대폿술’이 흔했다. 술을 별 안주 없이 큰 그릇에 따라 마시는 것을 ‘대포 한잔 한다’고 했고, 막걸리를 큰 잔에 담아 파는 술집을 대폿집이라고 했었다. 아마 북쪽 지방에서는 소주를 큰 잔에 담아 파는 집을 다모토릿집이라고 했던 것 같다. 일본의 전통적인 다찌노미나 이자카야처럼, 다모토릿집은 옛 시대에 .. 2020. 6. 18.
개밥바라기 [아, 그 말이 그렇구나-334] 성기지 운영위원 지난 4월 말쯤에 한 해 중 가장 밝은 금성을 밤하늘에서 볼 수 있었다. 금성의 거리가 지구와 가까워지면서 북극성보다 1000배나 밝은 빛을 뿌렸다고 한다. 이른 새벽 희끄무레하게 밝아오는 하늘을 비추는 금성을 우리 선조들은 ‘샛별’이라고 부르며 문헌에는 계명성(啓明星)이라고 적었다. 그렇다고 금성이 언제나 ‘샛별’인 것은 아니었다. 금성이 반짝이는 위치에 따라 특별한 우리말 이름을 하나 더 지어 주었다. 바로 ‘개밥바라기’이다. ‘개밥바라기’는 해 진 뒤에 서쪽 하늘에 반짝이는 금성을 가리키는 우리말이다. 어스름해진 하늘을 비춘다 하여 어둠별이라고 부르는 지역도 있었고 한자말로는 태백성이라고 했는데, 그 어느 이름도 ‘개밥바라기’만큼 운치가 있지는 않다.. 2020. 5. 13.
한글 아리아리 770 한글문화연대 소식지 770 2020년 5월 7일 발행인 :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상임대표) 한글문화연대 바로가기 ◆ [우리말 이야기] 산돌림과 재넘이 -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난히 산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우리말에는 산등성이, 산마루, 산모롱이, 산모퉁이, 산봉우리, 산비탈, 산자락, 산줄기 같은, 산에 관한 토박이말들이 무척 많다. 이처럼 산을 떠올리게 하는 우리말 가운데 산돌림과 재넘이가 있다. 그러나 이들은 산의 일부를 가리키는 토박이말이 아니라, 각각 비와 바람의 이름이다. 산돌림은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한 줄기씩 내리는 소나기’를 가리키는 순 우리말이다. 본디는 산기슭으로 돌아가며 잠깐씩 내리는 소나기를 산돌림이라고 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이 비가 산 아래 마을로 옮겨.. 2020. 5. 8.
산돌림과 재넘이 [아, 그 말이 그렇구나-333]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난히 산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우리말에는 산등성이, 산마루, 산모롱이, 산모퉁이, 산봉우리, 산비탈, 산자락, 산줄기 같은, 산에 관한 토박이말들이 무척 많다. 이처럼 산을 떠올리게 하는 우리말 가운데 산돌림과 재넘이가 있다. 그러나 이들은 산의 일부를 가리키는 토박이말이 아니라, 각각 비와 바람의 이름이다. 산돌림은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한 줄기씩 내리는 소나기’를 가리키는 순 우리말이다. 본디는 산기슭으로 돌아가며 잠깐씩 내리는 소나기를 산돌림이라고 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이 비가 산 아래 마을로 옮겨가며 여기저기 흩뿌리게 되니까, 비록 산기슭이 아니더라도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내리는 소나기를 뭉뚱그려 산돌림이라고 부르.. 2020. 5. 7.
우리말가꿈이 18기 모집 우리말가꿈이는 미래세대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우리말과 한글을 지키고 가꾸는 활동을 통해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지키고 문화를 보전하며, 약자와 소수자를 배려하는 언어문화 환경을 만드는 일을 합니다. 매년 세종나신날(5.15), 한글날(10.9)에 광화문에서 시민 분들을 대상으로 우리말 사랑 행사를 진행합니다. 우리말가꿈이는 단지 순우리말 혹은 토박이말을 소개하고 홍보하는 활동에만 그치지 않고, 우리말과 한글을 함부로 사용하여 다른 구성원을 차별하지는 않는지 살피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두에게 쉽게 전달해야 할 공공언어에 낯선 외국어나 어려운 한자어가 가득한 건 아닌지 함께 고민합니다. 또한, 신문과 방송에서 불필요한 영어 표현이 쓰이고 있진 않은지 감시하는 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습니다. ■ .. 2020. 2. 19.
순우리말 전철역을 소개합니다 - 이윤재 기자 순우리말 전철역을 소개합니다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6기 이윤재 기자ture0618@naver.com 현대인에게 있어서 전철은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교통수단이 되었다. ‘전국 90분 생활화’를 목표로, 정부 정책에 따라 꾸준히 전철역이 늘어났고, 2017년 기준 서울, 경기, 인천의 수도권에만 681개의 전철역이 있으며, 대전, 광주, 대구, 부산의 광역시를 포함하면 957개에 이른다. 1000개에 이르는 전철역 중에서도 특히 주목할 만한 아름다운 이름이 있다. 바로 순우리말 전철역이다. 매일 접하는 대표적인 교통수단이지만, 눈여겨보지 않았을 수도권 전철역 가운데 순우리말 역의 이름과 역사를 소개하고자 한다. [2호선 뚝섬역]독기(纛旗)의 모습 출처-위키백과 안타깝게도 1호선은 서울역을 제외하고는 .. 2020. 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