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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투3

한 잔의 커피 [아, 그 말이 그렇구나-353] 성기지 운영위원 어느 가수의 앨범 가운데 “비와 한 잔의 커피”라는 노래가 있다. 또 다른 가수의 앨범 가운데는 “커피 한 잔 할래요”라는 노래도 있다. ‘한 잔의 커피’와 ‘커피 한 잔’은 같은 뜻이지만 같은 말은 아니다. ‘커피 한 잔’이 우리말 표현인 데 반하여 ‘한 잔의 커피’는 우리말을 빌어 표현한 영어투 말이다. 우리는 ‘커피 한 잔’을 마셔 왔을 뿐, ‘한 잔의 커피’를 마시지는 않았다. 정육점에 가서 ‘돼지고기 한 근’을 주문하기는 해도 ‘한 근의 돼지고기’를 달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영어를 직역한 말이 우리말처럼 변해서 쓰이고 있는 언어 현실이 우리말 환경을 매우 어지럽히고 있다. 영어를 직역하는 버릇 때문에 잘못 퍼지게 된 말 가운데, ‘~로부터’라.. 2020. 9. 24.
영어투 말들 [아, 그 말이 그렇구나-331] 성기지 운영위원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앞으로 4년 동안 국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헌신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국회의원 후보자들에게 ‘무엇 무엇이 요구된다’고 말해 왔는데, 이 말은 영어를 직역한 번역투 표현이다. 어느덧 우리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영어투 표현에 순응(?)하여 인터넷 에는 ‘요구되다’를 올림말로 수록해 놓았다. 하지만 본디 우리말에서 ‘요구’는 접미사 ‘하다’가 붙어 ‘요구하다’, ‘요구한다’처럼 쓰이는 말이다. 정치인들에게는 무엇 무엇이 ‘요구되는’ 게 아니라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지금 요구되는 것은 국회의원들의 양심입니다.”라는 문장은, “지금 필요한 것은 국회의원들의 양심입니다.”처럼 다듬어야 한다. 이때 ‘필요.. 2020. 4. 16.
공문서의 ‘필히’와 ‘본’ [아, 그 말이 그렇구나-233]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나라 공문서에는 아직까지도 외국어투 문장이나 이른바 ‘공문서투’라 불리는 불필요한 표현이 많이 쓰이고 있다. 가장 흔한 예가 일제 때의 낡은 버릇이 남아 있는 표현들이다. 예를 들어, 공문서에서는 “필히 참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와 같은 표현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때의 ‘필히’라는 말은 일본에서 ‘必ず’(かならず)라고 쓰는 것을 한자음 그대로 ‘필히’라고 읽어버린 것이다. 이는 우리말 ‘반드시’, ‘꼭’ 들과 같은 뜻이므로, 공문서에서도 “반드시 참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로 써야 한다. 일상생활에서도 “꼭 와야 해.”라고 하지 “필히 와야 해.”라고 하지는 않는다. 일제 때의 버릇 가운데, “본 공문으로 대신함”, “본 상품의 결함” 들처럼, .. 2018. 4.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