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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이야기11

[한글 상식] 각 1병 2021년 3월 12일 정재환의 한글 상식 ▶ 각 1병 2021. 3. 18.
홀몸과 홑몸 [아, 그 말이 그렇구나-351] 성기지 운영위원 배가 불러 있는 며느리가 주방에 들어가려 하자, 시어머니가 만류하며 인자하게 타이른다. “홀몸도 아닌데 몸조심해라.” 이 말은 무슨 뜻일까? 만일 ‘임신 중이니 몸조심하라’는 뜻이라면, 낱말 선택이 잘못 되었다. ‘홀몸’은 ‘혼잣몸’ 곧 독신을 말한다. 말하자면, 배우자가 없는 사람을 홀몸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홀몸도 아닌데 몸조심하라’는 말은 ‘배우자가 있으니 몸조심하라’는, 전혀 엉뚱한 뜻이 되어 버린다. 임신 중인 며느리에게 이렇게 말할 시어머니가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아기를 배지 않은 몸은 ‘홑몸’이라고 한다. 곧 딸린 사람이 없는 몸이 ‘홑몸’으로서, 배우자나 형제가 없는 홀몸과는 구별되는 말이다.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우리말로 닿소리, 홀소.. 2020. 9. 10.
동살 [아, 그 말이 그렇구나-350] 성기지 운영위원 지금은 자주 들어볼 수 없는 말이 되었지만, ‘동살’이라는 순 우리말이 있다. ‘동살’이라고 쓰고, 말할 때에는 [동쌀]이라고 소리낸다. ‘동살’[동쌀]은 “새벽에 동이 틀 때 비치는 햇살”을 나타내는 아름다운 토박이말이다. “동살이 들기 바쁘게 거실 창 안으로 해가 비쳐 들었다.”처럼 쓸 수 있다. 이 말은 또, ‘동살 잡히다’는 관용구로 널리 쓰여 왔는데, 우리 선조들은 동이 터서 훤한 햇살이 비치기 시작하는 모습을 “동쪽 하늘에 부옇게 동살이 잡혀 오고 있다.”라고 표현해 왔다.막 먼동이 트려고 하는, 날이 밝을 무렵을 가리키는 말이 ‘새벽’이다. 그렇게 본다면, 오전 1시부터 4시 전까지는 새벽이라 할 수 없다. 요즘엔 4시가 넘어서 5시로 향할 .. 2020. 9. 2.
어간재비 [아, 그 말이 그렇구나-347] 성기지 운영위원 실현될지는 알 수 없지만,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주택 공급 대책 가운데 층수 제한 완화가 끼여 있다. 35층까지로 규제해 오던 서울시 아파트 층수를 50층까지로 허용한다는 것이다. 한강을 따라 늘어설 50층짜리 주택들을 상상해 보았다. 그 큰 덩치에 또다시 가로막힐 팍팍한 서민들의 삶이 그려졌다. 서울을 높은 곳과 낮은 곳으로 나누게 될 고층 아파트들! 그 어간재비는 또 얼마만 한 그늘을 만들어낼 것인가! 어떤 공간을 나누기 위해 칸막이로 놓아둔 물건을 ‘어간재비’라고 한다. 집안 거실을 높은 책장으로 구분해 놓으면 그 책장이 어간재비이고, 사무실 책상들 사이를 칸막이로 막아 놓으면 그 칸막이가 어간재비이다. 때로는 특정 이념이나 종교가 사회 구성원을 나.. 2020. 8. 12.
외상말코지 [아, 그 말이 그렇구나-346] 성기지 운영위원 어릴 때 어머니 심부름 가운데 가장 하기 싫었던 것이 외상으로 물건 사오기였다. 그렇잖아도 숫기가 없었던 터라 돈도 없이 물건을 사온다는 건 엄청난 부끄러움을 감내하고 대단한 용기를 내야 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신용카드 한 장으로 얼마가 됐든(그래도 5만 원 넘는 외상엔 간이 졸아들지만) 어디서든 외상을 떳떳이 한다. 달라진 시대는 두께가 1밀리미터 남짓한 플라스틱 안에 모든 부끄러움을 감출 수 있도록 만들었다. 순 우리말에 ‘외상없다’라는 말이 있다. “조금도 틀림이 없거나 어김이 없다.”는 뜻으로 쓰이는 토박이말이다. 가령, “그 사람은 참 성실해서 무슨 일이든지 외상없이 해놓곤 한다.”라고 쓸 수 있다. 신용카드는 비록 30일 안에 물건값을.. 2020. 8. 6.
손가락방아 [아, 그 말이 그렇구나-338] 성기지 운영위원 책상에 앉아 무언가 골똘한 생각에 잠길 때, 손가락 끝으로 책상을 가볍게 두드리는 행동을 할 때가 있다. 또,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면, 형사가 범죄 용의자를 심문할 때도 손가락을 올렸다 내렸다 하며 손가락 끝으로 탁자를 두드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행위를 가리키는 순 우리말이 바로 ‘손가락방아’이다. 이 말은 주로 ‘찧다’라는 동사와 함께 ‘손가락방아를 찧다’, ‘손가락방아를 찧으며’처럼 사용한다. 손가락방아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손가락권총’이란 말도 있다.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만 펴고 나머지 손가락은 오그려서 권총 모양으로 하는 손짓을 가리키는 말이다. 손가락권총을 하고 손가락 방아쇠를 당기면 총알이 발사될 염려가 있으니, 그냥 손가락으로 .. 2020. 6. 10.
군달 [아, 그 말이 그렇구나-337] 성기지 운영위원 끼니 외에 먹는 필요 없는 군음식을 군것질이라 하는 것처럼, 쓸데없다는 뜻이 담긴 접두사 ‘군-’이 붙은 우리말은 매우 많다. 앞일에 대해 쓸데없는 걱정을 하면 군걱정이고, 노래 부를 때 원래 악보와는 아무 관계없이 곁들이는 가락은 군가락이 된다.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왔다가 그걸 이루지 못하면 ‘헛걸음’이 되지만, 아무 목적도 없이 공연히 왔다면 그건 ‘군걸음’이 된다. 없어도 좋을 쓸데없는 것을 군것이라 한다. 그래서 없어도 되는데 쓸데없이 있어서 거추장스러운 마음을 ‘군것지다’고 나타낸다. “군것지니까 따로 연락하지 마세요.”, “우리 회사에 군것진 사람은 없습니다.”처럼 쓸 수 있는 말이다. 그런가 하면, 우리 관용구에 ‘군눈을 뜨다’는 말이 .. 2020. 6. 3.
존버나이트 [아, 그 말이 그렇구나-336] 성기지 운영위원 어느 기업이 청소년층을 주요 판매 대상으로 한다며 ‘존버나이트’라는 음료를 출시했다. 음료 깡통에는 “ZONVER KNIGHT”라고 쓰여 있다. 당연히 영어에는 없는 ‘존버’가 무엇일까 궁금했고, 찾아보니 ‘존나 버티기’를 줄여서 쓰는 청소년 은어였다. 존나 버티기라니! 그 기업에서는 제품명에 ‘피로와 피곤함으로부터 잘 버틸 수 있도록’ 하는 의미를 익살스럽게 담았다고 발표했다. 언제부터 ‘존나’가 익살스러운 말이었던가. ‘존나 버티기’를 줄여 쓴 ‘존버’는 아무리 은어라고 해도 비속어이다. ‘존버’라는 말을 들으면 누구나 그 본디말인 비속어를 떠올리게 된다.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은어가 제품명으로 만들어지는 것을 자유시장 체제에서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2020. 5. 27.
산돌림과 재넘이 [아, 그 말이 그렇구나-333]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난히 산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우리말에는 산등성이, 산마루, 산모롱이, 산모퉁이, 산봉우리, 산비탈, 산자락, 산줄기 같은, 산에 관한 토박이말들이 무척 많다. 이처럼 산을 떠올리게 하는 우리말 가운데 산돌림과 재넘이가 있다. 그러나 이들은 산의 일부를 가리키는 토박이말이 아니라, 각각 비와 바람의 이름이다. 산돌림은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한 줄기씩 내리는 소나기’를 가리키는 순 우리말이다. 본디는 산기슭으로 돌아가며 잠깐씩 내리는 소나기를 산돌림이라고 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이 비가 산 아래 마을로 옮겨가며 여기저기 흩뿌리게 되니까, 비록 산기슭이 아니더라도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내리는 소나기를 뭉뚱그려 산돌림이라고 부르.. 2020. 5.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