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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그림글자87

닭(39 x 54cm)은 2018년 7월에 제작하여 그해 가을에 전시, 발표한 작품입니다. 닭은 왜 ‘닭’이라고 이름을 지었을까요? 소리대로 ‘닥’이라고 할 수도 있었지만, 받침도 ‘ㄺ’으로 까다로운 표기가 된 이유에 대해 의문이 들었습니다. 작품 은 이러한 생각에서 비롯되었는데, 닭의 형태를 보고서 ‘닭’이란 글자가 만들어졌다면? 이라는 상상에서 작품을 구상하였습니다. 작품의 소재는 한글 이미지에 맞는 토종닭으로 선택하였고, 재료는 부리나 볏, 그리고 화려한 깃털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세밀화를 그리기 위해 색연필을 사용하였습니다. 또한 한글 본연의 아름다움을 부각하고자 배경을 표현하지 않아 글자에만 집중하도록 하였습니다. 닭의 화려하고 풍부한 꼬리털을 peacock green과 peacock blue를 .. 2020. 4. 29.
등고선 등고선(42 X 29.5cm)은 2017년 1월에 제작하여 2018년에 전시, 발표한 작품입니다. 등고선은 평균해수면을 기준으로 글자 그대로 높이가 같은 지점을 연결한 선으로 각 지점의 높이와 지형의 기복을 나타내는 곡선입니다. 등고선의 특징은 반드시 폐곡선의 형태로 나타난다는 점에 착안하여 폐곡선으로 된 그림글자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땅의 높낮이를 색깔로 나타낼 때 높이가 낮으면 초록색 계열로, 높아질수록 노란색, 갈색, 고동색 등으로 구분하여 표현하기 때문에 채색은 이 방식을 따랐습니다. 선의 간격은 축척 1:50,000지도에서는 20m의 고도차를 나타냄으로 이것에 맞춰 고도를 표시하였습니다. 2020. 4. 21.
딸기 딸기(24 X 34cm)는 2018년 4월에 제작하여 그해 가을에 전시, 발표한 작품입니다. 딸기는 선선한 가후를 좋아하는 여러해살이 과실로 빨갛게 잘 익은 상큼하고 달콤한 맛은 붉은 과실의 선두 주자라 할 수 있습니다. 딸기의 모양은 공, 달걀, 타원형 등으로 종류에 따라 다양한데, 그림글자에서는 역삼각형의 모양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선택을 하였습니다. 표면에 곰보처럼 파진 곳에 깨와 같은 것들이 촘촘히 박혀 있는 것을 표현을 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던 작품으로 기억합니다. 실제처럼 묘사하는 것이 좋을 때도 있지만 오히려 단순하게 표현하는 것이 용도에 따라 더 어울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딸기의 그림글자를 단순화 과정에 따라 여러개의 작품들을 만들어 보며 연구하고 있습니다. 2020. 4. 3.
한글 아리아리 765 한글문화연대 소식지 765 2020년 4월 2일 발행인 :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상임대표) 한글문화연대 바로가기 ◆ [우리말 이야기] ‘가렵다’와 ‘간지럽다’ - 성기지 운영위원 ‘가렵다’고 말해야 할 상황에서 ‘간지럽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가령, “등허리가 무척 간지러워.”라든지, “모기 물린 데가 생각보다 간지러워.”처럼 말하는 예가 흔하다. 그러나 이때에는 “등허리가 무척 가려워.”, “모기 물린 데가 생각보다 가려워.” 들처럼 ‘가렵다’로 쓰는 것이 알맞은 표현이다. ‘가렵다’는 ‘살갗에 긁고 싶은 느낌이 있을 때’ 쓰는 표현이고, ‘간지럽다’는 ‘무엇이 살에 살살 닿아 스칠 때처럼 몸이 옹그려지면서 견디기가 어려울 때’ 쓰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살갗 어느 부분에 긁고 싶은 느낌이 들면.. 2020. 4. 3.
한글 아리아리 764 한글문화연대 소식지 764 2020년 3월 26일 발행인 :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상임대표) 한글문화연대 바로가기 ◆ [우리말 이야기] 도떼기시장과 아사리판 - 성기지 운영위원 시끄럽고 무질서한 장소를 가리켜 “도깨비시장 같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도깨비시장’은 ‘도떼기시장’을 달리 일컫는 말인데, ‘도떼기시장’은 “정상적인 시장이 아닌 어떤 한 장소에서 여러 가지 물품들이 질서가 없고 시끌벅적하게 거래되는 비정상적 시장”을 가리킨다. 그래서 꼭 시장이 아니더라도 무질서하고 시끄러운 장소를 가리켜 “도떼기시장 같다.”고 한다. 여러 물건을 한꺼번에 팔아넘기는 것을 ‘도거리’라 하니, ‘도떼기’는 ‘도거리로 떼는 것’이 줄어든 말이라고 볼 수 있다. ‘도거리’를 한자말로는 ‘도매’라 하고, 반대로 물.. 2020. 3. 27.
타조 타조(48.5 X 34cm)는 2017년 8월에 제작하여 다음해에 전시, 발표한 작품입니다. 새 가운데 가장 크고 거대한 날개가 있는 진짜 새이지만 세상에서 날지 못하는 가장 빠른 새인 타조는 시속 90km까지 달릴 수 있습니다. 수컷의 몸은 검정색으로 흰색의 꽁지깃과 대비되어 강한 인상을 주는데 비해 암컷의 몸은 갈색이어서 그림글자에서는 수컷을 선택하였습니다. 검정색의 테두리선을 사용하면 몸통의 검정색과 차이가 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검정색의 어둡기를 조절하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2020. 3. 27.
피아노 피아노(48.5 X 34cm)는 2018년 8월에 제작하여 가을에 전시, 발표한 작품입니다. 피아노는 건반을 이용한 작품(2018. 7)과 같은 시기에 제작한 것으로 현을 수평으로 놓은 연주회용 대형 피아노의 모양을 이용하여 표현하였습니다. 사물을 그림글자로 표현할 경우에 동작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동물에 비해 고정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피아노의 경우에도 바퀴가 달린 다리의 처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ㅣ'를 이용하여 한 개의 다리는 처리할 수 있지만 다른 다리의 처리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색상의 변화차이를 이용하는 방법 등도 고려해 보았지만 다리를 분리시키는 방법을 선택하여 표현을 하였습니다. '그랜드 피아노'와 '콘서트 피아노'에.. 2020. 3. 20.
한글 아리아리 763 한글문화연대 소식지 763 2020년 3월 19일 발행인 :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상임대표) 한글문화연대 바로가기 ◆ [우리말 이야기] 개발과 계발 - 성기지 운영위원 한때 텔레비전 광고에서 비롯한 유행어 가운데 “니들이 게 맛을 알아?” 하는 말이 있었다. ‘게 맛’은 발음에 여간 유의하지 않으면 자칫 ‘개 맛’으로 소리 낼 위험이 있고, 또 그렇게 들릴 수 있다. [ㅔ]와 [ㅐ]는 둘 다 전설모음이기는 하지만, [ㅔ]는 [ㅐ]보다 혀가 높이 올라가고 좀 더 앞쪽에서 소리가 난다. 곧 ‘개’가 ‘게’에 비해 비교적 입이 크게 벌어지고 입천장 뒤쪽에서 소리가 나는 것이다. 이를 구별하여 발음하는 데 소홀했던 까닭에 ‘개발’과 ‘계발’의 쓰임마저 혼동되고 있다. ‘개발’과 ‘계발’ 두 낱말은 실제로 거의 .. 2020. 3. 20.
한글 아리아리 762 한글문화연대 소식지 762 2020년 3월 12일 발행인 :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상임대표) 한글문화연대 바로가기 ◆ [우리말 이야기] 고랑과 이랑 - 성기지 운영위원 춘분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산과 들이 기지개를 켜고, 얼었던 논밭에도 새 생명의 기운이 꿈틀댄다. 산자락에 매달린 밭에서는 벌써 호미를 들고 밭이랑을 고르는 어르신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이랑’이란 말은 밭농사를 짓는 분들에겐 무척 친숙한 낱말이다. 그런데 그분들 가운데서도 이랑과 고랑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이랑은 밭을 갈아 골을 타서 두두룩하게 흙을 쌓아 만든 곳이고, 고랑은 그 두둑한 땅과 땅 사이에 길고 좁게 들어간 곳이다. 이랑에선 모종이 자라고 고랑으론 빗물이 흘러든다. 밭농사는 반드시 고랑과 이랑을 만들어야 한다. 흙을.. 2020. 3.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