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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이 대통령 '인공지능' 표현 고무적…'깃발효과' 기대 25.06.12

한글문화연대 2025. 9. 17. 11:21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2025.6.11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공공언어에서 우리말 우선은 알권리 보장하는 것 (작성자: 이건범/한글문화연대 대표)

6월 11일 ‘주식시장 불공정 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불공정거래를 감시하는 데에 ‘에이아이’ 기술을 접목해야 한다고 한국거래소 담당 과장이 의견을 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에이아이 전문, 인공지능 전문’이라고 처음에 함께 언급한 뒤로는 세 차례에 걸쳐 오로지 우리말 ‘인공지능’이라고만 표현하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동안 ‘인공지능’과 ‘에이아이’라는 용어를 섞어서 써 왔다. 5월 29일 신촌역 유세와 스타트업 육성 간담회에서는 ‘인공지능’과 ‘에이아이’를 너덧 번씩 섞어서 썼고, 5월 30일 충주 유세에서는 ‘에이아이, 인공지능’으로 함께 말한 뒤 ‘인공지능’이라고만 표현했다.

사실, 말이라는 게 참으로 바꾸기 어렵고, 특히 주변에서 쓰는 말 대신 어떤 정확한 말을 따로 사용하려는 시도는 자주 오해받거나 빈축을 사기도 한다. 5월 18일 경제 공약 검증을 위한 대선 후보 토론에서 이재명 후보는 ‘인공지능’ 한 번, ‘에이아이’는 세 번 언급했다. 서너 명이 모두 ‘에이아이’라고 말하는데, 혼자 ‘인공지능’이라고 말하기가 만만치 않은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무심결에 따라가기도 하고 주위 사람들에 맞추어 말하기도 하는 편이다.

 

이런 사정에 비추어 보면, 한국거래소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인공지능’ 발언은 어느 정도 의도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일부러 노력하지 않고서는 간담회 사회자와 거래소의 젊은 과장이 모두 ‘에이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물었는데, ‘인공지능’이라는 용어로 답하기는 어렵다.

이런 언급이 ‘에이아이수석’ 명칭에 대한 이틀 전 나의 개선 제안(민들레 6월 9일, <‘AI수석’, 이런 이름은 국민 통합에 걸림돌>)을 반영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매우 고무적이다. 대통령실에서는 ‘AI수석’이라는 표현 대신 ‘인공지능수석’으로 일관되게 발표하길 바라며, 언론에서도 로마자 약어 ‘AI’를 쓰기보다는 ‘인공지능’으로 보도하길 바란다. 6월 3일 취임사 국회 연설에서 이 대통령은 “인공지능,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산업”이라고 말했지만, 그의 페이스북에는 ‘AI,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산업’이라고 적혀 있다. 이렇게 바꾸어선 안 된다. 함께 분위기를 만들어 가자.

이재명 대통령의 ‘인공지능’이라는 용어 사용은 결코 구태도 아니고 돈키호테 행위도 아니다. 외국낱말과 우리말이 함께 사용되고 있을 때 공공언어에서 우리말을 앞세워 사용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언어 인권 차원의 배려이며, 문화 품격을 높이려는 노력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은 ‘인공지능’이라는 말도 많이 사용하므로, 이 대통령의 표현이 그다지 튀게 들리지 않는지라, 이런 차이를 눈치챈 이는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6월 9일자 민들레 기고에서 ‘AI’ 대신 ‘인공지능’으로 사용해야 할 여러 가지 이유를 댔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말의 깃발 효과라고 할 수 있다. 공공언어에서 ‘AI’와 같이 로마자 약어가 마구 사용되는 순간, 공공언어에 흘러들어오는 외국낱말을 우리말로 바꾸려는 노력과 시도는 김이 팍 새버릴 것이다. ‘AI’는 괜찮고 다른 말은 안 된다는 법이 어디 있냐고 반문하면 할 말이 없지 않은가?

엄밀하게 보자면, ‘AI수석’ 식의 표현은 실정법인 국어기본법 위반이다. 대통령실에서 ‘AI수석’이라는 용어를 써서 보도자료를 내는 순간, 이는 국어기본법 제14조에서 정한 한글전용 원칙 위반이다. 법에서는 “공공기관 등은 공문서 등을 일반 국민이 알기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써야 하며,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고 정하였고, 신조어와 전문용어 등의 이해를 도울 필요가 있을 때만 괄호 안에 외국문자를 병기하도록 허용한다. 쉬운 우리말이 있다면 당연히 그런 말을 써야 하니, 꼭 필요하다면 ’인공지능(AI)’라고 적어야 하지만, ‘인공지능’이라고 하면 다 알아들으니 굳이 ‘AI’를 병기할 이유도 없다.

괄호 속도 아닌 본문 문장에서 ‘AI’, ‘AI수석’이라고 적거나 말하는 건 국어기본법에 정면으로 어긋난다. 이 대통령이 ‘인공지능’이라고 사용하고 있으니, 에이아이 하나만이라도 인공지능으로 바꿔 보자. 역시 깃발 효과다. 그러면 다른 외국낱말도 좀 더 쉬운 우리말로 바꾸어 쓸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것이 외국어 능력의 차이 때문에 공공 정보를 알아듣지 못하고 제 뜻을 펴지 못하는 국민을 한 사람이라도 더 줄이는 길이라고 본다.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정신이 그러하였다.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