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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시민참여형 어학 사전 ‘《우리말 샘》’ 시민 참여는 ‘글쎄’ - 유다정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16. 12. 28.

시민참여형 어학 사전 ‘《우리말 샘》’ 시민 참여는 ‘글쎄’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3기 유다정 기자
yoodj92@daum.net

 

국립국어원이 참여형 웹사전인 《우리말 샘》(opendict.korean.go.kr)을 지난 10월 5일 개통했다. 《우리말 샘》은 한국어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이 편집에 참여할 수 있다. 또 《우리말 샘》은 뜻풀이·예문 등의 기본 정보 외에도 어휘의 역사 정보, 규범 정보, 다중 매체 자료(삽화, 사진, 동영상 등), 어휘 지도 등 다양한 한국어 정보와 지식, 문화를 담는다. 사회·언어 변화를 계속 반영하는 ‘진화하는 사전’인 셈이다.

 

(사진1) 《우리말 샘》 누리집 첫 화면

 

《우리말 샘》의 특징은 전문가 감수를 통해 수록된 정보의 신뢰도를 높였다는 점이다. 일반 시민들이 올린 내용을 각 분야 전문가들이 표현을 가다듬는다.
예를 들어 《우리말 샘》에 신조어 ‘아재 개그’는 편집자 ‘상구(exculpate2)’가 생성했다. 최초 편집자는 ‘아재 개그’를 [‘아저씨’의 낮춤말이자, 아직 결혼 안 한 남자를 부르는 강원도 화천지방의 사투리인 아재와 개그의 합성어다. ‘아재 개그’는 아재의 뜻과는 달리 재미없는 농담을 지칭하게 됐다. 신세대와 구세대를 구별하는 기준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세대와 상관없이 ‘썰렁’한 농담은 모두 아재 개그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그 후 몇 차례 감수를 거쳐 [아저씨들이 하는 개그라는 뜻으로, 재미가 없는 농담을 이르는 말.]로 정의됐다. 여기에 예문이 추가돼 이해도를 한층 높였다.

 

(사진2) 《우리말 샘》 ‘아재 개그’ 검색 화면

 

(사진3) 《우리말 샘》 ‘아재 개그’ 편집 이력

 

이 외에도 재능 나눔, 혼밥, 노케미족(화학 물질이 들어간 제품을 쓰지 않으려는 사람. 또는 그런 무리.) 등이 감수‧등록되었다. 일반 이용자가 등록한 2,609개의 단어 중 1,431개가 감수 정보로 올라간 것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시민이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10월 5일 개통된 후부터 12월 23일까지 회원 가입자 수는 812명에 불과했다. 회원가입 시 별도의 개인정보를 입력하지 않기 때문에 성별이나 세대, 즉 어떤 계층이 주로 활동하는 지도 불분명하다.


직접 《우리말 샘》을 이용해 본 시민들의 반응도 미적지근하다. 지 아무개 씨(26세, 남)는 “포털사이트에 검색하면 되는데 번거롭게 《우리말 샘》에 들어갈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이미 여러 오픈 사전들에 많은 누리꾼들이 참여해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사진4)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ㅂㅂㅂㄱ’를 검색한 화면. 누리꾼들이 자유롭게 편집할 수 있다.

 

또 이 아무개 씨(24세, 여)는 교생 실습 당시 “학생들의 말을 못 알아들었다”고 하소연하면서도 《우리말 샘》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우리말 샘》에도 학생들의 은어나 신조어가 나와 있진 않다”며, “전문가 감수를 거쳐서인지 기성 사전의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전했다. 운영된 지 석 달째, 《우리말 샘》이 정말 ‘살아 움직이는 사전’이 되기까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그동안 국립국어원은 보수적이고 딱딱하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일반 사전이 그 시대의 문화나 지식을 반영하는 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말 샘》은 실생활에서 우리말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담으려는 새로운 시도였다. 《우리말 샘》이 ‘시도’로만 그치지 않도록 《우리말 샘》이 널리 알려지고, 우리말을 사랑하는 누리꾼들을 위한 열띤 토론의 장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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