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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한자 몰라도 들을 수 있는 <훈민정음 혜례본> 강독 강의 - 유다정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17. 1. 24.

한자 몰라도 들을 수 있는 <훈민정음 혜례본> 강독 강의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3기 유다정 기자
yoodj92@daum.net


한글문화연대 활짝 강의실이 토요일 아침부터 <훈민정음 혜례본 강독·강의> 준비로 부산하다. ‘강독’이라는 글자만 봐도 어렵고 딱딱할 것만 같다. 하지만 초등학생부터 대학원생까지 아울러 듣는다는 소문에 본 기자가 찾아갔다.

(사진1) 강의 중의 김슬옹 교수와 수강생들

강독 둘째 날에 진행된 제2강에서는 세종 서문과 정인지 서문 강독을 통해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상황과 창제 동기 등을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 말이 중국과 달라 한자와는 서로 통하지 않으니라. 그래서 어리석은 백성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끝내 제 뜻을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으니라.

 

“천지자연의 소리가 있으면 반드시 천지자연의 문자가 있다.” 중국 복희씨는 소리를 바탕으로 글자를 만들어 만물의 이치를 실었다. 하지만 사방의 풍토가 구별되므로 말소리의 기운 또한 다르니, ‘우리나라 말’과 중국의 한자는 맞지 않았다.

 

신라 때 설총이라는 사람이 이두라는 표기법을 정리했다. 이두는 한자의 음과 뜻을 빌려 우리말을 표기하는 방식 중 하나이다. 한자를 국어의 문장 순서에 따라 고치고, 이에 토를 붙인 것이다. 이두는 소송문이나 보고서 등의 관용문서에도 쓰였다. 하지만 이두는 한자를 빌려오는 근거도 일정치 않고, 실제 언어의 만분의 일도 소통하지 못했다. 즉 모난 자루를 둥근 구멍에 끼우는 것과 같은 억지였다.


내가 이것을 가엾게 여겨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드니,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쉽게 익혀서 날마다 쓰는데 편하게 하고자 할 따름이니라.

 

그리하여 계해년 겨울(1443년 12월)에 세종대왕은 정음 스물여덟 자를 창제하여, 간략하게 예와 뜻을 적은 것을 들어 보이며 그 이름을 ‘훈민정음’이라 했다.

 

글자는 옛 ‘전자’처럼 모양을 본떴다. 전자는 초기단계의 상형문자를 말한다. 상형문자―문자에 물체의 형상을 담은 것으로, ‘소리가 보이게’ 만든 것이다. ㄱ은 혀뿌리가 목을 막는 모양을, ㄴ은 혀가 윗잇몸에 닿는 모양을 본뜬 것이다.

훈민정음은 슬기로운 사람은 하루아침을 마치기도 전에, 슬기롭지 못한 이라도 열흘 안에 배울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고 쉬웠다. 그러면서도 뜻이 두루 통해, 소송문을 한글로 쓰면 그 속사정을 이해할 수 있다. 또 바람 소리, 학의 울음소리, 닭 울음소리, 개 짖는 소리라도 모두 적을 수 있는 글자다.

 

세종대왕은 모든 사람이 훈민정음을 깨우치길 바랐다. 스승 없이도 스스로 배우도록 최항과 박팽년 등 집현전 학자들이 여러 가지 풀이와 보기를 지어 보탰다.

(사진2) 훈민정음 혜례본 강독 강의 수강생들과 김슬옹 교수

상하 귀천을 막론하고 누구든지 쉽게 익혀서 일상생활에 편리하게 쓰도록 하고자 했던 세종의 마음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래서 김슬옹 인하대 초빙교수는 이 어제 서문과 정인지 서문을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수강생 아무개 씨도 “어린 시절 배운 훈민정음은 ‘나랏 말싸미 듕귁에 달아…’라는 막연한 어구로만 남아 있었다”며 제대로 된 훈민정음 교육 필요성에 말을 보탰다.

 

(사진3) 훈민정음 혜례본 강독 강의 일정

 


세종학교육원에서 주최하는 <훈민정음 혜례본 강독·강의>는 1월 7일에 시작됐다. 매주 토요일 오전 10~12시, 한글문화연대 활짝 강의실에서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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