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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우리 나라 좋은 나라(김영명)

사대주의에 대하여(10)

by 한글문화연대 2017. 4. 27.

[우리 나라 좋은 나라-67] 김영명 공동대표

 

사대주의는 큰 나라에 둘러싸인 작은 나라에게 피할 수 없는 숙명일까? 큰 나라들의 압박과 침략에서 살아남기 위해 작은 나라가 큰 나라들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리고 대개 큰 나라들이 문명이 앞선 나라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문명을 배우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사대는 어느 정도 피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앞에서도 말했듯이 모든 것은 정도 문제이다. 우리의 사대주의는 역사적으로 너무 강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리고 사대주의가 강했던 것은 꼭 큰 나라의 압박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의 지배층이나 기득권층이 자신의 지배나 기득권을 유지·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대주의에 기대었기 때문이라고 앞에서 말했다. 

 

이렇게 보면 사대주의는 우리가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왜 극복해야 하느냐고? 우리의(우리가 누구냐고 뻔한 질문 하지 마라. 한민족 또는 대한민국을 말한다.) 자주성, 정체성, 주체성을 지키고 고유 문화를 창달하는 동시에 외세에 기댄 지배층이 일반 국민들을 괴롭히는 일을 막고 더 민주적인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이다. 사대주의 극복은 우리 바깥과 안 모두에 해당된다는 말이다. 

 

사대주의 극복의 구체적인 분야를 말해보자. 

먼저 자주 국방이다. 자주 국방은 한미 동맹과 모순되지 않는다. 한국 군의 운영 체계, 무기 체계, 작전권 등을 한국 군이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자주국방이다. 물론 사안에 따라 미국이나 다른 이웃들과 의논할 수 있다. 하지만 최종 결정을 우리가 내리는 것이 자주 국방이다. 
 

둘째, 자주 외교이다. 만날 미국 눈치나 보고 미국 하는 대로 무조건 추종하지 말라. 지금까지 안 그런 사례가 있는가? 부끄러운 일이다. 한미 동맹 안에서도 얼마든지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중국이 커 오고 미국과 경쟁하는 구도가 점점 더 짙어 가는데, 미국 바짓가랑이만 잡고 있으면 이익 볼 것보다는 손해 볼 것이 더 크다. ‘균형 외교’는 당연한 것이다.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이 논란이 되는 것은 한국이 사대주의 국가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깐--설사 물질적 이익에 조금 위반되더라도 남의 바짓가랑이 붙잡지 않고 독립적으로 사는 것 자체가 나는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외교 분야에서 이런 말을 하면 정신 나간 사람 취급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과연 그럴까? 물질을 조금 손해 보더라도 쪽 팔리지 않는 길을 가는 것이 과연 정신 나간 외교일까? 그렇다고 쳐라. 내가 남들보다 조금 더 독립적인, 나간 정신의 소유자라 그렇다고 하자.)   

 

셋째, 자주 국방과 자주 외교를 통하여 우리는 나라 주권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 대한민국은 주권 국가라지만 정말 어느 정도로 주권 국가인가? 자기 나라 군대의 작전권을 남이 가지고 있는데 정말 주권 국가라고 할 수 있는가? 외교라고 할 만한 것이 없고 남의 나라 하는 대로 따라 하기만 하는 나라가 정말 주권 국가인가? 주권 바로세우기는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엄중한 과제이다. 
 

넷째, 독창적인 정신 문화를 창달하기 위해 노력 좀 하자. 이런 말 하는 사람들은 적지 않지만 실제로 실천하는 사람은 가물에 콩 나듯 하다. (이 표현은 내 수준에 맞지 않게 진부하니 ‘가물에 쌀 나듯’이라고 바꾸자.) 사대 문화의 지배력이 막강하여 자리를 내주지 않기 때문이고, 돈 안 되고 힘 안 되는 독창 문화 하기가 너무 고달프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야 한다. 세계에 쪽 팔리지 않으려면. ‘한류’ 좋다.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한다. 하지만 이는 서양 문화의 일부이며, 또 대중 문화이다. 그 나름대로 가치 있지만, 더 높은 문화에서 더 독창적인 것을 만들도록 애써야 한다. 
 

그래도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어 세계에서 부끄럽지 않는 문화 민족이 되었다. 한글마저 없었다면 우리는 세계에 무엇을 내놓을 수 있었을까? 생각하면 아찔하다. 한글문화연대라고 마지막을 한글 얘기로 장식하는 것이 속 보이는 일일지 모르나, 이것은 전혀 의도하지 않은 일이다. 그냥 쓰다 보니 한글 얘기로 끝맺게 되었을 뿐이다. 그만큼 한글이 우리의 가장 위대한, 어쩌면 유일한 세계적 문화 유산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거 또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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