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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야민정음, 한국어 파괴일까 재미있는 글자 유희일까? - 장진솔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17. 5. 23.

야민정음, 한국어 파괴일까 재미있는 글자 유희일까?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4기 장진솔 기자
jjsol97@naver.com

 

 

△야민정음의 원리와 주요 사례 <출처: 조선일보 16.07.18>

 

‘방커머튽 으어뚠어뚠!’ 무엇을 뜻하는 말일까? 바로, 방귀대장 뿡뿡이를 말한다. 커, 머는 각각 귀, 대와 생김새가 비슷하고, 튽은 한자 길다 장(長)자와 비슷하다. 또한 으어뚠어뚠은 고개를 오른쪽으로 90도만큼 꺾어서 보자. 그러면 숨어있던 뿡뿡이가 보일 것이다.


야민정음은 최근 온라인상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널리 퍼지고 있는 표현이다. 이는 ‘어떤 단어의 글자들을 모양이 비슷한 ‘다른’ 글자들로 바꾸어 쓰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귀엽다’를 ‘커엽다’, ‘대장’을 ‘머장’, ‘멍청’을 댕청이라고 표현하는 것들을 통칭한다.


‘야민정음’이라는 명칭은, 야민정음에 해당하는 용어를 많이 쓰는 인터넷 커뮤니티 누리집인 디시인사이드 국내 야구 갤러리의 ‘야구’와 ‘훈민정음’을 합성한 합성어이다. 야민정음의 첫 시작이 무엇인가에 관해서는 다양한 설이 있다.  디시인사이드의 운영자인 김유식 씨의 서명에서 ‘유’ 자의 모음 ‘ㅠ’의 획이 휘어져 ‘윾’으로 보인다는 이용자의 댓글로 시작되었다는 설, 문화방송(MBC)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알래스카 특집’에서 정형돈 씨가 ‘앵커리지’를 ‘앵귀리지’로 읽으면서 시작되었다는 설, 프로야구 히어로즈 야구팀 포수 ‘강귀태’ 선수의 유니폼에 적힌 이름이 ‘강커태’로 보이기 시작하면서 시작되었다는 설 등이 있다.

 

△야민정음의 생활 속 실제 활용

 

위의 사진은, 기자의 지인들이 남긴 ‘카카오톡’ 문자와 ‘페이스북’ 댓글을 잘라 붙인 것이다. 이는 기자의 지인만이 그런 것은 아니다. 지난 겨울, 국정농단 사태로 시끄럽던 때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름을 ‘박ㄹ혜’로 쓰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이렇듯, 이미 인터넷상에서는 이러한 야민정음에 해당하는 표현들이 공공연히 보인다.

 

야민정음에 대한 인지 정도와 사용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대상은 중학생부터 50대까지, 모두 241명이다.

먼저, 야민정을을 알거나 들어보았는지 조사했다. 전체 137명(56.8퍼센트)은 ‘전혀 모른다’, 50명(20.7퍼센트)은 ‘야민정음이라는 용어는 모르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42명(17.4퍼센트)은 ‘야민정음이라는 용어와 그것이 무엇인지 둘 다 알고 있다’, 나머지 12명(5퍼센트)는 ‘야민정음이라는 용어는 들어봤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다’고 답했다. 다시 말해서 야민정음의 존재에 대해 모른다는 답변이 56.8퍼센트, 야민정음이라는 말을 들어보았거나 안다는 답변이 43.2퍼센트를 차지했다.

 

야민정음에 대해 안다고 답변한 사람들에게, 야민정음을 알게 된 계기를 물었다. 104명의 답변을 들을 수 있었는데, 결과는 사회 소통망 서비스(SNS)가 41명(39.4퍼센트)으로 가장 많았고, 인터넷 커뮤니티가 32명(30.8퍼센트), 지인·친구들이 23명(22.1퍼센트)으로 그 뒤를 따랐다. 야민정음은 주로 온라인상에서 널리 퍼지고 있다.

 

다음으로 야민정음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다. 전체 중 46명(19.1퍼센트)이 야민정음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111명(46.1퍼센트)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나머지 84명(34.8퍼센트)은 긍정적이지도 부정적이지도 않다고 답했다. 야민정음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로 ‘단순한 언어유희로, 문자 생활에서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다’라는 항목이 답변의 52.9퍼센트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야민정음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로는 ‘불필요한 신조어이다’를 가장 많이 꼽았으며(40.2퍼센트), ‘한국어 파괴이다'(36.2퍼센트)를 그다음으로 답했다.

 

많은 사람이 야민정음을 직접 사용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시선은 여러 갈래이다. 과연 우리는 이 야민정음을 어떠한 태도로 대해야 할까?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은 한겨레 칼럼에서 “야민정음을 보고 ‘한글 파괴’라고 노여워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 정도의 장난 가지고 무너지거나 망가질 한글이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용도를 가지게 되면서 우리의 언어문화의 통속적 저변을 더욱 넓혀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된다. 한글로 다양한 디자인 작품을 만드는 것도 큰 틀에서 보면 이런 자유분방한 의식에서 비롯했다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한편, 국립국어원 김형배 박사(공공언어과)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야민정음을 언어파괴라고 무조건 비판할 수도, 인정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청소년들이 규정에 맞는 우리말을 사용하도록 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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