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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야민정음’을 바라본 외국인들의 시각 - 이연수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17. 5. 29.

‘야민정음’을 바라본 외국인들의 시각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4기 이연수 기자
lovely5629zz@naver.com

 

학생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하는 교수님, 후배들의 대화를 이해하고 싶은 복학생 그리고 재치 있는 상사가 되고 싶은 부장님들이 자주 질문이 있다. 바로 “신조어는 어디서 배울 수 있는 거냐?”이다. 신조어는 한때 유행어처럼 보이다 시간이 흐르면 고착화되어 일상생활에서 표준어인 양 사용된다.

 

유행에 민감하고 신조어 문화에 접근하기 쉬운 젊은 층에서 신조어를 눈에 띄게 사용한다. 우리말 맞춤법을 잘 지키는 사람이거나 국어를 전공하는 사람들, 또는 젊은 층이 아닌 세대의 사람들은 야민정음을 포함하여 신조어는 언어파괴(한글 파괴)이며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앞서 말했던 것처럼 높은 연령대의 사람들도 점차 신조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렇듯 신조어에 관한 다양한 생각들이 존재하는데 과연 문화로 간주해도 되는 것일까?

 

신조어를 문화로 간주한다면 우리말 혹은 한글에 대한 걱정이 뒤따르고, 문화로 인정하지 않기에는 너무나 빠르고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국내에서 끝나지 않을 화젯거리인데, 그렇다면 한국어를 배우러 한국까지 온 외국인들이 봤을 때 야민정음을 비롯한 신조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야민정음을 보고 있는 장명수 씨의 모습

 

한국에서 1년 동안 거주하고 수 년 동안 한국어를 공부를 하고 있는 장명수(30, 대만 사람)씨를 만났다. 야민정음을 보자마자 처음 본다며 신기해했다. 명수씨는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에 손을 들었다. “어느 연령층이든 유행하는 것이라면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말했다. 그리고 젊은 층과 소통하려면 그 단어의 의미가 무엇인지 정도만 알면 될 것 같고, 번체 특성상 대만에서는 야민정음과 같은 형태는 아니지만 대만 내에서도 신조어를 두고 갑론을박이 있는데 크게 걱정하는 편은 아니라며 익숙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에서 온 진양운(24)씨도 긍정적인 의견이었는데 “시대에 따라서 특유한 문화가 생긴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문화가 아니라고 볼 수 없지 않느냐는 반문을 했다. 하지만 신조어를 사용하기 전에 원래의 말과 뜻을 꼭 공부해야 하며, 젊은 층의 신조어를 문화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것에만 집착하고 옛 것과 원래의 것을 무시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홍콩에서도 신조어 사용을 두고 소통에 문제가 없어서 부정적인 시각이 없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온 호노카(23)씨는 취재를 위해 만나본 외국인 학생들 가운데 처음으로 문화로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한글의 정체성을 흔들리게 하며, 말이 왜곡되어 전파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확산되는 신조어를 막을 방법에는 “젊은 층의 인식을 바꾸지 않는 이상은 고치기 힘들다.”고 답했다.

 

그리고 표준 한국어가 아닌 왜곡된 한국어를 배우는 것은 외국인들에게는 물론 한국인들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을 뿐 더러 오히려 독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야민정음과 같이 글자 형태를 바꿔서 만들어진 신조어는 없지만 신조어 사용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대만에서 온 이우선(30), 진유유(30) 씨는 야민정음에 신기해 했지만, 문화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하지만 “시대도 변화하는 것이기에 신조어 자체를 나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조금 더 양보해서 한국문화로서 받아들이기보다는 사이버문화로서 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문화로 간주하는데 동의하지 않아서 신조어를 배우는 것도 싫다고 답변할 줄 알았지만, 이우선씨는 인터넷 상에 적힌 글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면 배우겠다고 말했다. 대만에서도 신조어를 두고 세대 간의 갈등이 많다고 하며 쉽게 풀릴 문제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송쉬동, 최준산 씨와의 인터뷰하는 사진

중국에서 온지 2개월 된 송쉬동(20), 최준산(20)씨를 만나 생각을 들어볼 수 있었다. 그들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문화로 받아들여도 된다고 말했다. 쉬동 씨는 그 이유에 대해 “일단 제가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한국에 온 이상 그들의 문화가 어떠하든 존중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이런 야민정음이 젊은 층에서 사용된다면, 그들과 친해지고 공감대를 형성하려면 정말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신조어인 야민정음도 변형되긴 했지만 한글문화이기 때문에 이를 무조건적으로 비난하지 말아야 해요.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원래 형태(표준어)를 잘 익히고 공부를 해야 하죠."라고 덧붙였다. 준산 씨는 “외국인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올바른 표준어를 배워야 하는 것이 맞지만 젊은 층과의 대화에서 이해를 위해서라면 흔쾌히 배울 겁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원활한 의사소통과 호기심에 의해 배우는 것일 뿐 직접 자신이 사용할 것 같진 않다고 덧붙였다.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신조어를 문화로 보느냐, 마느냐에 대해 어느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팽팽하게 갈렸다. 하지만 확실히 의사소통을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 신조어에 대해 아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많았다.


또한 기본이 되는 표준 한국어에 대한 지식의 필요성과 공부의 중요성을 빼놓지는 않았다. 인터뷰 중 이우선 씨는 “신조어는 어쩔 수 없지만 언어폭력 같은 신조어는 막아내야 한다.”고 했는데, 그녀의 말처럼 신조어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기 보다는 그것의 쓰임새에 신경을 더 써야 할 지도 모른다.

 

어쩌면 야민정음과 같은 신조어를 접하면서 문화로 간주할 것인지 생각도 해보고, 원래의 뜻을 알려고 찾아보는 과정에서 오히려 올바른 한글 문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길이 되진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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