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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보라빛 향기? 보랏빛 향기! - 남재윤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17. 11. 16.

보라빛 향기? 보랏빛 향기!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4기 남재윤 기자

pat0517@naver.com


길가를 걷다 보면 어디서나 노래가 들려온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나온 노래를 찾아 듣기도 하고,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듣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노래를 듣고 있다 보면, 흠칫 놀라는 경우가 있다. 맞춤법이 틀렸기 때문이다.


얼마 전 데뷔한 신인 가수 정세운의 ‘오해는 마’에는 “널 위해서 산 건 아닌데 / 딱히 줄 사람이 없네 / 버리던지 가지던지”라는 가사가 있다.

 

‘-든’은 ‘-든지’의 준말로 대상 가운데 어떤 것이 선택될 수 있음을 나타낸다. ‘-던’은 과거에 있었던 경험을 나타낸다. 이 노래에서는 버리거나 가지거나 하라는 뜻으로, 선택의 의미다. 그러므로 ‘버리든지 가지든지’라고 표현하는 것이 올바르다.


아이돌 가수뿐만 아니라 인디밴드도 마찬가지이다. 유명 인디밴드 몽니의 ‘소년이 어른이 되어’를 보면 “나의 내일이 다가오면 소년의 꿈을 이뤄줄 작은 노래가 되줄게”라는 가사가 있다. ‘되줄게’는 잘못된 표현이며, ‘되어줄게’ 혹은 ‘돼줄게’가 맞는 표현이다. 제목은 맞게 쓴 것으로 보아, 실수한 것이라고 추측된다.


이렇게 평소에 흔히 저지르는 틀린 맞춤법인 경우가 많지만, 좀 더 복잡한 문법적 원칙에 맞지 않는 때가 있다. 2015년에 나와 큰 인기를 끌었던 빅뱅의 ‘BAE BAE’에 보면 다음과 같은 가사가 있다.

 

“BABY BABY 지금처럼만 아름다워 줄래 넌 / 시간이 지나도 내가 설렐 수 있게”

 

표준국어대사전에 ‘아름답다’를 검색해 보면, 그 품사 분류가 ‘형용사’로 나온다. 고등학교 때 배웠던 국어 문법 지식을 떠올려보면, 형용사는 ‘~하자’ 등의 청유형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버젓이 ‘아름다워 줄래’라고 형용사의 청유형이 쓰이고 있다. 문법상으로는 쓰일 수 없는 표현이다.

 

자이언티의 ‘양화대교’에 “행복하자 행복하자 / 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도 마찬가지이다. 행복하다는 형용사로, 앞의 ‘아름답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청유형으로 쓰일 수 없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행복하자’는 말이 많이 쓰이다 보니 이것이 틀린 표현이라는 것을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강수지의 ‘보라빛 향기’는 제목부터 문제점이 있다. ‘색채어+빛’ 형식을 취할 때는 그사이에 사이시옷 규정에 따라 ‘ㅅ’을 첨가하여 표현하는 것이 맞다. 결국 ‘보라빛 향기’가 아니라 ‘보랏빛 향기’인 것이다. 덧붙여 ‘보라빛’은 ‘보랏빛’의 북한말이기도 하다.

 

이렇게 틀린 문법도 있지만 일부러 틀리는, 즉 ‘시적 허용’을 의도한 경우도 있다. 임창정의 ‘날 닮은 너’라는 노래를 보면, “나의 과거와 너의 지금과 너무도 같기에 / 두려워 겁이나”라는 가사가 있다. 임창정은 이를 부를 때 ‘겁이나’를 ‘겁씨나’라고 부른다. 가사의 맞춤법은 맞지만 발음을 다르게 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 임창정은 감정전달을 위해 사투리를 차용, 시적허용을 의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노래는 분명 예술의 영역이고, 예술에서 기준을 벗어난 약간의 일탈은 ‘시적 허용’ 등 허용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시가일도’라는 말이 있다. 시와 음악, 즉 가사와 노래가 한 길이라는 뜻이다. 노래는 선율과 함께 우리가 입으로 중얼거리게 되고, 그것이 우리에게 와서 박힌다. 즉 잘못된 문법을 지식을 계속 말하게 되고, 어느새 그것이 옳다고 받아들일 가능성이 더 큰 것이다. 시적 허용도 좋지만, 되도록 기본적인 맞춤법은 지켜주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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