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어학회와 『조선말큰사전』 편찬(2)

 

한글문화연대 기자단 4기 유원정 기자
ybwl81@naver.com

 

조선어학회와 『조선말큰사전』의 역사를 알아볼수록 궁금증이 생겼다. 어떤 과정을 거쳐 사전 편찬이 이루어지고 어떻게 그 맥을 이어갔는지 쓰고 싶었으나 연관된 단체와 사람이 많아 흐름을 잡기 어려웠다. 『조선말큰사전』을 편찬했던 조선어학회를 이은 한글학회를 방문했다.  성기지 학술부장을 만나 인터뷰를 요청했다.   

 

 

- 질문) 한글학회, 즉 조선어학회를 중심으로 사전 편찬 과정을 살피고 있는데, 주시경 선생님의 국문동식회를 안 짚고 넘어갈 수 없는 것 같아요. 국문동식회와 조선어연구회의 흐름에 대해 설명 해주실 수 있나요?

 

▲ 서재필 선생님이 독립신문을 창간할 때 국문판의 맞춤법을 봐 줄 사람으로 당시 국어 학자였던 주시경 선생님을 불렀어요. 그 때 어떻게 교정을 일관성있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규범을 제정하려 했고, 국문을 같은 방식으로 만든다는 이념에서 국문동식회를 만든 것이죠. 그 후 주시경 선생님이 꾸준히 활동하며 제자들과 국어연구회를 만들었는데, 경술국치 후 조선어연구회로 이름을 바꿨어요. 이 조선어연구회가 이극로 선생님의 주도로 다시 만들어지며 조선어학회가 되었고, 분단 후 한글학회로 이름이 바뀐 것이죠. 한글학회의 처음은 국어연구학회인데 여러 질곡을 거쳤습니다.

 

- 질문) 조선어사전편찬회와 조선어학회가 동시에 존재하는데, 어떤 식으로 다른가요. 조선어사전편찬회를 단독 기관으로 볼 수 있나요?

 

▲ 원래 조선어사전편찬회는 따로 만들어져 별개로 운영된 것이 맞습니다. 조선어학회는 학자들이 모인 곳이라 사전 편찬 같이 자금이 많이 필요한 일을 하기는 어려웠어요. 이극로 선생님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보완하기 위해 1929년에 조선어사전편찬회를 만들었어요. 동시에 조선어학회에서 학회지인 『한글』 발행에도 힘썼죠. 공식적으로 기관이 어떤 일을 맡았는지 생각해봐야 해요. 조선어학회와 조선어사전편찬회 구성원은 중복되었지만 공식적으로 같은 일을 했다고 볼 수는 없어요.

 

- 질문) 1941년에 조선어학회 사건도 궁금합니다. 당시 함흥여고에서 있었던 비밀결사로 인해 사건이 일어났는데, 어떤 과정이 있었던 건가요?

 

▲ 이 사건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는 없어요. 원래 조선어사전 편찬을 하는 조선어학회는 늘 감시 대상이었고 꼬투리를 잡아 구속한 거예요. 일본 경찰은 사전 편찬 목적이 조선말과 글을 지켜 독립을 하려는 것이기에 치안유지법에 어긋난다고 보고 계속 감시하고 있었어요. 사전 편찬이 점점 마무리되니까 총독부에서 위기의식을 느끼고 조선어학회 회원을 한 명 한 명 밀착 감시하다가 조선어학회 사건을 만든 겁니다. 당시 원고가 거의 완성되고 출판 과정만 남은 상태였죠.

 

- 질문) 해방 후 경성역(지금의 서울역)에서 원고 뭉치를 찾았는데요. 그 과정이 매우 극적인 것 같아요.

 

▲ 홍원 경찰서에서 원고를 증거품으로 압수한 상태였어요. 1945년에 원고를 찾았죠. 그 후 위기의식이 생겨 필사본을 남겼어요. 필사본을 두 군데에 보관해서 6·25 전쟁 당시 원본이 소실되어도 피난 시 가져간 원고로 그 후 4권이 더 나올 수 있었습니다.

 

- 질문) 한글학회의 학술부장으로써 『조선말큰사전』의 의미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사람들이 사전에 대해 생각해줬으면 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 말모이를 계승해 2권까지 『조선말큰사전』을 만들고, 3~5권은 분단 후 『큰사전』으로 이름을 바꿔 만들었죠. 16만 어휘가 실렸지만 57년 완간 후 40년간 엄청난 변화가 생겨 어휘가 급속도로 늘고 의미도 바뀌었어요. 그래서 새로운 사전을 편찬했죠. 80년대부터 문교부(지금의 교육부)의 지원을 받아 91년에 한글학회에서 『우리말큰사전』을 4권으로 만들었어요. 『조선말큰사전』과 『우리말큰사전』은 맥을 이어왔습니다. 후세에 사라지지 않게 우리말을 잘 보존해 알리고 발전해나가기 위해 만든 거죠.


사전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사람들이 사전을 단순히 어휘집으로만 대하지 말았으면 하는 겁니다. 사전에는 우리말의 모든 문법 정보가 들어있어요. 어휘와 어휘의 뜻풀이 외에도 품사, 용례, 발음, 활용 정보까지 들어 있죠. 가령 ‘벌이다’는 ‘–어 벌이다’로 보조 용언이 어떻게 쓰이는지 문법 정보까지 있어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낱말을 찾는 말의 곳간으로만 생각해 십분 활용하지 못합니다. 사전 편찬자는 모든 걸 고려해 만드는데 이용자는 뜻만 보기에 제대로 우리말이 전승되기 힘든 것 같아요. 말의 뜻 외의 모든 지식이 사전을 통해 후세에 전승되어야 우리말이 제대로 전승됩니다. 낱말의 뜻만 찾으면 얼마든지 낱말에 해당하는 외래어로 바꿔 쓰게 되기 때문이죠. ‘좋아’를 ‘okay(오케이)’로 바꿔 쓰는 것도 뜻만 찾아 낱말이 대체되었기 때문이에요. 낱말의 어휘를 찾는데 그치지 않고 사전을 이용해 우리말을 하나로 이해하면 개별 어휘들이 외래어로 바뀌는 걸 막을 수 있어요. 그걸 잘 판단해서 사전이 제공하는 정보를 최대한 활용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새로운 어휘가 계속 생겨나는 만큼 사전 편찬이 계속 이어지길 바랍니다.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