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개정안, 얼마나 알기 쉬울까?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4기 장진솔 기자

jjsol97@naver.com

 

△알기 쉬운 헌법 만들기 국민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에서 본부 공동대표인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 뉴스1)

 

지난 1월 17일, 한글학회와 한글문화연대 등 국어단체, 흥사단과 한국와이엠시에이(YMCA)전국연맹 등 시민단체,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등 교육학부모단체를 비롯한 41개 단체가 모인 알기 쉬운 헌법 만들기 국민운동본부(이하 ‘국민운동본부’)가 출범했다. 이후 참여 단체는 53개로 늘어났다. 이들은 ‘개정하는 헌법은 알기 쉬운 우리말글을 쓰자.’는 목표를 가지고 활동했다. 그리고 두 달 여 뒤인 지난 3월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헌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이번 헌법 개정안에 국민운동본부가 바라던 바가 얼마나 반영되었는지 기존의 헌법과 하나하나 비교해보자.

△‘알기 쉬운 헌법’에 관한 국민청원. 1529명이 참여했다.
 
우선 국민운동본부가 제안한 청원을 참고하면, 그들이 바라는 바는 다음과 같다. 첫째, 어려운 용어를 쉬운 말로 바꾸고, 우리말답게 문장을 손질해 달라. 둘째, 한자 능력에 따라 국민의 알 권리를 차별할 위험이 있는 국한문혼용 표기를 한글전용으로 바꾸어 달라. 셋째, 대한민국의 공용어는 한국어이고 공용문자는 한글이라는 규정을 새 헌법의 총강(으뜸 강령)에 넣어 달라.

 

기존 헌법에는 국민운동본부가 쉬운 헌법을 위해 마련한 기준 8가지(①알기 쉽게 ⇒ ‘쉬움성(용이성)’, ②친근하게 ⇒ ‘친근성’, ③우리말 규범에 맞게 ⇒ ‘맞춤법/규범성’, ④우리말 문법에 맞게 ⇒ ‘문법성’, ⑤명확하게 ⇒ ‘명확성’, ⑥간결하게 ⇒ ‘간결성’, ⑦사회 변화와 상황에 맞게 ⇒ ‘상황성’ ⑧띄어쓰기법에 맞게 ⇒ ‘띄기법(띄어쓰기법)’)에 어긋나 반드시 바꾸어야 하는 문장이 270개나 된다. 이 중 낱말과 표현 등을 바꾸어야 할 문장은 134개이다. 헌법이 총 헌법 130개 조 319개 문장으로 이루어진 것을 감안한다면, 우리나라 국민에 대한 배려가 없는 헌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며칠 전 발의한 헌법 개정안은 이러한 요구사항들이 얼마나 반영되었을까? 한 마디로, ‘요구를 반영하려는 개선 노력이 돋보이지만, 표준에는 못 미친다.’고 평할 수 있겠다.

 

개헌안에 붙인 ‘헌법 개정안 주요 내용’의 ‘헌법의 한글화 및 알기 쉬운 헌법’ 방향은 국민운동본부에서 주장한 것과 대부분 일치한다. 국한문 혼용에서 한글전용으로 헌법 표기를 바꾼 것은 참 반갑다. 일본어 번역투인 ‘~에 있어서’를 모두 없애고, ‘~에 의하여’를 대폭 줄였으며, 낱말에서도 ‘환부하고’를 ‘돌려보내고’로 ‘조력’을 ‘도움’으로 고치는 등 개선 노력이 돋보인다.

 

그럼에도 아직 개선해야할 점이 많다. 아래는 헌법 개정안에 대한 알기 쉬운 헌법 만들기 국민운동본부의 논평을 참고하여 요약한 개선할 점이다.
개정안에는 한자를 병기한 단어가 총 23개 등장하는데, 이 중에는 ‘연소자’, ‘연한’, ‘궐위’라는 단어도 포함된다. 이 세 단어는 동음이의어가 없는 하나뿐인 낱말이라 한자를 쓰지 않아도 의미를 헷갈릴 리 없다. 또한 한자를 병기한 낱말 중에는 아예 쉬운 낱말로 교체할 만한 것들이 있다. ‘그 부속도서(附屬島嶼)’는 ‘이에 딸린 섬들’, ‘기망(欺罔)’은 ‘속임수’, ‘주류(駐留)’는 ‘주둔’, ‘발(發)할’은 ‘내릴’, ‘임면(任免)한다’는 ‘임명하거나 해임한다’, ‘부서(副署)한다’는 ‘덧붙여 서명한다’, ‘선전(宣戰)’은 ‘전쟁 선포’로 대체한다면 한자를 함께 쓰지 않아도 된다.
‘소급입법’과 ‘경자유전’은 한글로 표기를 했을 뿐 중국어이다. ‘소급입법(遡及立法)으로’는 ‘소급해서 제정한 법률로’,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은 ‘‘농지는 농민에게’라는 원칙’으로 바꾸어 쓴다면 국민들이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동일한 의미의 낱말이나 구문을 겹쳐 쓴, 비합리적인 표현이 있다. ‘선전포고’는 비슷한 의미의 ‘선’과 ‘포고’를 함께 사용했다. 이는 ‘전쟁 선포’로 바꾸어 써야 합리적이다.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에서는 동일한 의미인 ‘의무’와 ‘사명’이 함께 쓰였다. 이는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사명으로 하며’로 바꾸어 써야 한다. 마지막으로 ‘누구도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는 ‘누구도 친족의 행위로’ 또는 ‘누구도 자기가 행하지 않은 행위로’로 바꾸어 쓸 수 있다.
불필요한 피동 표현을 쓴 문장이 있다. 특히 다음과 같은 능동과 피동을 섞어 쓴 문장은 꼭 바로잡아야 한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청구되고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청구하고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처럼 능동 표현으로 고쳐야 한다.
‘또는’이 과잉 사용되었다. 글자 수도 많지 않은 두 세 개의 낱말을 연결할 때에는 ‘또는’ 보다 ‘이나’를 사용하는 것이 간단명료하다. ‘성별 또는 장애 등으로’는 ‘성별이나 장애 등으로’,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은 ‘체포나 구속을 당한’, ‘수용·사용 또는 제한’은 ‘수용·사용이나 제한’으로 바꾸어 써야 한다.
‘모든 사람은 ~지 않는다’, ‘모든 국민은 ~지 않는다’ 구문의 주어부를 각각 ‘사람은 누구도’, ‘국민은 누구도’로 고쳤는데, 다섯 군데가 빠졌다.
띄어쓰기를 매우 소홀히 하였다. 헌법의 띄어쓰기는 국가의 어문 규정인 ‘한글맞춤법’과 국가기관에서 관리하는 ‘표준 국어 대사전’을 따라야 한다. 그런데 국가의 어문 규정을 무시하고 마구 붙여 쓴 것이 매우 많다, ‘부속도서’는 ‘부속V도서’, ‘기본질서’는 ‘기본V질서’, ‘정당운영’은 ‘정당V운영’, ‘인격주체로서’는 ‘인격V주체로서’로 수정해야 한다.

 

위와 같이 몇 가지 수정해야 할 부분이 여전히 남아있기는 하지만, 기존 헌법보다 알기 쉬운 헌법을 만들기 위하여 고민했다는 점이 보인다. 이것은 한글 사용의 역사에서 매우 의미 있는 발자국이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다방면에서 진심으로 국민을 위한 것은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한편 이날 국회로 송부된 개정안은 5월24일까지 국회 의결 절차를 거친다. 국회에서 가결이 되면 5월25일 공고가 되고 6·13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에 부쳐진다.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