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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여름이면 찾아오는 잠비 - 장지호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16. 7. 20.

여름이면 찾아오는 잠비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3기 장지호 기자

jang_0617@naver.com


 

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여름, 무더운 날씨와 함께 장마도 따라왔다. 6월 중순부터 내리기 시작했던 비. ‘비’에는 우리가 잘 모르는 아름다운 순우리말 이름이 많다. 무더운 날씨를 시원하게 날려줄 비, 아름다운 순우리말과 함께 즐겨보는 건 어떨까?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에는 계절에 따라 내리는 비의 이름도 다르다.
봄비가 지나고 내리는 ‘잠비’는 여름철에 내리는 비를 말한다. 여름철에 비가 내리면 일을 못 하고 잠을 잔다는 뜻에서 유래되었다. 비가 내리니 들에 나가서 일을 못 할 바에야 실컷 잠이나 자면서 쌓인 피로를 풀자는 뜻이다. 잠비가 지난 뒤에 추수가 끝나 떡을 해 먹으면서 쉴 수 있다는 뜻을 가진 ‘떡비’가 가을을 알린다. 떡비가 사라질 때쯤 농한기가 찾아와 술을 마시며 놀기 좋다는 뜻의 ‘술비’가 우리 곁을 적신다. 이렇듯 선조들은 계절의 특성과 함께 농사와 연관 지어 순우리말로 비의 이름을 불렀다.

 

장마에는 습기가 많아 우리를 답답하게 한다. 그런데 마른장마라 불렸던 올해 6월의 장마는 소나기를 비롯하여 잔비와 여우비로 시작되었다.
갑자기 세차게 내리다가 곧 그치는 비를 소나기라고 말한다. 소나기는 평소에도 많이 쓰이는 말로 친근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에 반면 여우비와 잔비는 생소하다. ‘여우비’는 맑은 날에 잠깐 뿌리는 비를 말하며, ‘잔비’란 가늘고 잘게 내리는 비를 말한다.

 

힘차고 세차게 내렸던 7월 초의 비에는 어떤 비가 있을까? 자드락비, 장대비, 채찍비를 볼 수 있다. 이름만 들어봐도 6월의 비와 다르게 강한 느낌이다.

 

‘자드락비’란 굵고 세차게 퍼붓는 비를 말한다. ‘작달비’로 줄여서 부르기도 한다. 순우리말이라고 의심할 정도로 낯설게 느껴지는 단어이지만, 뜻을 보면 낱말의 아름다움을 바로 알 수 있다. 굵은 빗방울이 단단한 땅바닥을 두드리는 소리가 실감 나게 느껴진다. ‘장대비’는 장대처럼 굵은 빗줄기로 세차게 쏟아지는 비로 많이들 알고 있는 비이며 지금도 많이 쓰는 말이다. ‘채찍비’는 굵고 세차게 내려치는 비이다. 채찍으로 내리치듯이 내리는 모양을 본떴다. 색다른 재미를 선사해 준다.

 

비가 내리고 나타나는 상황 또한 여러 가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찾을 수 있는 아름다운 우리말들이 있다.

 

이번 장마 역시 며칠 내내 비가 내리면서 하천의 물이 넘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러한 상황을 ‘시위’라 불린다. ‘시위’란 비가 많이 와서 강물이 넘쳐 육지 위로 침범하는 일을 말한다. 물론 많은 사람이 자신들의 생각이나 의견을 나타내며 집회나 행진을 하며 위력을 나타내는 뜻의 한자어 ‘시위(示威)’와는 다른 말로 순우리말이다. ‘시위’와 함께 ‘물마’도 종종 일

어난다. ‘물마’란 비가 많이 와서 사람이 못 다닐 정도로 땅 위에 넘쳐흐르는 물을 뜻한다.

 

평소 많이 들어보지 못한 비의 이름. 말의 느낌도 잘 살고 부르기도 좋아 잘 살려 자주 쓴다면 우리말이 더욱 풍부해질 것이다. 새로운 말을 만들 때도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점점 더워지고 있는 이번 여름은 아름다운 순우리말을 새겨 보며 이겨보는 건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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