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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아, 그 말이 그렇구나(성기지)

반죽. 변죽, 딴죽

by 한글문화연대 2016. 9. 8.

[아, 그 말이 그렇구나-151]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말에 ‘반죽이 좋다’란 표현이 있다. ‘반죽’은 “쌀가루나 밀가루에 물을 부어 이겨 놓은 것”이다. 이 반죽이 잘 되면 뜻하는 음식을 만들기가 쉽기 때문에, 마음먹은 대로 원하는 물건에 쓸 수 있는 상태를 ‘반죽이 좋다’고 말한다. 이 뜻이 변해서 오늘날에는 “쉽사리 노여움이나 부끄러움을 타지 않을 때”에도 ‘반죽이 좋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런 경우의 ‘반죽이 좋다’를 흔히 ‘변죽이 좋다’고 혼동해서 쓰는 경우가 있다. ‘반죽’과 ‘변죽’의 발음이 비슷해서 헷갈리는 경우이다. ‘변죽’은 “그릇이나 과녁의 가장자리”를 뜻하는 말이다. 한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이다. 여기에서 나온 말이 ‘변죽을 울리다’인데, “바로 집어 말을 하지 않고 둘러서 말을 하다.” 곧 ‘남이 눈치를 챌 수 있을 정도로만’ 말하는 것을 뜻한다. 가령, “재개발이 변죽만 울리며 몇 년째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말은, 재개발을 할 것처럼 주변에서 말들이 오갈 뿐 몇 년 동안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 된다. ‘변죽’과 ‘반죽’은 서로 전혀 다른 말이므로 잘 구별해서 써야 한다.


변죽, 반죽과 형태가 비슷한 ‘딴죽’이란 말도 있다. 씨름이나 태껸 같은 데서 발로 상대자의 다리를 옆으로 쳐서 쓰러뜨리는 재주를 ‘딴죽’이라고 하는데, 발로 상대자의 다리를 걸어 당기는 동작을 “딴죽 걸다”라고 한다. 그리고 발로 남의 다리를 후려치는 동작은 “딴죽(을) 치다”라고 한다. 이 말은 “서로 약은 체를 하고 딴죽을 걸고 있다.”와 같이, “서로 동의했던 일을 어기고 딴청만 부릴 때”에도 비유적으로 쓰는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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