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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줄임말 어떻게 사용할까 - 유현호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17. 6. 7.

줄임말 어떻게 사용할까

 

한글문화연대 대학생기자단 4기 유현호 기자

husf14@naver.com

 

▲ 제19대 대선에 나왔던 줄임말 구호들 – 사진: 한계래 신문

 

줄임말의 시대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들은 줄임말 문구를 내세워 홍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였다. ‘투대문’(투표하면 대통령은 문재인이다), ‘홍찍자’(홍준표를 찍어야 자유 대한민국을 지킨다), '대미안'(대신할 수 없는 미래 안철수), '유찍유'(유승민을 찍으면 유승민이 된다) '심알찍'(심상정을 알면 심상정을 찍는다) 등 대선에 관련된 줄임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 국민의 관심 속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 다양한 줄임말이 등장하는 것은 그만큼 줄임말이 우리 일상 속에 정착하였음을 의미한다.

▲ 줄임말을 이용한 간판

 

줄임말이 사회 전반적으로 많이 쓰이게 되면서 이에 대해 찬반 논의가 생기고 있다.

 

옹호론자들은 줄임말이 언어의 변화, 발전의 정상적인 과정이라 생각하고 사람들이 잘 사용하는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우선 사용하기 쉽고 효율적이다. 긴 어휘를 짧게 표현함으로써 의사전달을 빠르게 할 수 있다. 자칫하면 지루해질 수 있는 말을 간결하게 사용할 수 있다. 특히 광고나 사회소통망(SNS)과 같이 한눈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야 하는 매체에서는 줄임말을 더욱 많이 쓰는데 줄임말 표현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빠르게 각인되기 때문이다. 또 글자 수를 적게 쓸 수 있어 효율적인 측면도 크다.

 

말을 직접 만들며 즐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새 줄임말을 퍼뜨리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이 말하기 전에 내가 만들었다는 사실에 그 줄임말에는 더욱 애착을 느끼게 된다.

 

줄임말이 언어놀이로 받아들여지는 것도 한몫한다. 놀이하는 것처럼 자발적으로 이를 학습하고 응용하면서 줄임말을 좋아하고 거부감 없이 쓰게 된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줄임말 사용이 서로 간의 의사소통을 방해한다고 주장한다. 해석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 변형돼 세대 간의 대화와 이해를 단절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또한, 기본을 기본대로 배워야 할 어린이들이 줄임말을 먼저 학습함으로써 생기는 문제점을 제기한다. 줄임말을 남발하면서 본래 단어의 의미를 변질시킨다거나 표준어 표기가 서툴러지는 등의 문제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권순희 이화여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무조건 줄임말을 쓰지 못하도록 막을 순 없겠지만, 어른으로서 이런 줄임말이 얼마나 소통을 어렵게 하는지 아이들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줄임말 사용을 인정함과 동시에 이로써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을 줄여나가자는 취지이다.


그리고 서역 이화여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줄임말을 무조건 쓰지 말라고 혼내면 아이들이 부모에게 벽을 느끼는 역효과가 생길 수 있으니 정확한 뜻을 설명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기성세대가 신세대의 줄임말 사용을 부정하고 비난하기보다는 그들을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한다.

 

줄임말 사용이 많아지는 지금, 적절한 줄임말 사용이 뭘까 고민해 볼 필요가 생겼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답은 각자가 찾아야 한다. 언어 사용의 주체는 자신이기 때문이다. 다만 줄임말 사용의 순기능, 역기능을 생각해보고 사용한다면 원활한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줄임말을 잘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말한다면 대화 장벽을 훨씬 낮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럴 때 비로소 우리의 언어생활이 풍요롭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우리가 말을 하는 목적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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