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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느림의 미학 서예 동아리, 서울여대 서우회 - 김가현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23. 7. 14.

느림의 미학 서예 동아리, 서울여대 서우회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10기 김가현 기자

Jenny001205@naver.com

 

모든 것이 빠르고 신속한 디지털 시대에 예스러운 서예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종이와 붓, 먹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정성껏 써 내려간 서예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전시회에 다녀왔다. 서울여대 서예 동아리 '서우회'는 6월 8일부터 6월 10일까지 삼 일간 '임서전'을 개최했다. 1980년 창립된 서우회는 꾸준히 전시회를 열어 왔는데, 이번 전시는 팬데믹 이후 재개된 전시였기 때문에 더욱 의미 있었다. ‘봄의 끝에서 여름의 시작으로’라는 제목으로 열린 ‘제77회 임서전’에서 서우회의 회장 배현서(22학번) 씨를 만나보았다.

 
 

인터뷰는 6월 8일, 임서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여대 교내 전시장에서 진행되었다. 전시회 방명록을 붓으로 직접 쓰고 전시장을 둘러보니, 한글과 한문으로 쓰인 다양한 서예 작품이 벽면을 꽉 채우고 있었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전시장에는 구성궁예천명(한문), 장맹룡비(한문), 안진경근례비(한문), 반야심경(한문), 낙셩비룡(한글), 옥원듕회연의(한글) 등 다양한 작품이 전시돼 있었다. 그중에서도 한글로 쓰인 작품 '낙셩비룡'과 '옥원듕회연'이 눈에 들어왔다.

(좌)옥원듕회원 (우)낙셩비룡

 

옥원듕회연은 한글궁체정자로 쓰였다. 정자는 획이 단순한 한글의 가장 세련된 조형으로, 외유내강의 품격을 표현한 궁체 정자의 교본이라고 할 수 있다. 초성, 중성, 종성이 서로 부딪힘 없이 질서와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 정갈하다. 강함과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절제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낙셩비룡은 한글반흘림체로 쓰였다. 역동적이고 생동감 있는 한글반흘림체는 끊어지지 않고 유연하게 이어지는 흐름이 매력적이다. 빨리, 효율적으로 쓰는 서예의 필법인 흘림체에서 안정감 있는 정체와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볼펜은 딸깍 하면 끝이지만 붓은 빨려면 시간이 오래 걸려요. 그만큼 정성이 담기죠.” 배현서 씨는 느리지만 정성이 담긴 서예의 매력에 대해 말했다. 반야심경(한문)과 옥원듕회연(한글)을 전시한 배현서 씨는 한글 서예와 한문 서예를 하며 느낀 점도 이야기했다. “한문 작품은 한 장을 완성하는 데 한 시간 반 정도가 걸리지만 한글 작품은 한 장을 완성하는 데만 4시간이 걸려요.” 한문 작품보다 한글 작품을 쓸 때 더 오랜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글 작품은 모음과 자음의 조합에 따라 같은 글자도 쓰는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내공이 더욱 필요하다. 그래서 한문보다 한글을 쓰는 것이 더 재밌다고도 했다. 숙련의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처음 서예를 배울 때는 한자 쓰는 법을 먼저 배우고 그다음 한글 쓰는 법을 배운다. 이번 전시에서 한글 작품보다 한문 작품이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평소 필름 카메라, 노트에 일기 쓰기 등 아날로그적인 것을 좋아한다고 밝힌 배현서 씨는 서예가 감동과 낭만을 준다고 했다. 누군가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비효율적 행위라고 할지라도 서예의 매력은 바로 그러한 ‘느림’에서 온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제77회 임서전 ‘봄의 끝에서 여름의 시작으로’에서 새삼 서예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서울여대 학생뿐만 아니라 외부인도 관람 가능한 다음 전시회 ‘서우회전’은 오는 11월에 열릴 예정이다. 예스럽고 고풍스러운 서예의 ‘느림의 미학’이 더욱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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