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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급식체’를 아시나요? - 간형우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16. 7. 28.

‘급식체’를 아시나요?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3기 간형우 기자
hyeongwookan@gmail.com

 

(사진1)

최근 ‘급식체’ 혹은 ‘휴먼급식체’라고 불리는 말투가 10대와 20대 사이에서 자주 쓰이고 있다. 주로 인터넷에서 쓰는 말투인데, 다른 인터넷 용어들과 마찬가지로 처음 듣는 사람에게는 그 뜻을 추측하기조차 어렵다. 


급식체’는 여러 종류의 형태를 띤다 (사진1). 말의 초성만 딴 형태, 말을 짧게 줄여서 간단하게 표현한 형태, 그리고 외국어를 소리 나는 대로 줄여서 쓴 형태가 대표적이다. 그중 가장 많이 쓰이는 “ㅇㅈ? ㅇㅇㅈ”이라는 표현은 “인정? 응, 인정”의 줄임말이다. 단어 그대로 본인의 주장이나 어떤 상황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는 의미를 지닌다. 급식체는 대부분 앞의 예와 같은 초성, 은어, 비속어, 또는 줄임말로 이루어져 있다. 게다가 상대방이 뜻을 알고 들었을 때 충분히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표현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말투는 아프리카티비 (AfreecaTV)의 방송진행자(Broadcating Jockey, 줄여서 BJ)인 ‘철구’가 가장 먼저 사용한 것으로 나타난다. 아프리카티비는 개인이 인터넷을 통해 방송을 내보낼 수 있는 체계를 갖춘 미디어 회사이다. 방송진행자는 인터넷에서 1인 매체를 통해 방송을 진행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네티즌들이 직접 내용을 수정할 수 있는 온라인 백과사전인 ‘나무위키’에 따르면, ‘철구’가 급식체를 다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 그는 인터넷 방송을 통해 “ㅇㅈ? ㅇ ㅇㅈ”, “응 아니야~”, “앙 기모띠~”와 같은 급식체의 대표적인 표현들을 배급했다.

 

하지만 ‘급식체’라는 명칭 자체는 또 다른 신조어인 ‘급식충’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급식충’이란 단어는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급식과 벌레를 뜻하는 충을 합쳐서 형성되었다. 이는 일반적으로 급식을 먹는 초∙중∙고등학생을 비하하는 포괄적인 표현이다. 초∙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철구’의 말투가 유행되고, 점점 널리 퍼지면서 소위 ‘급식충’들이 많이 쓰는 문체를 ‘급식체’라고 일컫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비단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이와 비슷하게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행이 되었던 인터넷 용어는 이전에도 존재했다.

(사진 2)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발견한 위의 표는 1990년대부터 2010년도까지 인터넷상에서 유행했던 신조어들을 나열하고 있다 (사진 2). 1999년의 ‘당근이지’ (‘당연하지’와 같은 의미를 지닌 표현)에서 부터 2005년의 ‘안습’ (‘안구에 습기가 차다’는 표현으로 주로 슬프거나 눈물이 날 법한 상황에서 쓰인 신조어.)을 거쳐 2010년의 ‘멘탈’ (영어 단어인 mental에서 비롯된 정신력을 나타내는 단어.)까지 여러 형태의 인터넷 용어가 있었다.

이렇듯 지금까지의 인터넷 용어들은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새롭게 탄생하는 것을 반복해왔다. 그러나 ‘급식체’는 다르다. 단순히 신조어나 쉽게 나타나고 쉽게 사라지는 유행어와는 달리 급식체는 하나의 어투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왜 이런 어법에 전혀 맞지 않는 어투가 인기를 끌고 널리 쓰이고 있는 것일까. 10대와 20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유행에 민감하다. ‘급식체’가 처음 쓰인 곳은 요 몇 년 사이에 엄청나게 커진 1인 매체 산업인 아프리카티비이다. 1인 온라인 방송이 인기를 끌고 그 속에서 쓰이는 어투가 자연스럽게 유행을 타게 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처음부터 ‘급식체’를 모를지라도 인기 있는 방송진행자나 또래 친구가 사용하는 것을 보고 따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보인다. 실생활에서 주로 쓰지 않는다고 해도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이나 게임 등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현재 ‘급식체’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나 그것은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왜냐하면 ‘급식체’는 여러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급식체에서 주로 쓰이는 초성체는 우리의 어법을 송두리째 무시한다. 10대와 20대가 무분별하게 이런 어투를 계속 쓰다 보면 정작 우리말인 한국어의 올바른 사용법을 잊어버릴 수 있다. 급식체의 남용은 세대 간의 원활한 소통을 더욱더 어렵게 만들 수 있는 위험성도 지닌다. 그러나 급식체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응 니애미”, “느검 (느그 어무이의 줄임말)”과 같은 상대방의 부모를 비하하고 욕하는 패륜적 표현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실제 온라인상에서나 10대와 20대의 대화 속에서 이런 표현이 너무나도 쉽게 사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미 유행이 되어 널리 펴져 버린 ‘휴먼급식체’를 지금 당장 완전히 근절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작게는 개개인과 각 가정에서 ‘급식체’의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 고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크게는 사회 전반적으로 비속어와 패륜적 성향을 띄는 표현을 지양하는 분위기를 형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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