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세계박람회를 준비하면서 박형준 부산시장과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이 부산을 영어상용도시로 만들겠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학교의 영어교육을 혁신하고 시민의 영어공부 환경을 조성하고, 공공안내판과 시설물 이름, 교통수단 등에 영어를 사용하며, 공문서와 시정 보도에 영어를 사용하는 공공기관 선도 영어사용 전략을 발표하였습니다.
이미 경기도 등 다른 지역에서 실패로 끝난 영어마을을 다섯 곳이나 운영하겠다니 예산을 낭비할 것이며, 공문서의 정책용어와 행정용어에 영어가 넘쳐 정책을 이해하기 어려워지고, 안내판을 비롯한 각종 시설이 영어로 도배되어 시민에게 불편을 줄 것입니다. 한 마디로 예산 낭비, 시민 불편에 남는 것은 영어남용뿐입니다.
사람은 자기 몸을 어디까지 바꿀 수 있을까? 머리칼과 눈썹이 가장 쉽고, 손톱 미용에서 이제는 쌍꺼풀을 넘어 얼굴 전체와 몸매까지 바꾼다. 인공 관절에 인공 장기도 나온다니 언젠가는 뇌까지 바꿀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사람은 자신의 정체성을 무엇으로 증명하게 될까? 요즘은 사람의 넋(혼)이 바뀌는 설정까지 드라마에서 자주 사용한다.
정체성을 건드리지 않은 채 겉만 살짝 손대서
새 멋을 내는 일이 우리 외모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집이나 건물은 ‘리모델링, 리뉴얼’이라고 부르는 ‘새 단장’을 한다. 사용자가 물건을 새로 꾸미고 단장하기도 하지만, 생산자가 그렇게 하기도 한다. 기존 상품의 핵심은 건드리지 않고 주로 겉모습과 일부 기능을 개선해 새 상품처럼 내놓기도 하는데, 특히 자동차에서 이런 경우가 잦다. 집보다 더 오래 붙어 다니고 운전자의 멋과 품격을 대변하기도 하는 물건인지라 운전자에 따라 성능보다도 외관을 더 중요한 선택 요소로 삼는 상품이라서 그렇다.
자동차 업계와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주로 자동차에서 외관이 일부 변경되고 선택 사항이 추가됨으로써 기존 모델과 달라지는 일’을 ‘페이스 리프트’(face lift)라고 부른다. 사람의 심장에 해당하는 엔진과 핵심 성능을 좌우하는 제어 장치들뿐만 아니라 외관까지 몽땅 새로 내놓는 ‘풀 체인지’(full change)의 반대 개념으로 쓰는 말이다. 주름살을 펴는 미용 성형술에서 쓰던 말이라고 하는데, 이제는 운전자의 얼굴과도 같은 자동차의 외관을 개선한다는 뜻으로 이 말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이번 새말모임이 다룬 말은 바로 ‘페이스 리프트’다.
3. 동해선 ‘신해운대역’ 4번 출구, ‘기장역’ 1번 출구에 있는 ‘K&R’이라는 노면 표시를 우리말로 바꿔 써 주십시오. 한글문화연대에서는 2021년 2월 국회 교통위원 장경태 의원에게 K&R 표기 개선을 감독해달라며 건의서를 제출했고 2021년 3월 교통위원회에서는 “국가철도공단과 한국철도공사는 2021년 2~3월 ‘K&R’ 표기를 ‘환승정차구역’으로 명칭을 개선 조치하였고 앞으로 새로 역을 설치할 때 ‘환승정차’, ‘환승정차구역’등 우리말 표기를 사용하겠다고 하였다.”라고 답변하였습니다. 첨부된 「붙임 1.」 자료에 따라 강릉선, 중앙선, 동해선 등 18곳의 역이 K&R을 제거하고 ‘환승정차’라는 우리말 표기로 개선하였습니다.
4. 또한 2020년에 100여명의 일반 국민을 상대로 조사해보았더니 거의 대부분이 Kiss & Ride, K&R의 뜻을 몰랐으며 우리말 표기로 개선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환승정차’, ‘배웅정차’ 등 우리말 표기로 개선한다면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철도 이용객 누구나 의미를 바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과거에는 라디오만 틀면 팝송이 흘러나왔다. 번안곡이 성행했고, 사람들은 영어 가사를 따라 부르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다. 국내 가수보다는 비틀스와 뉴 키즈 온 더 블록 같은 팝 가수를 동경하던 시대였다. 하지만 이제 전 세계 어디에서든 케이팝이 들리는 시대가 도래했다. 방탄소년단은 미국 최고 권위 음악 시상식인 ‘그래미 어워즈’에 섰고, 블랙핑크는 아시아 여성 가수 최초로 빌보드와 영국 공식 차트의 주요 부문을 석권하는 역사를 썼다.
케이팝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한국 문화와 한글에 관심 있는 외국인들이 늘어났다. 2020년 한국관광공사가 케이팝 해외 팬 12,66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63.8%(복수 응답)가 케이팝 외에 한글과 한국어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했다. 케이팝이 한글을 널리 홍보하는 최고의 한글 전도사가 된 셈이다.
2021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맥도날드와 방탄소년단의 합작 메뉴 ‘The BTS 세트’에는 방탄소년단 멤버 뷔가 만든 신조어 ‘보라해’가 한글로 적혀 있었다. 팬들은 한글이 적힌 포장지를 거래하거나 기획 상품을 제작하는 등 열렬한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케이팝이 어떻게 한국어와 한글을 세계 곳곳에 알리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케이팝과 한글이 만든 새로운 문화, ‘돌민정음’
해외 팬들 사이에서는 ‘돌민정음’이라 불리는 신조어가 유행 중이다. ‘돌민정음’은 ‘아이돌(Idol)’과 ‘훈민정음’의 합성어로, 다른 나라 언어로 발음하면 그 느낌이/말맛이/어감이 잘 살지 않는 한국어를 발음 그대로 영어로 읽고 쓰는 것을 의미한다. ‘오빠(Oppa)’, ‘언니(Unnie)’, ‘막내(Maknae)’ 등이 대표적이다. 나이에 따라 달리 부르는 호칭이 없는 나라에서는 이러한 말들을 그대로 가져가 쓰며, 번역하는 과정에서 호칭이 사라지면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한다. 아이돌 그룹 일원들의 관계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한국의 특별한 팬 문화를 해외 팬들도 그대로 가져와 사용했기 때문이다. ‘연습생(Yeonseupseng)’이나 ‘띠동갑(Tteedonggab)’ 등 한국 사회 특유의 맥락 속에서 쓰는 단어들도 자주 등장한다. 이러한 용어들은 엠제트(MZ) 세대를 중심으로 누리소통망을 통해 확산하며, 자연스레 한국 문화와 한글을 받아들이는 계기로써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