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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너와 나의 서울은 어디에...- 간형우 기자, 유다정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16. 11. 30.

너와 나의 서울은 어디에...
도시 브랜드? 사라진 우리말!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3기

유다정 기자 yoodj92@daum.net,

간형우 기자 hyeongwookan@gmail.com

 

영어가 우선되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사진 1 서울시 브랜드 3가지 형식

‘아이·서울·유(I·SEOUL·U)’. 작년 10월 28일 확정된 서울시의 새로운 브랜드이다. “나와 당신이 이어지며, 함께 공존하는 서울”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서울시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나(I)의 옆에 붉은 점은 열정을 상징하고 당신(U)의 옆에 푸른 점은 여유를 상징한다고 한다. ‘서울(SEOUL)’의 영문 ‘O’를 옛 한글의 ‘ㆁ(이응)’으로 대체해서 서울과 세계의 공존을 표현했다.

 

브랜드 형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기본형인 ‘아이·서울·유(I·SEOUL·U)’, 국문조합형인 ‘아이· 서울· 유(I·SEOUL·U) / 너와 나의 서울’, 국문기본형인 ‘나·서울·너 / 서울(SEOUL)’이 있다 (사진1). 기본형과 국문조합형은 서울시 공식 홈페이지의 ‘서울브랜드 소개’란에서 찾을 수 있다. 이와 다르게 국문기본형은 같은 페이지에서 찾을 수 없지만, ‘서울브랜드 길라잡이’를 통해서 구할 수 있다. ‘서울브랜드 길라잡이’에서는 서울브랜드의 다양한 활용 예시와 여러 형태로 활용하기 위한 조건 등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서울시는 새로운 브랜드의 홍보를 위해 대표 상징물을 작년부터 제작하여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대형 문자조형물 1개, 중형 문자조형물 1개, 브랜드 공공의자 2개, 사인물 1개가 설치되어있다. 대형 문자조형물은 한강공원, 중형 문자조형물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공공브랜드 의자는 서울시민청, 사인물은 서울시 신청사에 각각 전시되고 있다. 이중 공공브랜드 의자 2개에만 국문브랜드가 붙어 있다.

 

국문브랜드가 어떻게 쓰였는지 직접 알아보기 위해 서울 시민청을 직접 방문했다. 시민청에 들어서서 서울시 브랜드의 국문기본형이 표출된 공공의자를 찾아 헤맸지만 찾을 수 없었다. 안내직원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위치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가리킨 두 공공의자에는 ‘아이·서울·유(I·SEOUL·U)’라고만 적혀 있었다 (사진 2).

사진 2 <공공브랜드 의자(정면에서 보았을 때)>

안내 직원에게 다시 국문브랜드가 표출된 의자가 저 두 가지가 맞는지 물었다. 그러자 그는 나에게 담당 부서의 번호와 담당자의 이름을 알려주었다.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국문브랜드가 의자의 반대편에 적혀 있다는 답을 들었다. 짙은 남색으로 된 의자는 벽에 밀착되어 있었다. 흰색 의자 역시 한 조형물 앞에 놓여있었다. 몇 번이나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 다니고 의자의 위치를 이동시키고 나서야 겨우 ‘나·서울·너’ 그리고 ‘나와 너의 서울’이라는 표시와 마주할 수 있었다. (사진 3).

사진 3 <공공브랜드 의자(뒷면에 표출되어있는 국문브랜드)>

한마디로 한글이 영어에 가려져 있었다. 마치 국문브랜드가 부끄러워 숨겨놓은 듯 했다.운 듯이 숨겨져 있었다. 게다가 남색 의자에 표출되어있는 ‘나와 너의 서울’은 옳지 않은 사용법이다. 작년에 이미 ‘나와 너’의 사용이 올바른 국어 표현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아서 서울시는 공식 문구를 ‘너와 나의 서울’로 변경했다. 서울시에서 제작하고 운영 중인 브랜드 상징물 중 유일하게 국문브랜드가 표출된 공공브랜드 의자는 ‘나와 너의 서울’을 홍보하고 있었다. 벽을 바라보면서.

 

국문브랜드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서울시 도시브랜드 시민소통기획팀에 속한 담당자의 말을 들어보았다. 그는 ‘아이·서울·유(I·SEOUL·U)’가 시민의 응모와 투표를 통해 선정되었지만, 이후 한글형 국문브랜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너와 나의 서울’과 ‘나·서울·너’가 탄생했다. 하지만 국문기본형인 ‘나·서울·너’가 단독으로 적용된 홍보물은 없다고 전했다. 아직 ‘아이·서울·유(I·SEOUL·U)’가 서울시 공식 브랜드로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브랜드가 공식적으로 채택된 지 1년밖에 안 된 상황에서 여러 가지 형태의 브랜드를 보여주면 혼란이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아이·서울·유(I·SEOUL·U)’가 먼저 자리 잡기 위해 영문기본형 홍보에 주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I·SEOUL·U’라고 로마자로 표기된 영문형 브랜드를 국내에서 널리 알리는 것은 외국인을 위한 것일까? 서울시민을 포함한 내국인을 위한 것일까? 한국의 수도인 서울이 가장 서울다운 게 외국인들의 관심을 더 많이 끌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아무리 응모와 투표로 결정되었다고 하지만, 로마자 표기로 서울다움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싶다.

 

도시 브랜드, 우리말로 더 멋지게

우리 한글을 사용한 브랜드는 없을까? 강원도 강릉시와 세종특별자치시가 눈에 띄었다.

먼저 강릉시는 강릉을 상징하는 소나무를 내세웠다. 마음의 평안과 휴식을 주는 소나무를 통해 관광휴양도시로서의 강릉을 잘 표현했다. 물론 영문 표기는 있었지만, 한글이 훨씬 크게 표시되어 있다.


113명을 대상으로 한 지자체 브랜드 호감도 조사*에서도 46%(52표)로 1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세종특별자치시는 ‘우리나라 최초 한글도시’라는 특징을 강조했다. 특히 한글 자모'ㅅ'을 우리나라 전통 기와의 모습으로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다. 또한 세종시에서는 이 기와를 태극기의 건곤감리를 결합한 형태라고 설명한다. 조화와 균형, 생성과 발전을 의미하는 건곤감리처럼 우리나라의 균형 발전을 이끄는 세종특별자치시의 역할을 강조했다.


세종시의 브랜드는 21.2%(24표)로 서울특별시의 ‘ISEOULYOU’와 공동 2위를 차지했다. 각 브랜드를 선호하는 이유로 ‘그 지역 특성을 잘 살린 것 같아서’를 가장 많이 뽑혔았다.(39.8% 45표)

 

서울시는 서울의 브랜드를 ‘3세대형 도시브랜드’라고 설명한다. 3세대형은 해석에 중심을 둔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열어 두는 방식인 것이다. 서울시 브랜드가 설명을 해야 알아듣는다는 비판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른 도시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서울시의 특징이 보이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

 

 

사진6 한글을 사용한 지자체 브랜드(경기도 안성시, 전북 전주시, 충남 공주시)

또한 서울시 브랜드 ‘ISEOULYOU’가 영문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비판받을 점이다. 대한민국 대표 도시로서, 그 매력을 보여주는 데 한글이 더 적합하지 않을까? 경기도 안성시나 전북 전주시는 한글을 사용해 멋스러움을 보여줬다.

 

‘ISEOULYOU’가 서울시 브랜드가 된 지 1년이 다 되어간다. 이전 브랜드를 교체하고, 새로운 브랜드를 홍보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소요됐다. 하지만 ‘아이서울유’를 홍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문기본형인 ‘나.서울.너’와 ‘너와 나의 서울’이 공존해야 한다. 우리말인 한글을 제쳐놓고 굳이 로마자표기법만 앞세운다면 우리의 정체성은 점차 흐릿해질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당장 시민청에 배치된 두 개의 공공브랜드 의자의 위치를 수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너와 나의 서울’이 ‘아이서울유’ 뒤에 숨겨진 채 벽만 바라보고 있지 않도록 말이다.

 

* 지자체 브랜드 호감도 조사는 강원도 강릉시·경기도 안성시·서울특별시·세종특별자치시·충남 공주시, 총 5개 지자체의 브랜드를 선택지로 가장 마음에 드는 브랜드와 그 이유를 물은 결과다. 총 113명이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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