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198] 성기지 운영위원

 

무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예식장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아들딸을 다 키워놓으면 자기들끼리 짝을 이뤄서 부모 곁을 떠나는데, 우리말에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뜻하는 ‘여의다’와 ‘여우다’가 있다.

 

‘여의다’는 “부모나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서 이별하다.”란 뜻으로 쓰는 말이다. 그런데 어느 때부턴가 이 말을 “딸을 여의다.”처럼 ‘딸을 시집보내다’라는 뜻으로도 쓰게 되었다. 본디 딸을 시집보내는 것을 이르는 우리말은 ‘여의다’가 아니라 ‘여우다’이다. “아랫마을 김씨네가 막내딸을 여운다고 해.”처럼 요즘도 시골 어르신들이 자주 쓰는 말이다. 그런데 ‘여우다’가 ‘여의다’와 발음이 비슷한데다가, 아주 옛날에는 딸을 시집보내고 나면 다시는 볼 수 없었기 때문에 마치 죽어서 이별한 것과 다름없다 하여 그 슬픈 심정을 “딸을 여의다.”로 에둘러 표현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오늘날에는 아예 딸을 시집보낸다는 뜻의 ‘여우다’는 표준말에서 비껴나 버리고 ‘여의다’만이 표준말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여우다’는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뚜렷하게 살아있는 순 우리말이다. 이제 문화도 많이 달라져서 딸을 시집보낸다고 해서 못 보게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딸을 여의다.”는 말은 맞지 않게 되었다. 하루빨리 ‘여우다’를 표준말의 자리에 찾아 앉혀서, 딸이 세상을 떠났을 때는 “딸을 여의다.”라고 하고, 딸을 시집보낼 때는 “딸을 여우다.”라고 하여 뜻을 뚜렷하게 구분하여 사용했으면 한다. 우리말을 가멸게 하는 길은 멀리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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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