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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B염', '동해번쩍 서해번쩍'…가볍게 웃어넘길 일일까 - 안지연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23. 7. 11.

'B염', '동해번쩍 서해번쩍'…가볍게 웃어넘길 일일까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10기 안지연 기자

hoho2478@naver.com

 

출처: 네이버 ‘B염’ 검색 결과

 

 

‘B염’은 무슨 질환인가요

‘B염 수술 꼭 받아야 하나요?’ 인터넷에 올라온 글들을 읽다 보면 다양한 맞춤법 오류를 보게 된다. 이 질문은 호흡기 질환인 ‘비염’과 간 질환인 ‘B형 간염’을 헷갈려 쓴 표기로 보인다. 이밖에도 입문계(인문계), 시럽계(실업계), 동해번쩍 서해번쩍(동에 번쩍 서에 번쩍) 등 틀린 맞춤법 표기가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몇 년 전에는 일부 누리소통망(SNS)에서 일부러 틀린 표기로 글을 쓰는 것이 유행하였다. 트위터의 한 이용자가 해시태그 "#네글자로_사람을_화나게_해_보자"를 달고 ‘외않됀데’라는 글을 올렸고, 이는 큰 관심을 끌면서 다른 틀린 표기들도 유행시켰다.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외않되(왜 안 돼)’, ‘얼른 낳아(나아)’, ‘시험시험해(쉬엄쉬엄해)’ 등 올바른 표기를 알면서도 일부러 틀린 표기로 글을 쓰고 소통하였다. 이러한 유행은 잘못된 맞춤법을 쓰는 사람을 비꼬는 장난으로 시작됐지만, 이제는 일부러 맞춤법을 틀리는 것인지 정말로 맞춤법을 틀린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틀린 표기가 많아졌다. 과거에는 맞춤법을 틀리면 정정해주는 댓글이 달렸지만, 이제는 정정하는 댓글에 ‘일부러 틀린 것이다’, ‘재미로 쓴 표현에 진지하게 달려든다’라는 답글이 달린다.

 

 

자주 틀리는 맞춤법

자주 틀리는 맞춤법
틀린 표기
올바른 표기
틀린 표기
올바른 표기
시럽계
실업계
입문계
인문계
(병이) 낳다(낳아)
낫다(나아)
동해번쩍 서해번쩍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시험시험해
쉬엄쉬엄해
B염
비염 또는 B형 간염
외않되
왜 안 돼
무적권
무조건

 

사람들이 자주 틀리는 맞춤법의 유형을 알아보자. 먼저 비슷한 발음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시럽계’는 ‘실업계’의 발음을 그대로 표기하였고, ‘동해번쩍 서해번쩍’ 또한 관용구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을 비슷한 발음으로 표기한 것이다. ‘시험시험해’는 ‘쉬엄쉬엄해’의 잘못된 표기로, 주로 시험을 준비할 때 쓰이던 말이 비슷한 발음으로 바뀌어 ‘시험시험’이라는 잘못된 표기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서로 뜻이 다른 두 단어를 혼동하여 틀리는 경우다. ‘입문계’는 ‘인문계’의 ‘인문’을 비슷한 단어인 ‘입문’과 혼동하여 틀린 단어이다. ‘낫다’는 ’병을 고쳐 원래 상태로 돌아온다는 뜻으로, 활용형으로 쓰일 때 ‘나아’라고 표기한다. 그러나 활용형을 쓸 때 받침에 ㅎ을 넣어 ‘낳아’라고 쓰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렇게 쓰면 상대방의 치유를 바라는 것이 아닌 상대방의 출산을 바라는 것으로 의미가 바뀌어버린다. ‘B염’의 경우, 어감이 비슷한 두 단어인 ‘비염’과 ‘B형 간염’을 혼동하여 나온 표기이다. 문맥을 통해 두 질환 중 어느 것을 말하는지 알 수는 있지만, 의미를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단어를 골라 올바르게 표기하여야 한다.

 

재미를 위해 일부러 맞춤법을 틀리기도 한다. ‘왜 안 돼’를 변형한 ‘외않되’의 경우, 흔히 틀리는 맞춤법인 ‘안 돼’를 ‘않되’로 쓰는 데서 유래했다. ‘않되’라고 쓰는 사람들을 비꼬기 위해 만들어진 말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재미로 쓰는 표현으로 정착하였다. 마찬가지로 ‘무적권’ 또한 ‘무조건’을 우습게 변형한 표현이지만 점차 사람들이 많이 쓰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인터넷에서 이러한 표기를 보면 맞춤법을 몰라서 틀린 상황인지, 아니면 재미를 위해 일부러 틀린 상황인지 구별하기 어려워졌다.

 

 

 

명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서는 올바른 표기를 사용해야

실수로 또는 일부러 맞춤법을 틀리는 단어를 볼 때마다 가볍게 웃고 넘어가도 될까? 인터넷은 모두가 이용하는 공간이며, 이용자층의 연령대와 교육 수준이 매우 다양하다. 특히 어린이의 경우, 한창 국어 교육을 받는 시기에 인터넷에서 잘못된 표기를 먼저 학습하면 정정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또한 틀린 맞춤법을 보고도 일부러 틀렸다고 생각하여 지적하지 못하는 일이 많아질 수도 있다. 물론, ‘팔도비빔면’이 ‘괄도네넴띤’이라는 시각적으로 비슷한 표기로 출시된 것처럼 일부러 틀린 표기에서 흥미로운 결과물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창의적인 변형이 나오려면 먼저 정확한 표기를 알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고의로 맞춤법을 틀리려면 먼저 바른 맞춤법을 알아야 한다. 또한 독자들이 글의 내용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작성자는 맞춤법을 지키고자 노력해야 한다. 잘못된 맞춤법이 많은 글에서는 글의 내용과 관련된 댓글만큼이나 맞춤법을 지적하는 댓글이 많이 달린다. 틀린 표기로 검색하면 올바른 표기를 썼을 때보다 원하는 내용을 찾기가 어렵다. 인터넷에서 글을 의도대로 전달하기 위해서, 그리고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올바른 맞춤법으로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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