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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환경을 위하면서 우리말도 함께 위할 수는 없을까? - 박수진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23. 7. 14.

환경을 위하면서 우리말도 함께 위할 수는 없을까?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10기 박수진 기자

nur351@naver.com

 

‘나는 ESG 경영을 하는 기업에서 만든 리유저블 컵을 사용하고 있어.
내일은 친구와 플로깅을 가기로 했어.’

 

이 문장의 뜻은 무엇일까?

 

최근 젊은 층에서는 ‘가치 소비’가 큰 유행이다. 가치 소비란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추구하거나 본인의 심리적 만족이 큰 제품은 소비하고 그렇지 않은 소비는 절제하는 행동을 의미한다. 가치 소비를 통해 자신의 신념을 표현하기도 하는데, 환경을 위한 소비가 대표적이다. ‘노 라벨’ 제품, ‘비건’과 ‘동물복지인증’ 등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그 예이다. 제품을 구매할 때 단순히 가격이나 품질만 따지지 않고 제품과 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한다. 다음 표를 보면 엠지(MZ) 세대는 비싸더라도 환경을 위하는 제품을 구매하려는 성향이 어느정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엠지(MZ) 세대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환경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에서도 환경을 위한 여러 행동이 생겨났다. 소비자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한 활동이나 사회공헌 활동에 주력한다. 그런데 이와 동시에 그 행동을 가리키는 외래어 중심의 어려운 신조어도 등장하고 있다. 환경 보호에는 앞장서지만 한국어 보호는 뒷전인 모습이다. 평소 환경 관련 기사나 기업의 보고서를 보면서 ‘이게 무슨 뜻일까.’ 고민해본 적이 있지 않았는가? 다음은 환경 관련 신조어의 예이다. 예시를 보며 환경 관련 용어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 용어만 보고 말뜻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지 확인해보자.

 

1) 필(必)환경

기존의 친환경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인식에서 만들어진 합성어이다. 반드시 ‘필’과 환경이 합쳐진 용어로 환경 보호는 필수적이라는 뜻이다.

 

2) ‘ESG’ 경영

기업들이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 고려해야 할 3요소인 환경 보호, 사회적 책임, 윤리경영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약어이다.

 

3) 그린슈머

스스로의 가치판단을 토대로 주체적으로 소비하는 가치 소비와 관련하여, 환경을 특히 고려하는 소비자를 말한다. 그린(green)과 컨슈머(consumer)가 합쳐진 말이다.

 

4) 플로깅 

뛰거나 산책하며 쓰레기를 줍는 활동이다. ‘이삭을 줍는다’라는 뜻의 스웨덴어 ‘플로카 우프’와 달리기를 뜻하는 영어 ‘조깅’의 합성어이다,

 

대부분 외래어가 그대로 사용되거나 다양한 외국어가 합쳐져 줄어든 형태이다. 위와 같은 용어들은 처음 봤을 때 무슨 뜻인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1월 7일부터 12일까지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어려운 외국어에 대한 우리말 대체어 국민 수용도' 조사에서 응답자 중 62.1%가 ‘ESG 경영’을 쉬운 우리말로 바꾸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ESG 경영’은 ‘환경, 사회, 투명 경영’이라고 바뀌기도 했다. ‘필환경’의 경우 그나마 환경이라는 표현이 들어가서 환경에 관한 용어임을 유추할 수 있지만 그 외의 단어는 어떤 것과 관련된 단어인지 감조차 잡기 어렵다. 하나같이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단어지만 외국어가 줄임말로 유통되거나, 외국어가 합쳐져 '신조어'로 재탄생해 유통되다 보니 이해하기 어렵다.

이렇게 어려운 용어가 난무하는데, 과연 어떻게 환경을 위한 행동을 할 수 있을까, 누구나 들으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말이 환경을 위한 행동으로 더 쉽게 이끌 수 있지 않을까? 최근에는 기존 외국어 단어가 한국어로 바뀌고 있는 사례도 있다. 아래의 사례를 보면 어려운 외국말이라도 충분히 한국어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 ‘리유저블 컵’-->다회용 컵

‘리유저블 컵’은 재사용할 수 있는 다회용 컵을 의미한다. 일회용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리유저블 컵, 리유저블 텀블러’로 판매하던 것을 최근 ‘다회용 컵’으로 바꾸어 판매하고 있다.

 

2) ‘업사이클링’-->새활용

‘업사이클링’은 ‘업그레이드’와 ‘리사이클링’의 합성어로 버려지는 폐기물을 재활용을 통해 기존보다 더 좋은 품질, 더 높은 수준의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폐우산이나 현수막들을 활용하여 잡화를 생산하는 것이 그 예이다. 최근에는 이 ‘업 사이클링’이라는 단어를 새활용이라는 우리말로 바꾸어 사용하고 있다.

 

3) ‘제로웨이스트’-->용기 내!

음식 포장으로 발생하는 불필요한 쓰레기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천 주머니, 다회용기 등에 식재료나 음식을 포장해 오는 운동이다. 그릇을 뜻하는 용기와 씩씩한 기운을 나타내는 용기를 함께 떠올리게 한다.

▲ (왼쪽부터) 롯데시네마의 용기내 캠페인 포스터(출처: 롯데시네마 공식 홈페이지), 스타벅스의 다회용 컵 반납기(출처: 여니의 메모리 블로그)

 

위와 같이 외래어보다 한국어로 표현될 때 환경 관련 용어라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환경을 위한 활발한 실천에 더욱 활발히 참여할 수 있도록 이제는 그 단어를 좀 더 쉽게 바꾸어 가면 어떨까. 그러면 누구든 직관적으로 의미를 파악하여, 정확히 몰랐던 환경 관련 운동을 알고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환경을 위하면서 우리말도 함께 위할 수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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