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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아, 그 말이 그렇구나(성기지)361

주기와 주년 [아, 그 말이 그렇구나-272] 성기지 운영위원 영화 평론가들로부터 그리 호평을 받지 못하였음에도 는 ‘아이들과 함께 볼 만한 영화’로 흥행을 이루며 개봉 20일 만에 270만 관객을 넘어섰다. 일반에 덜 알려졌던 조선어학회의 일제강점기 활동을 조금이나마 비추어낸 것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성과이다. 조선어학회 중심인물 가운데 한결 김윤경 선생이 있다. 김윤경 선생은 주시경 스승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로서 조선어학회(뒷날 한글학회)와 평생을 함께하였다. 1937년 수양동우회 사건,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수난을 겪은 선생이 오는 2월 3일, 50주기를 맞이한다. 어떤 특정한 일이 일어난 때를 기리어 1년씩 기준하여 헤아리는 단위로 ‘주년’과 ‘주기’가 있다. 해마다 돌아오는 그 날을 순 우리말로 ‘.. 2019. 1. 30.
말글 독립을 위해 [아, 그 말이 그렇구나-271] 성기지 운영위원 ‘물’을 써놓고 찬찬히 살펴보면, 입 모양과 닮은 ‘ㅁ’ 자 아래에 ‘ㅜ’ 자가 식도처럼 내려가 있고, 그 아래에 대장의 모양과 비슷한 ‘ㄹ’ 자가 받치고 있다. 이것은 물이 사람의 몸에 들어가서 온 몸 안에 흐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 ‘물’ 자와 아주 닮은 글자가 바로 ‘말’ 자이다. 두 글자가 다른 곳이라곤 ‘ㅁ’ 자와 ‘ㄹ’ 자 사이에 있는 홀소리 글자뿐이다. ‘말’은 ‘ㅁ’ 자 다음의 홀소리 글자가 아래로 향해 있지 않고 오른쪽에 놓여서 확성기처럼 입을 밖으로 내몰고 있는 꼴이다. 마치 제 뜻을 입을 통하여 밖으로 알리려는 것처럼 보인다. 말은 남에게 비춰지는 자기 자신의 모습이다. 깨끗한 말을 쓰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 자.. 2019. 1. 23.
백세 시대 [아, 그 말이 그렇구나-270] 성기지 운영위원 ‘백세 시대’라는 유행어는 무병장수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을 더욱 뜨겁게 달군다. 전화나 편지로 전하는 안부에는 언제나 ‘건강’이 최고의 인사말이다. 날씨가 영하로만 내려가도 오리털 가득 채운 방한복에 싸인 에스키모들이 넘쳐나고, 먼지가 많다 싶으면 빠짐없이 입마개들을 하고 거리에 나선다. 실제로 우리 주위에는 건강하게 장수를 누리는 어르신들이 많다. 흔히 장수를 축하하는 잔치에서, 칠순을 ‘고희’라고 하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팔순이나 구순에도 비슷한 별칭이 있을 것이라 짐작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말에서 80살은 그대로 ‘팔순’이며, 90살은 ‘구순’이라고 하면 된다. 일부에서는 팔순을 ‘산수(傘壽)’라 하고, 구순을 ‘졸수(卒壽)’라고도 쓰는데, 이것.. 2019. 1. 16.
나침반과 나침판 [아, 그 말이 그렇구나-269]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가 자주 쓰는 말들 가운데는 발음이 헷갈려서 잘못 적고 있는 말들이 더러 있다. 받아쓰기를 해보면, ‘폭발’을 ‘폭팔’로 적는 학생들이 많다. [폭빨]이라고 발음해야 할 낱말을 [폭팔]로 잘못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판판하고 넓은 나뭇조각은 ‘널판지’가 아니라 ‘널빤지’라고 해야 올바른 말이 된다. ‘널빤지’는 (한자말이 아닌) 순 우리말이다. 이 말을 한자말로 표현하면 널조각 판(板) 자를 붙여 ‘널판’ 또는 ‘널판자’가 된다. 곧 ‘널빤지’라고 하거나 ‘널판’, ‘널판자’라고 하는 경우만 표준말이다. 그런가 하면, 발음의 혼동으로 잘못 적히던 말들이 그대로 복수 표준어로 인정된 사례도 있다. 기계 장치들의 작동 상태를 알리는 눈금을 새긴 면을.. 2019. 1. 9.
아퀴, 잡도리 [아, 그 말이 그렇구나-268] 성기지 운영위원 황금돼지해라 불리는 새해가 밝았다. 누구나 한 해 동안 여러 가지 어수선한 일들이 있었을 텐데, 이렇게 어수선한 일들을 하나하나 정리해서 갈피를 잡은 뒤에 끝매듭을 짓는 것을 ‘아퀴 짓는다’고 한다. 여기서 ‘아퀴’는 어수선한 일들을 갈피 잡아 마무르는 끝매듭을 뜻하는 순 우리말이다. “한 해를 아퀴 짓고 새해를 맞이하자.”고 하면, 한 해 동안 있었던 잡다한 여러 일들을 제자리에 잘 끼워 맞추고 새해를 맞이하자는 뜻이 된다. ‘아퀴’라는 말이 요즘 잘 쓰지 않아서 낯설게 들리는 데 비하여, 이와 비슷한 ‘매조지다’라는 말은 비교적 귀에 익숙한 말이다. ‘매조지다’라고 하면 “일의 끝을 단단히 단속하여 마무리하다.”는 뜻으로 쓰이는 순 우리말이다. “소포.. 2019. 1. 2.
신병 인도 [아, 그 말이 그렇구나-267] 성기지 운영위원 새해 들어 개봉되는 영화 가운데 ‘말모이’가 눈에 뜨인다. 일제강점기 아래에서 모진 박해에도 굴하지 않고 조선말 사전을 만들어낸 조선어학회 어른들의 희생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그 암울한 시기에 우리말을 지켜내 독립의 기틀을 삼았음에도, 광복 70년이 훨씬 지난 아직까지 우리는 일본말을 오롯이 떨쳐내지 못하였으니 부끄러운 일이다. 넓은 뜻으로 우리말이라고 하면, ‘하늘’, ‘땅’, ‘사람’과 같은 순 우리말과 ‘천지’, ‘인간’, ‘세상’과 같은 한자말을 포함하여 이른다. 그런데 우리가 쓰는 한자말 가운데는 우리말 곧 우리식 한자말이 아닌 것들이 무척 많이 섞여 있다. 그 대부분은 일본말이다. 가령 “정부의 납득할 수 없는 인사”라는 기사에 쓰인 ‘납득’.. 2018. 12. 26.
재원과 재사 [아, 그 말이 그렇구나-265]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말에는 여자의 속성이나 행동을 빗대는 말도 많지만, 여자의 재주나 능력을 가리키는 말도 더러 있다. 오래 전에 어느 매체에서 “박태환 선수는 우리나라 수영계를 이끌어갈 재원이다.”란 기사를 본 적이 있었는데, 이 ‘재원’이란 말을 남자에게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재원(才媛)’은 재주 ‘재(才)’ 자에 ‘미인, 여자’를 일컫는 ‘원(媛)’ 자가 결합해 이루어진 말이다. 한자말 그대로 뜻풀이하면 ‘재주가 뛰어난 젊은 여자’를 일컫는다. 따라서 ‘재원’은 여자에게만 쓸 수 있는 말이다. 비슷한 말로 ‘재녀(才女)’라는 말도 흔히 쓰고 있다. 그러면, 재주가 뛰어난 남자를 가리키는 말은 따로 없을까? 남자의 경우에는 ‘재사(才士)’라는 말을 쓸 수 있다.. 2018. 12. 20.
낱개 [아, 그 말이 그렇구나-264] 성기지 운영위원 같은 낱말을 나란히 써서 복수를 나타내게 되는 ‘곳곳이’, ‘번번이’, ‘틈틈이’ 들이 있는가 하면, 여럿 가운데 하나하나를 가리키는 ‘낱낱이’도 있다. 단위를 헤아릴 때 가장 많이 쓰는 말이 ‘개’(個)라는 한자말이고, 이 개에 해당하는 순 우리말이 바로 ‘낱’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나하나 포장되어 있는 물건을 “낱개로 포장되었다.”고 말한다. 두 낱 이상임을 나타내기 위하여 똑같은 뜻의 순 우리말 ‘낱’과 한자말 ‘개’를 겹쳐 쓴 사례이다. 여러 낱을 가리킬 때 이를 ‘낱개’처럼 나타내다 보면 우리말 “낱낱”은 사라지게 된다. “낱개로 포장되었다.” 대신 “낱낱으로 포장되었다.” 하고 말하는 것이 우리말을 보존해 나가는 길이다. 이처럼 반복.. 2018. 12. 12.
장을 지지다 [아, 그 말이 그렇구나-263]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 속담 가운데 ‘장을 지지다’는 말이 있다. 자기가 주장하는 것이 틀림없다고 장담할 때 ‘장을 지지다’라는 표현을 쓴다. 이 속담이 어떤 의미에서 생긴 말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들이 있다. 이때의 ‘장’을 ‘掌’(손바닥 장)으로 보면 ‘장을 지지다’는 ‘손을 지지다’로 해석되고, ‘장’을 된장이나 간장을 뜻하는 ‘醬’(젓갈 장)으로 보면 ‘장을 지지다’는 ‘장을 끓이다’로 해석되며, ‘장’을 ‘章’(글 장)으로 보면 ‘인장(印章)을 지지다’로 이해된다. 그런데 이 속담은 그냥 ‘장을 지지다’로만 전해지지 않고 “손에 장을 지지겠다.”, “손바닥에 장을 지지겠다.”처럼 구전되어 쓰이고 있다. 그렇다면 손이나 손바닥을 중복해 쓴 ‘掌’보다 ‘醬’ 또는 .. 2018. 1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