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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15

호칭 과잉 사회 [우리 나라 좋은 나라-70] 김영명 고문 아내가 수퍼(아무리 우리말 사랑이라고 해도 수퍼지 가게가 아니다)에 갔다 오더니 이렇게 말한다. 돈 받는 아주머니한테 아주머니 했더니 아주머니가 뭐예요 언니라고 해야지 하더란다. 아주머니가 어때서요 좋은 말인데 했더니 그래도 자기는 기분 나쁘다고 했단다. 참 어이 없는 세상이 되었다. 그럼 나는 그 사람한테 누나 그래야 되나? 그럼 엄청나게 더 기분 나빠 하겠지? 웬 할배가 누나라고 하니... 난 누가 아저씨 그러면 고맙겠다. 할아버지 안 그러니...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서는 호칭에 엄청나게 뻥튀기가 생겼다. (뻥튀기는 맛있는 추억의 음식인데 이렇게 부정적으로 거론하는 것이 참 그대에게 미안하다.) 그 사회심리학적인 원인들은 여러분들이 짐작할 수도 있고 여러분.. 2018. 6. 21.
공문서의 ‘필히’와 ‘본’ [아, 그 말이 그렇구나-233]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나라 공문서에는 아직까지도 외국어투 문장이나 이른바 ‘공문서투’라 불리는 불필요한 표현이 많이 쓰이고 있다. 가장 흔한 예가 일제 때의 낡은 버릇이 남아 있는 표현들이다. 예를 들어, 공문서에서는 “필히 참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와 같은 표현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때의 ‘필히’라는 말은 일본에서 ‘必ず’(かならず)라고 쓰는 것을 한자음 그대로 ‘필히’라고 읽어버린 것이다. 이는 우리말 ‘반드시’, ‘꼭’ 들과 같은 뜻이므로, 공문서에서도 “반드시 참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로 써야 한다. 일상생활에서도 “꼭 와야 해.”라고 하지 “필히 와야 해.”라고 하지는 않는다. 일제 때의 버릇 가운데, “본 공문으로 대신함”, “본 상품의 결함” 들처럼, .. 2018. 4. 25.
킹 크랩과 민주주의 [우리 나라 좋은 나라-53] 김영명 공동대표 한 열흘 전에 킹 크랩 값이 폭락했다고 뉴스에서 떠들었다. 얼마에서 얼마로 떨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내 관심도 끌었으니 말이다. 이 기회에 한 번 사먹어 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내와 가락시장에 가끔 간다. 구경하면서 이것저것 산다. 간 김에 킹 크랩 즉 왕게도 한 번 볼까 했다. 나는 그때 마침 발이 좀 아파서 차 안에 있고 아내만 갔다. 갔더니 웬 걸 왕게 값이 다시 올랐더란다. 그 값을 주고 사먹을 까닭은 별로 없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그렇게 값이 올랐는데도 킹 크랩 사려고 사람들이 줄을 섰더라는 것이다. 참, 광고의 효과가 엄청나다.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것 또한 바로 그 광고 효과 아니겠는가. 킹 크랩 가격.. 2014. 10. 23.
우리 역사의 진정한 위인은 누구일까? [우리 나라 좋은 나라-47] 김영명 공동대표 우리 역사에서 정말로 세상에 내놓고 자랑할 만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불국사? 고려 청자? 팔만대장경? 고려의 금속 활자? 이순신? 이율곡? 이퇴계? 원효? 을지문덕 이순신과 을지문덕에 대해서는 지난 호에서 얘기했다. 대단한 위인이지만 약한 나라를 구한 위인이지 세계로 뻗어나간 위인은 될 수 없었다. 그들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나라의 사정상 그랬다. 강한 나라에 둘러싸인 약한 우리에게는 국제 정치나 경제, 생활 수준 등등에서 세계에 자랑할 만한 것이 없다. 그래서 우리가 자랑 삼아야 할 유산은 문화 유산일 수밖에 없다. 그럼 어떤 것들이 그런 문화 유산일까? 위에서 거론한 것들이다. 우리는 힘은 약했어도 최소한 문화적으로 야만족은 아니었다. 그런데 여기서도 역.. 2014. 8. 28.
(속) 이순신 장군 이야기 [우리 나라 좋은 나라-46] 김영명 공동대표 이순신 장군에 대한 얘기를 쓰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명량 해전에서 이순신에게 남은 전함은 12척이었다고 한다. 왜군의 전함은 330척이었다. 이렇게 불리한 여건에서 왜적을 쳐부순 이순신은 영웅임에 틀림없지만, 그 전에, 우리는 왜 항상 이렇게 약한 쪽이었냐 말이다. 왜 우리는 수백 척으로 12척의 적을 압박한 적이 없는가 말이다. 설사 저쪽의 어느 이순신에게 박살이 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역사상의 우리 위인이 어떤 분들인가? 을지문덕, 강감찬 등등. 이들은 외적의 침입을 막아서 나라를 구한 이들이다. 불리한 여건 속에서 적들을 훌륭히 물리쳤다. 훌륭히 물리친 건 좋은데, 여기서 내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그 ‘불리한 여건’이다. 강대한 적의 압박 .. 2014. 8. 28.
‘우리’에 대하여 [아, 그 말이 그렇구나-52] 성기지 운영위원 한국어에서 ‘우리’라는 말은 매우 독특하다. 이 말은 “우리는 하나다.”처럼, 말하는 사람이 자기와 듣는 사람을 함께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고, 또는 자기와 듣는 사람을 포함해서, 그 자리에 없는 다른 여러 사람까지 동시에 가리키는 일인칭 대명사로도 쓰이는 말이다. 어쨌든 ‘우리’라고 하면 듣는 사람을 포함하는 말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우리’는 때에 따라서 듣는 사람을 포함하지 않는 말로 사용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우리 편이 너희 편보다 훨씬 잘해.”라고 하면 ‘우리’라는 말에 듣는 사람을 포함하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우리’는 ‘저희’라는 겸양어로 표현할 수 있다. 말하자면, ‘저희’는 듣는 사람을 포함시키는 의미로는 사용될 수 없고, .. 2014. 8.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