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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말17

백세 시대 [아, 그 말이 그렇구나-270] 성기지 운영위원 ‘백세 시대’라는 유행어는 무병장수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을 더욱 뜨겁게 달군다. 전화나 편지로 전하는 안부에는 언제나 ‘건강’이 최고의 인사말이다. 날씨가 영하로만 내려가도 오리털 가득 채운 방한복에 싸인 에스키모들이 넘쳐나고, 먼지가 많다 싶으면 빠짐없이 입마개들을 하고 거리에 나선다. 실제로 우리 주위에는 건강하게 장수를 누리는 어르신들이 많다. 흔히 장수를 축하하는 잔치에서, 칠순을 ‘고희’라고 하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팔순이나 구순에도 비슷한 별칭이 있을 것이라 짐작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말에서 80살은 그대로 ‘팔순’이며, 90살은 ‘구순’이라고 하면 된다. 일부에서는 팔순을 ‘산수(傘壽)’라 하고, 구순을 ‘졸수(卒壽)’라고도 쓰는데, 이것.. 2019. 1. 16.
신병 인도 [아, 그 말이 그렇구나-267] 성기지 운영위원 새해 들어 개봉되는 영화 가운데 ‘말모이’가 눈에 뜨인다. 일제강점기 아래에서 모진 박해에도 굴하지 않고 조선말 사전을 만들어낸 조선어학회 어른들의 희생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그 암울한 시기에 우리말을 지켜내 독립의 기틀을 삼았음에도, 광복 70년이 훨씬 지난 아직까지 우리는 일본말을 오롯이 떨쳐내지 못하였으니 부끄러운 일이다. 넓은 뜻으로 우리말이라고 하면, ‘하늘’, ‘땅’, ‘사람’과 같은 순 우리말과 ‘천지’, ‘인간’, ‘세상’과 같은 한자말을 포함하여 이른다. 그런데 우리가 쓰는 한자말 가운데는 우리말 곧 우리식 한자말이 아닌 것들이 무척 많이 섞여 있다. 그 대부분은 일본말이다. 가령 “정부의 납득할 수 없는 인사”라는 기사에 쓰인 ‘납득’.. 2018. 12. 26.
재원과 재사 [아, 그 말이 그렇구나-265]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말에는 여자의 속성이나 행동을 빗대는 말도 많지만, 여자의 재주나 능력을 가리키는 말도 더러 있다. 오래 전에 어느 매체에서 “박태환 선수는 우리나라 수영계를 이끌어갈 재원이다.”란 기사를 본 적이 있었는데, 이 ‘재원’이란 말을 남자에게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재원(才媛)’은 재주 ‘재(才)’ 자에 ‘미인, 여자’를 일컫는 ‘원(媛)’ 자가 결합해 이루어진 말이다. 한자말 그대로 뜻풀이하면 ‘재주가 뛰어난 젊은 여자’를 일컫는다. 따라서 ‘재원’은 여자에게만 쓸 수 있는 말이다. 비슷한 말로 ‘재녀(才女)’라는 말도 흔히 쓰고 있다. 그러면, 재주가 뛰어난 남자를 가리키는 말은 따로 없을까? 남자의 경우에는 ‘재사(才士)’라는 말을 쓸 수 있다.. 2018. 12. 20.
낱개 [아, 그 말이 그렇구나-264] 성기지 운영위원 같은 낱말을 나란히 써서 복수를 나타내게 되는 ‘곳곳이’, ‘번번이’, ‘틈틈이’ 들이 있는가 하면, 여럿 가운데 하나하나를 가리키는 ‘낱낱이’도 있다. 단위를 헤아릴 때 가장 많이 쓰는 말이 ‘개’(個)라는 한자말이고, 이 개에 해당하는 순 우리말이 바로 ‘낱’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나하나 포장되어 있는 물건을 “낱개로 포장되었다.”고 말한다. 두 낱 이상임을 나타내기 위하여 똑같은 뜻의 순 우리말 ‘낱’과 한자말 ‘개’를 겹쳐 쓴 사례이다. 여러 낱을 가리킬 때 이를 ‘낱개’처럼 나타내다 보면 우리말 “낱낱”은 사라지게 된다. “낱개로 포장되었다.” 대신 “낱낱으로 포장되었다.” 하고 말하는 것이 우리말을 보존해 나가는 길이다. 이처럼 반복.. 2018. 12. 12.
서명과 사인, 그리고 수결 [한국방송작가협회-방송작가 2018년 9월호]에 실린 글 어디에 서류 낼 때마다 맨 마지막에 이름 적고 도장을 찍거나 이른바 ‘사인(sign)’을 한다. 은행에서 예금을 들 때도, 예금을 찾을 때도 신청서에 그렇게 한다. 서류 작성자가 본인임을 마지막으로 확인해주는 표식이다. 도장 찍는 걸 한자말로 ‘날인’이라고 하니, 손으로 휘갈겨 이름을 적는다는 뜻의 영어 낱말 ‘사인’과 신기하게도 운율이 맞는다. 날인과 사인. 과거에는 문서 작성자 확인 표시로 대개 도장을 썼으나, 요즘에는 인감도장을 요구하는 경우가 아니면 ‘사인’을 많이 쓰는 편이다. 은행에서도 통장에 도장 찍는 일보다 사인하는 일이 더 잦다. 도장 들고 다니는 걸 귀찮아해서 그런 면도 있지만, 위조를 막는 데에 사인이 더 든든해서 그럴 것이다... 2018. 9. 11.
족보를 알고 싶은 말들 [한국방송작가협회-방송작가 2018년 8월호]에 실린 글 우리가 문자 생활에서 쓰는 한글 조합이 2,350여 자인 데 비해 한자는 480여 개 소리만 표현하기 때문에 외국어나 한국어의 소리를 모두 적지 못한다. 선동 정치가를 뜻하는 ‘데마고그’ 같은 말만 해도 귀로 들었을 때는 ‘대마불사’ 비슷한 ‘대마고구’인가 싶지만, 글자로 적어 놓으면 우리네 한자말이 아니라는 걸 쉽게 눈치챌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경험을 자주 하다 보면 그 반대편의 착시를 일으키기도 한다. 한자말이 아님에도 한자말이라고 오해하는. 선거철이면 자주 듣는 ‘마타도어’. 근거 없이 남을 모략하는 짓을 뜻하는 이 말은 한자로 그 음을 표현할 수 있는 터라 한자 4자성어일 거라고 흘려 넘기기 쉽다. 하지만 이 말은 투우사를 뜻하는 스페인어.. 2018. 8. 8.
[공문]수학 교과서에 잘못 쓰인 한자말 학습용어를 바꿔 주십시오 2016. 9. 27.
피로연은 피로를 풀어주는 잔치? [아, 그 말이 그렇구나-83] 성기지 운영위원 피로연은 피로를 풀어주는 잔치? 봄빛 짙어지고 봄꽃 흐드러지게 피면서 예식장들은 신이 났다. 요즘엔 남녀가 만나 부부가 되는 것을 다들 ‘결혼’이라고 하지만, 우리의 전통적인 한자말은 ‘혼인’이다. 예부터 ‘혼인식’이나 ‘혼례식’이라고 하였지, ‘결혼식’이라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대 한국어에서 ‘혼인’과 ‘결혼’은 모두 표준말이다. 혼인과 같은 경사스러운 일에 초대하는 편지는 ‘초청장’이라 하지 않고 따로 ‘청첩장’이라고 말한다. 혼인을 알리는 청첩장에 ‘화혼’이라고 쓰인 것을 가끔 볼 수 있는데, ‘화혼’이라는 말이 혼인을 신부 입장에서 따로 부르는 말이 아니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화혼은 예전에 혼인을 청첩장에 한자로 쓸 때 멋스럽게 쓰느.. 2015. 4.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