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 위에 펼친 시인 윤동주의 문학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4기 오주현 기자
dhwnus@snu.ac.kr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윤동주.” 2017년은 그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윤동주의 시는 교과서에 실리기도 하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소개되며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2016년 2월에 개봉한 이준익 감독의 흑백영화 <동주>가 약 117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한 이후 윤동주 열풍이 불었다.

 

▲ 이준익 감동의 영화 <동주(2016)> 포스터

 

윤동주 열풍은 영화뿐 아니라 출판, 공연, 방송, 전시 등 각 분야를 아우르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눈여겨볼 만한 전시가 있으니 바로 <윤동주 탄생 100주년 기념 시 그림전 - 별 헤는 밤>이다.

 

▲ 교보문고 광화문점 교보아트스페이스 <윤동주 탄생 100주년 기념 시 그림전 – 별 헤는 밤> 전시장 입구의 모습


<윤동주 탄생 100주년 기념 시 그림전 – 별 헤는 밤>
<윤동주 탄생 100주년 기념 시 그림전 - 별 헤는 밤> 전시는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교보아트스페이스에서 9월 1일부터 24일까지 열렸다. 교보아트스페이스에 전시된 이후에는 10월 20일부터 11월 27일까지는 교보문고 합정점에서, 12월 19일부터 내년 1월 27일까지는 용인문화재단 포은아트갤러리로 자리를 옮겨 전시가 계속될 예정이라고 하니 혹 9월 전시를 놓쳤더라도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이 전시는 김선두·박영근·강경구·김섭·이강화·정재호 등 6인의 화가들이 ‘별 헤는 밤’ ‘쉽게 쓰여진 시’ ‘참회록’ ‘자화상’ 등 윤동주의 대표 작품 35편을 그림으로 형상화해 선보인다. 이번 작업은 화가들이 윤동주의 시를 읽고 각자 5~6편의 시편을 회화로 옮기는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직접 전시를 방문하여 평소 좋아하던 시와 똑같은 제목을 가진 그림을 보니 반가움을 감출 수 없었다. 한 폭의 캔버스 위에 함축적으로 시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형상화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6인의 화가가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진 개성 있는 그림을 선보였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박영근 화가는 ‘십자가’와 같은 유화작품을 통해 식민지 시대의 어두운 현실 인식을 서정적이면서도 묵직하게 드러냈다. 한편 김선두 화가는 ‘아우의 인상화’, ‘만돌이’ 등 윤동주의 동시를 토속적이면서도 해학적으로 해석하여 장지에 먹 분채를 이용하는 작업 방식으로 표현하였다.


 

▲ 박영근 화가의 ‘십자가’

▲ 김선두 화가의 ‘아우의 인상화’

 

전시에서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시 그림과 시를 동시에 감상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시 그림을 감상하며 창작의 배경이 된 시의 원문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전시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아쉬움을 보완하고자 본 시 그림전의 제목이기도 한 ‘별 헤는 밤’을 대표작으로 뽑아 해당 그림 작품과 그 작품의 배경이 된 시를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별 헤는 밤

▲ 정재호 화가의 작품 <별 헤는 밤>

 

정재호 화가는 한지에 아크릴·먹·목탄을 이용해 고유의 정적이고 동양적인 색조로 '별 헤는 밤'을 표현해냈다. 시에 나타나는 윤동주의 이상세계와 실존의식이 화폭에 그대로 전해지는 듯하다. 시에서는 10연에 주목해보자. 이 시의 10연은 윤동주가 다녔던 연희전문학교의 후배 정병욱의 조언을 받고 보태졌다고 한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김응교 교수의 『시로 만나는 윤동주, 처럼』에 따르면 여기서 ‘이름’이란 단순한 기호가 아니다. 이 시에서는 그 이름이 언덕에 묻힐 상황에 닥쳐 있기 때문이다. 1941년 3월, 조선어는 교육과정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더 이상 한글로 이름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조선어는 완전히 금지되었고, 교수가 아닌 도서관 직원으로 복직되었던 최현배 교수는 윤동주가 ‘별 헤는 밤’을 쓰기 며칠 전인 10월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사임한다. 최현배 교수는 1942년에 10월 1일에 투옥되어 1945년 8월 15일 광복 때까지 삼 년간 옥고를 치른다. 이런 상황에서도 윤동주는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것이라며, 시에서나마 ‘한글’이름의 부활을 확신했던 것이다.


윤동주 시인은 일제 강점기라는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살린 서정적인 시를 남겼다. 또 그 속에는 이처럼 ‘한글’ 이름의 부활을 소원하는 젊은 시인의 다짐이 담겨 있기에 시 속에서 아름다움을 넘어선 결연함까지 전해진다. 내년 초까지 수도권 곳곳에서 열릴 윤동주 시 그림전을 통해 윤동주의 시 속에서 느껴지는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역사적 울림을 많은 이들이 되새길 수 있기를 바란다.

 

[ 참고문헌: 김응교, 『시로 만나는 윤동주,처럼』, 문학동네(2016) ]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