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어는 정말 최고의 언어인가?-강좌를 듣고


한글문화연대 대학생기자단 4기 김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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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는 정말 최고의 언어인가?’ 이 물음에 여러분은 뭐라고 답하겠는가?
어떤 사람은 언어의 우월을 논할 수 없다는 현답을 내놓을 것이고, 또 몇몇은 프랑스어가 아닌 다른 언어가 최고의 언어라고 답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프랑스어가 최고의 언어라고 주장하는 사람 또한 존재할 것이다. 그렇다면 왜 적지 않은 사람들이 프랑스어가 세계 최고의 언어라고 주장하는 것일까? 한글문화연대 7월 알음알음 강좌에서 김현권 교수(방송대 불문학과)는 그 이유가 프랑스어가 이성적이고 명료한 언어이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7월 알음알음 강좌에서 강의 중인 김현권 교수

 

프랑스어의 기원은 라틴어이다. 그래서 과거 프랑스에서는 프랑스어 대신 라틴어가 독점적으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이탈리아와 접촉하며 프랑스 문명이 발달하기 시작하는데, 인문주의와 문예부흥이 일어나며 프랑스어는 크게 발달하게 되었다. 이 시기에 라틴어가 독점하던 모든 영역에서 프랑스어가 사용되기 시작한다. 대중어였던 프랑스어가 지배층의 언어 라틴어를 점차 대신한 것이다. 그 예로, 법률과 행정 문서에서 라틴어를 프랑스어로 교체해야 한다는 코트레 칙령이 1539년에 포고되기도 했고, 라틴어로 쓰인 성서가 프랑스어로 번역되기도 했다. 

 

또, 당시에 이탈리아 작가인 단테가 라틴어가 아닌 이탈리아어로 문학작품을 쓴 것을 보고 프랑스인들은 그들도 라틴어가 아닌 프랑스어로 작품을 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1549년 프랑스의 시인 뒤 벨레(Du Bellay)는 자신이 쓴 『프랑스어의 옹호와 현양』에서 모든 종류의 글이 프랑스어로 표현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렇게 16세기에 들어 지배층의 언어인 라틴어에서 점차 해방되면서 프랑스어의 위상이 높아지자, 프랑스어 문법연구가 출현했다. 프랑스인들은 당시 프랑스어가 겪는 변화를 방지하기 위해서 프랑스어를 규범화하기 시작했다. 그 예로, 최초의 프랑스어 문법이라 불리는 『프랑스어 문법론』에서 메그레는 올바른 용법(bon usage)과 틀린 용법(mauvais usuage)을 구별했다.

 

17세기에는 이성주의에 영향을 받아, 프랑스어는 간결성, 명료성, 규칙성을 추구하게 된다. 당시 프랑스인들은 그들의 언어를 더 이성적이고 명료하게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연구하였다. 이들은 올바른 프랑스어와 올바르지 못한 프랑스어를 더욱더 확실하게 구별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이론적, 규범적 노력의 결과, 프랑스어가 가장 고상하고, 세련되고, 이성적이라는 숭배 사상이 생겨났고, 이 사상이 만연해지자, 18세기부터 프랑스어는 명망을 얻어 과거 라틴어가 행하던 역할인 국제어, 보편어의 역할을 하게 된다. 한 예로, 이 시기에 러시아 귀족들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러시아어보다 프랑스어를 먼저 배우게 했다고 한다. 이 예를 통해 당시 프랑스어의 위상을 짐작해볼 수 있다.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프랑스어는 현대에 들어서는 결국, 프랑스어를 보편어로 만들어 준 일등공신인 규범화, 고정화 작업으로 인해 거꾸로 위기를 맞는다, 오직 규범화된 프랑스어만 인정한, 엘리트들의 합의로 만든 규범 프랑스어는, 끊임없이 생겨나고 변하는 수많은 프랑스어 변이체들을, 다양한 구어들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프랑스어는 영어에게 보편어, 외교어로서의 자리를 내주게 된다.

 

깜깜한 파리의 저녁, 홀로 빛나는 아름다운 에펠탑에서 위기에 빠진 세련되고 우아한 언어 프랑스어가 연상된다. 출처 : 김근희


‘프랑스어가 최고의 언어이다’라는 주장은 앞서도 말했듯이 언어의 우월을 논할 수 없다는 점과 현재 프랑스어가 아닌 영어가 세계 보편어로 사용되기에 많은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프랑스인들이 과거에 했던 이론적, 규범적 노력으로 인해 프랑스어는 아직도 세계에서 가장 이성적이고 명료한 언어 중 하나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최근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나라가 많이 있는 아프리카의 발전으로, 프랑스인들은 프랑스어가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수도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과연 이 명료하고 이성적인 언어가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한 번 명망을 얻을 수 있을지는 지켜 보자.

 

프랑스어가 지나온 역사를 보며 우리말을 두고서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식민지를 통해 세력을 넓혀가던 제국주의 시대는 이미 지나갔지만, 문화와 산업의 영향력에 따라 예전과는 상상할 수도 없게 영향을 주고받는 지금, 언어를 어떻게 사용하고 다루고, 혹은 보호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점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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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