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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한글날 570돌 축하 행사요? 꼭 광화문 광장이 아니어도 돼요!"-정희섭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16. 10. 7.

“한글날 570돌 축하 행사요? 꼭 광화문 광장이 아니어도 돼요!”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3기 정희섭 기자

jheesup3@naver.com

 

다가오는 10월 9일은 세종대왕께서 우리 민족사 중 가장 빛나는 문화유산인 ‘한글’을 만들어 널리 펴신지 570돌이 되는 날이다. 한글날은 조선왕조 제4대 왕인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해서 세상에 반포하여 알린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1926년 음력 9월 29로 지정된 ‘가갸날’을 시초로 하며, 광복 이후에 양력 10월 9일로 확정되었다. 약 20년 동안 한글날 공휴일 지정에 대한 여러 가지 논의가 있었지만, 공휴일의 논의를 벗어나 지구 상에 문자 창제를 기념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

 

한글날 제정에 대한 의의와 취지에 대해서는 국민들 대다수가 자부심을 느끼고 공감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으로서 활동하고 있는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 아니길 바란다.) 한글날을 앞두고 세종대왕 동상이 있는 광화문 광장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이날을 기념하기 위한 여러 종류의 움직임들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그중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하여 광화문광장, 세종로 공원에서 10월 8일-9일 이틀간에 걸쳐 열리는 한글문화큰잔치는 이제 다른 공휴일의 기념행사처럼 많은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문화로 발돋움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에 사는 사람은, 광화문 광장에서 이렇게 큰 한글날 기념행사를 진행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 광화문 광장에 세종대왕의 동상이 있다고 이곳만이 한글날 기념행사의 중심과 핵심이라 할 수는 없다. 마침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도 나름대로 상황과 여건에 맞게 570돌 한글날을 기념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번 한글날 특집 10월 기사는 지방에 몸담은 필자의 상황을 시작으로 대한민국 곳곳에서 각 지역의 색깔과 현대의 흐름에 맞추어 이색적으로 한글날을 기념하는 행사들을 소개해볼까 한다.

 

영남대학교와 상명대학교, ‘우리말 겨루기 대회’ 각각 열어

먼저 진리의 상아탑이 되기를 소망하는 각 대학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열정과 청춘의 대학가답게 약간 이른 시점에 행사가 진행된 곳도 있었다. 경상북도 경산시에 있는 영남대학교는 오는 570돌 한글날을 맞아 지난 5일 오후 정문 시계탑 앞 잔디밭에서 '우리말 겨루기 대회'를 개최했다. 한글과 우리말 관련 퀴즈를 풀면서 경쟁하는 방식으로 남녀노소, 내외국인 등 500명 정도의 참가자가 예선, 패자부활전, 결선으로 이루어진 우리말 겨루기 대회에 참여하였다. 여기에 백일장, 연예인 공연 등을 더하여 한글날을 기념했다.


상명대 국어문화원은 570돌 한글날 기념 제3회 ‘우리말 겨루기 대회’를 9월 26일에 성황리에 마쳤다. 상명대학교(총장 구기헌) 국어문화원(원장 김미형)은 최근 충남도청 문예회관에서 열린 570돌 한글날 기념 제3회 ‘우리말 겨루기 대회’를 개최했다. 충남도청과 충청남도 교육청이 후원하고 상명대학교 국어문화원이 주최,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충남 지역 중 고등학생 150여 명이 참석했다. 김미형 원장은 한 언론(중도일보)과 인터뷰하며 “한글날이 단순한 공휴일이 아니라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근본정신을 기념해 한글의 소중함을 다시금 되새겨보는 날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기도 군포, 국악 공연과 다양한 행사 열어

경기도에서도 활발하다. 군포문화재단은 오는 9일 한글날을 맞아 다채로운 행사를 연다고 3일 밝혔다. 7일 군포시문화예술회관에서 숙명여대 김경희 교수가 지휘하는 세종국악관현악단의 '뿌리 깊은 나무' 연주와 서정민, 주민지 등 젊은 소리꾼들의 공연이 진행된다. 풍경채 만들기, 국악동요 배우기, 시민들이 제작한 한글 사랑 전통한지 연 작품 전시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제공될 예정이다. 군포문화재단 관계자는 “한글의 소중함을 공연과 전시를 통해 다시 한 번 깨닫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글날 570돌 기념식 및 풍성한 문화행사가 여주시 영릉에서 10월 8일부터 9일까지 이틀에 걸쳐 열린다.-여주시 제공

경기도 여주, 세종대왕릉(영릉) 일원에서 여러 체험 활동과 공연

경기도 여주에서도 풍성한 행사가 있다. 경기도와 여주시가 주최하고 여주문화원이 주관하는 올해 한글날 행사는 전보다 더욱 다채로운 행사로 관람객들을 맞이할 예정이다. 시는 영릉 일원을 크게 3개 행사구역으로 나누고 영릉 매표소 주변을 한글과 우리 전통문화가 함께하는 14개의 각종 체험과 여주 쌀, 고구마, 땅콩 등 지역 농·특산물 판매장으로 꾸밀 계획이라고 한다. 이어 영릉 재실 잔디밭 광장에 문화공연 특설무대를 설치해 훈민정음을 주제로 한 야외 뮤지컬 공연과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국악 연주 등 수준 높은 공연 예술이 펼쳐질 예정이다.

 

외솔 최현배 선생의 고향 울산 ,
울산지역은 한글로 독립운동을 하신 외솔 최현배 선생의 고향으로, 이번에 맞이하는 한글날이 조금 더 애틋하고 뜻깊은 듯하다. 울산시는 올바른 한글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국어진흥조례를 제정했고, 최현배 선생을 기리기 위해 한글 마을도 조성하고, 한글의 다양한 쓰임새를 찾고 말을 다듬는 노력의 하나로 외솔기념관과 중구 원도심 일원(동헌, 문화의거리, 젊음의 거리)에서 한글문화예술제를 매년 열고 있다. “앞으로도 우리는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의 창조와 애민사상, 실용과 과학 정신을 받드는데 더욱 정성을 다해야 할 것이다.”라며 손종학 울산시 지방서기관은 울산시의 한글날 570돌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곳곳에서 재미있는 한글날 이벤트 준비해

<베이식을 비롯한 래퍼들이 한글날을 맞아 특별 공연에 나선다. © News1star / RBW>

지역에 기반을 둔 행사가 아니더라도,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새로운 소재와 한글을 융화시켜 이것들을 녹아낸 이색적인 기념행사도 주목해볼 만하다. 많은 사용자를 둔 카카오의 제휴 게임사인 ‘아이러브파스타 for Kakao’는 모바일 게임을 통해 한글날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특별 손님 ‘한글도령’이 내는 맞춤법 퀴즈를 통과하면 ‘한글 얼굴 남/여’, ‘전통와인 오디주’ 등의 보상을 받을 수 있으며, 호감도 달성 시 여러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다고 밝혔다.(자료제공: 파티게임즈) 젊은 층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는 모바일 게임에서도, 한글날을 놓치지 않고 이를 기억하려는 몸짓이 흐뭇하게 느껴진다.

 

최근 음악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장르인 힙합과 시를 접목한 특별 무대를 통해 올 한글날을 맞이하는 곳도 있다. 한국방송의 에프엠 라디오(KBS 쿨FM)에서는 시와 랩이 만나는 특별기획 '힙합시대(힙합詩대)' 콘서트를 연다고 밝혔다. 방송인 정준하가 다큐멘터리 해설과 콘서트 사회를 맡았으며 주석, 피타입, 베이식, 딘딘, 키썸, 플로우식, 한해 등이 출연해 축하 공연을 펼친다. 많은 젊은이가 관심을 가지는 장르인 만큼 영어와 외국어로 뒤범벅된 힙합 장르에도 ‘한글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이외에도 다음과 같은 소소한 움직임도 한글사랑 독자들의 흐뭇한 미소를 자아낸다. 570돌 한글날을 맞아 포항 스틸러스 축구팀은 한글 머플러를 출시하였다. 영어 문구인 “We are steelers” 대신 “우리는 포항이다.” 문구를, “Pohang steelers”를 대체하여 “포항 스틸러스”라는 한글로 직접 기록 오는 경기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이처럼, 대한민국 곳곳에서 우리 문자 ‘한글’의 생일을 기념하고 세종의 애민정신을 계승하려는 노력이 물결처럼 이어지고 있다. 세종대왕 동상이 있는 광화문 광장이 아니더라도, 그리고 지역적 기반에 얽매이지 않더라도 누구나 저마다 생각하는 ‘한글 사랑’을 그리며 창조적인 움직임으로 한글날을 뜻깊게 보내려는 몸짓이 꿈틀거리고 있다. 생활 속에서 한글 사랑, 나라 사랑을 실천하는 것은 우리 자신임을 기억하자. 다가오는 한글날에는 내가 속한 지역이나 기존의 행사 방식에 목메지 않고 내가 생각하는 한글 사랑을 내가 있는 곳에서 실천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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