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랑방/우리말 비빔밥(이건범)41

‘홈페이지’에서 ‘누리집’으로 바뀌고 있다. 민주사회에서 언어 순화는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언어자유주의자 지식인들의 생각과 달리 말은 바뀌고 있다. ‘네티즌’이 ‘누리꾼’으로 바뀌는 추세는 매우 확고해졌고, 최근에는 ‘홈페이지, 웹사이트’가 ‘누리집’으로 바뀌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누리집’이라고 말하면서 그 주소를 알려주려면 나도 약간 손끝이 오그라드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어느 방송이든 코로나 예방접종 예약을 하거나 정보를 확인하려면 ‘코로나19 예방접종 누리집’으로 가라고 안내한다. 소상공인 방역지원금을 신청할 때도 “안내 문자를 받은 소상공인은 전용 누리집인 ‘소상공인방역지원금’에서 신청할 수 있다.”고 방송마다 말한다. 내 기억으로 네티즌이 누리꾼으로 바뀌는 데에는 아나운서 한 분의 선도적인 실천이 큰.. 2022. 1. 14.
세종시 BRT도 바뀌었네 한글문화연대의 노력이 보태져 요즘 '홈페이지, 웹사이트'라는 말이 정부 보도자료와 방송 안내에서 '누리집'으로 바뀌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는데, 이번에는 세종시 BRT이다. 이게 '바로타'로 이름을 바꾸었다. 내가 BRT를 처음 본 건 아마도 2013년 쯤인가 세종시 정부청사 어딘가를 가려고 오송역에 내려서 육교를 지날 때였다. 버스 타는 곳 안내해 둔 말이 'BRT 타는 곳'이었다. 저게 뭐지? 직독직해가 안 되는 말이었다. 나중에 인터넷에서 확인해보니 Bus Rapid Transit의 대가리약자였고, '간선 급행버스 체계'라는 풀이를 볼 수 있었다. 세종시 가 본 사람은 대충 어떤 체계인지 알 거다. 그래서 개념으로 붙인 이름은 안에서 알아서 하고 시민들에게는 BRT라고 하지 말고 '빠른 버스, 급행 .. 2022. 1. 13.
로마자 줄임말, 암호와의 전쟁 소확행. 여러 번 들었음에도 주의 깊게 듣지 않아 그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말이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해보지 않은 음식을 만들어 가족의 품평을 들어가며 함께 저녁을 먹는 풍경이라면 코로나 시국이든 아니든 ‘소확행’이라고 할 만하다. 바쁜 일상에서 짬을 내 눈이 더 나빠지기 전에 젊은 날부터 배우고 싶었던 피아노를 배울 수 있다면 이건 내게 ‘소확행’임에 분명하다. 처음엔 너무 낯설어서 당혹스럽더라도 줄임말의 뜻과 용법에 익숙해진다면 마치 하나의 새로운 어휘를 얻는 기분이 들 수 있다. 줄임말은 이런 강점이 있다. 그래서 그다음에는 직접 사용해 보고 싶어진다. 그런 충동을 느끼게 만드는 말들은 생명력이 긴 법이니, 밀당, 꿀잼, 가성비 같은 새 줄임말들이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우리의 말 .. 2021. 12. 27.
언론이 걸린 '이른바 병' 방역 당국의 언어 사용이 매우 신중해졌다. 의미가 모호한 ‘위드 코로나’ 대신 ‘단계적 일상 회복’을 사용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다른 부처에도 요청하였다고 한다. 전부터 그랬어야 했다. 국민 가운데 외국어 약자들이 공적 정보를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리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얼마 전까지 방역 당국에서는 코호트 격리, 드라이브 스루, 팬데믹, 포스트 코로나, 트래블 버블, 부스터 샷 등의 말을 썼다. 방역 당국이 먼저 꺼냈든 언론에서 먼저 쓰기 시작했든 간에 코로나19 관련 외국어 사용은 코로나 사태의 진면목과 방역 대책을 파악하는 데에 걸림돌이었음에도 뼈저리게 다가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위드 코로나’라는 말 앞에서는 국민의 오해를 불러 방역에 긴장이 풀어질 위험이 있다는 점을.. 2021. 12. 27.
일본과 '깐부' 맺은 영어 남용 전 세계 시청률 1위를 차지한 ‘오징어 게임’에서 나온 ‘깐부’라는 단어가 화제다. 깐부는 딱지치기, 구슬치기를 할 때 한 편이나 동지를 뜻하는 은어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만난 여러 사람들의 증언을 토대로 추정해 보면 일본어 ‘가부시키’(かぶしき·株式)의 ‘가부’가 변한 말일 가능성이 크다. ‘가부’는 과거 일본의 도매상인들 동업조합을 부르는 말이었고, 투자한 지분만큼 얻는 권리를 ‘가부시키’라고 칭했다. ‘가부’는 일종의 경제공동체를 뜻하는 말이다. 여러 지역에서 어릴 적 “가부 맺자”, “가부하자”, “가부 걸자”고 썼던 일본어가 세월이 흘러 ‘깐부’라는 말로 변해서 다시 등장했다는 얘기다. 말소리의 유사성으로 볼 때 설득력이 있다. 비탈을 뜻하는 고바이가 ‘코우바이(勾配·こうばい)’라는 일본.. 2021. 12. 27.
‘위드 코로나’, 함께 갈 수 없는 말 정부와 언론 등 여기저기서 ‘위드 코로나’라는 말을 사용하니 혹시라도 방역에 문제를 일으킬까 하여 방역 당국에서 이 말 사용을 피해달라고 요청하였다. 공공언어에서 외국어나 모호한 용어를 사용할 때 일어날 수 있는 혼란을 잘 보여준 사건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는 “이 용어 자체가 정확한 정의가 없는데 너무 포괄적이고 다양한 의미로 활용된다”라며 “확진자 발생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없앤다는 의미로도 표현이 되고 있어 방역적 긴장감이 낮아지는 문제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는 ‘단계적 일상 회복 방안’이라는 말을 검토 중이란다. 찬성이다. 그런데 질병관리청 정은경 청장도 이미 몇 차례 이 말을 사용했었다. 8월 23일에 정 청장은 “9월 말이나 10월 초부터는 위드 코로나.. 2021. 12. 27.
‘Safe Korea’, 이제는 우리말로 약속한다. 아마도 많은 사람이 소방서 벽면에 크게 적어 놓은 이 문구를 본 적이 있으리라. “119의 약속 Safe Korea”, 이 약속은 2006년에 시작되었다. 당시 소방방재청(현 소방청)은 국민제안 공모를 통해 최종 선정된 브랜드 ‘119의 약속 Safe Korea’라는 구호를 소방본부와 일선 소방서 등의 소방기관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구호는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국민 공모전에서 국가 홍보 구호로 뽑힌 ‘다이나믹 코리아’와 많이 닮았다. 이 시기는 전 세계적인 신자유주의 무한 경쟁 질서가 우리나라에도 단단하게 뿌리를 내려가던 때였다. 외환위기 이후 경제와 문화의 빗장이 풀리면서 ‘강자의 언어’인 영어는 모든 분야의 ‘필수’로 자리를 잡았다. 외환위기 직후의 영어 선호가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동아줄 잡.. 2021. 12. 27.
‘키스 앤 라이드(Kiss & Ride)’와 두더지 잡기 처음 듣거나 보고 이 말의 뜻을 알아챌 사람은 아무도 없다. “키스 앤 라이드”라고 내가 한글로 적었지만 실제로는 로마자로 “Kiss & Ride” 또는 줄여서 “K & R”이라고 적혀 있었다. 누군가는 유흥주점 이름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기차역 근처 찻길 바닥에 이걸 크게 적고 작은 간판도 세워두었지만, 도무지 뜻을 알 수 있는 다른 정보는 없다. 역 주변에 만들어둔 이 공간은 기차 타러 온 사람을 배웅하거나 기차 타고 오는 사람을 마중하러 차를 몰고 왔을 때 잠깐 차를 세워둘 수 있는 곳이다. 내가 이 말을 처음 접했던 때는 2017년 여름이었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에 사는 한글문화연대 회원 한 분이 신분당선 동천역 앞에 이런 표시가 있는데 도무지 무엇 하는 곳인지 모르겠다면서 우리에게 알린 것이다.. 2021. 12. 27.
<한국인은 에이아이(AI)를 이길 수 없나?> 주말에 닭다리를 시켜 먹으면서 텔레비전 보다보니, 옥주현 님이 노래를 부르는데 그걸 인공지능이 분석하여 흉내낸다. 사람인지 기계인지 잘 모르겠더만 그게 이 방송의 핵심 내용이었다. 에이아이가 얼마나 인간과 비슷하게, 또는 그 이상으로 행동할 수 있는지 출연자들이 에이아이 에이아이 하면서 연방 감탄이다. 아내에게 물어보니 제목도 ‘에이아이 대 인간’이라고 한 걸로 기억한다. 함께 닭다리를 먹던 어머니께서 물어보신다. 저게 뭐하는 거냐고. 컴퓨터를 이용해서 사람처럼 배워 노래하게 만드는 인공지능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출연자나 진행자나 내가 듣는 동안에는 모두 에이아이라고만 해댄다. 좀 씁쓸했다. 평소 한글문화연대에서 ‘에이아이(AI)’ 대신 ‘인공지능’으로 쓰자고 그렇게 애쓰며 알리건만, 뉴스나 시사 방송이 .. 2021. 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