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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우리말 비빔밥(이건범)48

부산 영어 상용의 운명은? ‘상용’이란 일상적으로 사용한다는 뜻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부산을 영어상용도시로 만들겠다고 하니, 부산 시민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일상적으로 영어를 사용하는’ 상태가 된다는 이야기다. 2030년 세계박람회를 유치해 그때 부산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데에 전혀 불편함이 없는 도시로 만들겠다는 목표인 만큼 시간이 많지 않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영어교육 강화다. 그런데 지금까지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지 않았던 것도 아니므로 영어교육을 아무리 강화한다고 해도 그리 큰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학생들은 영어만 공부해도 되는 형편이 아니고, 어른들은 공부 좋아하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다. 다른 지자체에서 영어마을 여기저기 만들었다가 모두 실패했으니, 영어마을 몇 개 지어봤자 .. 2022. 8. 31.
난민과 탈북민, 두 개의 나라 2018년 예멘 난민을 받아들일 것이냐 아니냐로 논란이 벌어졌었다. 정치적, 사회적 위험 때문에 탈출한 사람들을 나 몰라라 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수용해야 한다고 선뜻 말할 자신도 없다. 탈북 어민을 북으로 돌려보낸 일을 놓고 시끄러워진 다음에야 나는 일반적인 난민과 북에서 탈출한 난민, 즉 탈북민이 뭔가 다르다는 걸 눈치챘다. 법적으로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이 아주 극소수라고 들었는데, 탈북민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북쪽으로 전단 날리는 일을 정부에서 막자 어떤 탈북민이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비난했던 것도 기억난다. 다른 나라에서 온 난민에 비해 탈북민은 수월하게 한국 ‘국민’이 되는 모양이다. 일반 난민과 탈북민을 왜 이렇게 차별적으로 받아들이느냐? 오늘의 주제는 이게 아니다. .. 2022. 8. 4.
장애는 누구의 책임인가 출근길 시민을 ‘볼모’ 삼아 자기주장을 알리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장애인 이동권 등을 내걸고 벌이는 지하철 승차 시위에 쏟아붓는 비난 가운데 한 번 생각해 볼 문제 제기다. 시위로 지하철이 계속 연착되면 그 노선을 이용하는 승객은 꼼짝없이 지각하게 된다. 무슨 까닭으로 아무 잘못도 없는 불특정 시민들이 이런 ‘피해’를 보아야 하는가. 그런데 그 승객은 왜 하필 그 지하철을 타야 하는 지역에 살고 있을까. 사무실과 가까운 곳에 집을 장만해 운동 삼아 걸어 다니면 좋았을 텐데. 아니면 승용차를 몰고 다녀도 될 일이다. 돈이 없어서 그렇다는 말은 변명에 불과하다. 열심히 노력해 돈을 벌었어야 했다. 그게 아니라면 열심히 눈치를 봐서 돈 많은 집에 태어났어야 했다. 왜 그 승객은 노력도 하지 않았고 재수도 .. 2022. 7. 6.
국민 말 높이에 맞게 어느 공무원이 자기네 부서의 외국어 용어 사용에 대해 양해를 구하는 전화를 걸어왔다. ‘○○ 추진 TF’라는 조직을 운영하고 있는데, 우리 한글문화연대에서 ‘TF’ 대신 적절한 우리말 용어로 바꿔 한글로 적으라고 민원을 넣었기 때문이다. 국어기본법에서는 공문서 등은 일반 국민이 알기 쉬운 용어를 사용해 한글로 적으라고 한다. 사정을 들어보니 이미 2년 전부터 사용하던 사업 이름이고 몇 차례 그 이름으로 회의도 했기 때문에 지금 이름을 바꾸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사업 관계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도 있고, 우리말로 쓰면 뜻이 달라지는 것 같단다. 사실 관계자들끼리만 쓰고 있는 일종의 전문용어라면 크게 문제 되지 않을 일이다. 영어를 쓰든 중국어를 쓰든 러시아어를 쓰든 자기들끼리 소통만 된다면 무슨 문제겠는가... 2022. 6. 10.
국민 알 권리 보장할 말 쓰자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표가 난다고 한다. 사람 하나가 빠지면 그만큼 빈자리가 크게 다가온다는 속담이다. 말은 그 반대다. 든 자리는 표가 나도 난 자리는 모른다. 정부 당국자들이 외국어를 남용하면 저래도 되나 싶다가도 그걸 사용하지 않으면 평소에 외국어를 남용하는지 어떤지 눈치채기 어렵다. 코로나 사태가 터진 뒤 온갖 외국어가 등장했다. 코호트 격리, 팬데믹, 에피데믹, 엔데믹, 글로브 월, 드라이브 스루, 워킹 스루, 부스터샷, 트래블 버블, 포스트 코로나, 위드 코로나, 롱코비드…. 마치 국민 외국어 교육시키는 건가 싶을 정도였다. 거기에 평소 공무원들이 입버릇처럼 사용하는 외국어 용어까지 가세해 사태 파악을 어렵게 만들곤 했다. 지난해 10월 중순 단계적 일상회복 지원위원회에서는 ‘단계적 일.. 2022. 6. 2.
읽지 않는 ‘구독 경제’ ‘구독’이라고 하면 으레 신문 구독, 잡지 구독을 떠올릴 것이다. 과거에는 매일 배달해주는 신문의 구독료를 달마다 신문배달원이 받아 가면서 영수증을 끊어주었다. 그 뒤로는 지로용지가 오고, 그다음엔 자동이체로 구독료를 내다가 인터넷 검색 업체들이 신문 기사를 제공하면서부터 종이 신문 구독이 빠르게 줄었다. 신문 구독이 많이 사라지면서 ‘구독’이라는 말도 자취를 감추는 것 아닐까 했었는데, 어느 날 뜻밖의 동네에서 다시 이 말을 만나게 됐다. 비싼 옷을 구독하고, 화장품을 구독하고 심지어는 먹고 마시는 것도 구독한다는 구독 경제(購讀經濟·subscription economy)가 출현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 무렵부터 화장품을 달마다 정기적으로 배송받아 사용하는 상거래에서 시작됐다고 하는데, 대체.. 2022. 6. 2.
‘브레드’와 호칭 문화 한국방송에서 평일 저녁에 방송하는 연속극 ‘국가대표 와이프’에서는 아주 낯선 호칭이 등장한다. 방수건설 사옥의 주차관리인 영감 방배수가 건물 청소를 하는 나여사(나선덕)와 황혼 연애를 하게 되면서 자기 이름을 ‘브레드’라고 알려주는 바람에 나여사는 그를 브레드라고 부른다. 본명을 말하면 자기가 방수건설 회장 방배수임이 들통날까 봐 그리한 것이었다. 브레드는 방배수의 ‘방’을 된소리 ‘빵’으로 바꾼 뒤 영어 단어인 ‘bread’로 돌린 말.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가 떠올라서 전혀 이상하게 느끼지 않은 사람도 있었으리라. 문제는 한국 사람이 이렇듯 외국 사람처럼 별명을 짓고 그렇게 부르는 문화가 어떠냐는 것. 그런데 이는 이미 일부 기업에서 새로운 호칭 문화로 강제되고 있다. 알려진 기업 가운데 이를 가장 먼.. 2022. 6. 2.
‘홈페이지’에서 ‘누리집’으로 바뀌고 있다. 민주사회에서 언어 순화는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언어자유주의자 지식인들의 생각과 달리 말은 바뀌고 있다. ‘네티즌’이 ‘누리꾼’으로 바뀌는 추세는 매우 확고해졌고, 최근에는 ‘홈페이지, 웹사이트’가 ‘누리집’으로 바뀌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누리집’이라고 말하면서 그 주소를 알려주려면 나도 약간 손끝이 오그라드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어느 방송이든 코로나 예방접종 예약을 하거나 정보를 확인하려면 ‘코로나19 예방접종 누리집’으로 가라고 안내한다. 소상공인 방역지원금을 신청할 때도 “안내 문자를 받은 소상공인은 전용 누리집인 ‘소상공인방역지원금’에서 신청할 수 있다.”고 방송마다 말한다. 내 기억으로 네티즌이 누리꾼으로 바뀌는 데에는 아나운서 한 분의 선도적인 실천이 큰.. 2022. 1. 14.
세종시 BRT도 바뀌었네 한글문화연대의 노력이 보태져 요즘 '홈페이지, 웹사이트'라는 말이 정부 보도자료와 방송 안내에서 '누리집'으로 바뀌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는데, 이번에는 세종시 BRT이다. 이게 '바로타'로 이름을 바꾸었다. 내가 BRT를 처음 본 건 아마도 2013년 쯤인가 세종시 정부청사 어딘가를 가려고 오송역에 내려서 육교를 지날 때였다. 버스 타는 곳 안내해 둔 말이 'BRT 타는 곳'이었다. 저게 뭐지? 직독직해가 안 되는 말이었다. 나중에 인터넷에서 확인해보니 Bus Rapid Transit의 대가리약자였고, '간선 급행버스 체계'라는 풀이를 볼 수 있었다. 세종시 가 본 사람은 대충 어떤 체계인지 알 거다. 그래서 개념으로 붙인 이름은 안에서 알아서 하고 시민들에게는 BRT라고 하지 말고 '빠른 버스, 급행 .. 2022. 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