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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아, 그 말이 그렇구나(성기지)361

개치네쒜 [아, 그 말이 그렇구나-362] 성기지 운영위원 출퇴근길에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가장 두려운 것은 재채기이다.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철이 바뀔 때마다 재채기와 콧물을 달고 살기 때문이다. 지난 세월 동안은 그저 민망할 뿐이었던 재채기가 코로나19 사태를 당하여 공포로 다가왔다. 좁은 찻간에서 코나 목구멍이 근질거리기 시작하면 식은땀이 난다. 마스크가 얼마간 공포의 방패 구실을 해주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우리말에서 재채기 소리를 나타내는 소리시늉말은 흔히 ‘에취’로 쓰인다. 옛날에도 역시 재채기는 민망한 생리 현상이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감기 걸릴 기미를 나타내기도 했으므로, 슬기로운 우리 한아비들은 재채기 뒤에 민망함을 덮고 감기를 내쫓으려는 느낌씨를 덧붙였다. 그게 바로 ‘개치네쒜’이다. “에취, 개.. 2020. 12. 28.
쓿다 [아, 그 말이 그렇구나-361] 성기지 운영위원 어제 우리 마을 큰 가게에 가서 햅쌀 한 포대를 사며 가게 직원에게 “올해 수확한 나락을 타작한 거 맞지요?” 하니, 나락을 못 알아듣는다. 수도권에서 나고 자란 젊은이들에게는 벼를 나락이라고 부르는 게 낯설 만도 하다. 그러니 타작을 바심이라고 했다면 이방인 취급을 받았을 것 같다. 가을걷이가 끝난 농촌의 들에는 나락을 바심하고 난 짚을 말아서 쌓아놓은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는데, 요즘엔 그마저 보기 어렵게 되었다. 나락이 낯선 이들도 논에서는 벼가 자라고 이 벼를 바심하여 쌀을 얻는다는 것을 잘 안다. 벼의 낟알을 떨어낸 줄기가 볏짚이란 것도 대개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낟알을 찧어 쌀을 빼고 난 껍질이 겨라고 하면, 또 그 겨도 쌀의 고운 속겨인 .. 2020. 12. 3.
간여와 관여 [아, 그 말이 그렇구나-360] 성기지 운영위원 경상도 사투리 발음에서 첫소리에 오는 단모음 ‘으’는 잘 실현되지 않고 거의 ‘어’에 섞여든다. ‘응답하라’가 ‘엉답하라’로, ‘승리자’가 ‘성리자’로 들린다. 경상북도가 고향인 아내도 ‘느타리버섯’을 [너타리버섣]으로 발음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사람 이름도 자주 헷갈려서 ‘김 승철’이 ‘김 성철’로 둔갑하는 경우가 잦다. 이러한 발음 차이에서 영향을 받은 때문일까? ‘그저’와 ‘거저’의 쓰임도 자주 혼동된다.우리는 농가 소득이 아무런 노력도 없이 “그저 증가하지는 않는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에는 ‘그저’가 아니라, ‘거저’라는 말을 사용해야 한다. ‘거저’는 “아무런 노력이나 조건이 없이”, 또는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라는 뜻으로 쓰는 .. 2020. 11. 26.
어리눅다 [아, 그 말이 그렇구나-359] 성기지 운영위원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벌써 열 달째 점심밥을 밖에서 먹지 못하고 줄곧 사무실에서 도시락을 먹고 있다. 온종일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어서인지 요즘에는 일하다 말고 깜박깜박 졸 때가 있다. 이럴 때는 정신이 맑지 못하고 기운이 없어서 갑자기 누가 무슨 말을 걸면 얼른 알아듣기도 어렵고 몸을 움직이기도 힘들어진다. 이런 상태를 우리말로 흔히 ‘어리버리하다’고 표현한다. 그러나 ‘어리버리하다’는 말은 올바른 말이 아니다. 정확히 표현하려면 ‘어리바리하다’고 해야 한다.비슷한 말 가운데 ‘어리마리’란 말도 있다. ‘어리마리’는 잠이 든 둥 만 둥 하여 정신이 흐릿한 상태를 뜻한다. 정신이 맑지 못하면 어리바리하고 어리마리한 것이지만, 그러다 의자에 앉은 채 .. 2020. 11. 12.
우리와 저희 [아, 그 말이 그렇구나-358] 성기지 운영위원 대명사로 쓰이는 ‘우리’는 말하는 사람이 자기를 포함하여 자기편의 여러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공손히 말해야 할 상대 앞에서 ‘우리’라는 말을 쓸 때에는 이 말을 낮추어야 하는데, ‘우리’의 낮춤말이 바로 ‘저희’이다. 따라서 손윗사람에게나 직급이 높은 사람, 또는 기업이 고객을 상대로 할 때에는 ‘우리’ 대신 ‘저희’라는 표현을 쓴다. 그러나 ‘우리’는 말을 듣는 상대방까지도 포함할 수 있지만, ‘저희’에는 말을 듣는 상대방이 포함되지 않는다.가령, 같은 회사의 상급자에게 “저희 회사가…”라고 말한다면, 그 상급자는 그 회사 사람이 아닌 것이 되니 주의해야 한다. 이 경우에는 말을 듣는 그 상급자도 같은 회사 구성원이므로, 비록 손윗사람이지만 “우리 회.. 2020. 11. 4.
이르집다 [아, 그 말이 그렇구나-357] 성기지 운영위원 부부싸움을 할 때 감정이 격해지면 예전에 서운했던 일들을 들추어내게 된다. 그러다보면 싸우게 된 빌미는 잠시 잊어버리고 그동안 가슴 안쪽 깊숙이 담아 두었던 것들에 불이 지펴져서 종종 큰 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이렇게 이미 지나간 일을 들추어내는 것을 ‘이르집다’라고 한다. 흔히 “남의 아픈 데를 이르집다.”라고 말할 수 있다.이 말은 또, ‘없는 일을 만들어 말썽을 일으키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그냥 지나가면 될 텐데 괜히 이르집어서 이 난리를 피우냐.”처럼 말할 수 있다. 본디 이 말이 처음 생길 때는 “밭을 일구기 위해 단단한 땅을 이르집었다.”처럼 ‘흙을 파헤치다’는 뜻으로 썼다. 그러던 것이 사용 범주가 차츰 넓혀져 현대에 와서는 ‘오래 전의.. 2020. 10. 28.
옹춘마니, 옹망추니 . [아, 그 말이 그렇구나-356]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는 흔히 융통성이 없는 사람을 ‘유도리 없다’고 말하는데, 이 ‘유도리’는 다들 알고 있듯이 일본어 잔재이다. 일본어 ‘ゆとり’[유토리]는 마음의 여유라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유도리’를 ‘융통성’으로 순화해서 쓰고 있다. 그렇지만 ‘융통성’도 한자말이다. 그렇다면 이 유도리나 융통성을 바꾸어 쓸 만한 순 우리말은 없을까? 지금은 잘 쓰이지 않고 있지만, 융통성이 없는 사람을 가리키는 순 우리말이 있다. 바로 ‘옹춘마니’라는 말이다.“저 사람은 유도리가/융통성이 없어.”를 “저 사람은 옹춘마니야.”라고 바꾸어 쓸 수 있다. ‘옹춘마니’는 소견이 좁고 융통성이 없는 사람을 뜻하는 순 우리말이다. 그런데 이 옹춘마니보다 앞선 토박이말.. 2020. 10. 21.
말말결 [아, 그 말이 그렇구나-355] 성기지 운영위원 인터넷 소통 시대가 열린 뒤부터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한 신조어들이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다. 그런데 주로 청소년들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호기심이 반영된 데다가 또래 집단의 은어까지 섞어 새말을 만들다보니, 그 윗세대와는 잘 소통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우리말의 법칙을 무시하며 새말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겨레 말글의 보존을 중시하는 기성세대의 여러 가지 우려를 사기도 한다. 이때 ‘말의 법칙’을 뜻하는 순 우리말이 ‘말결’이다. “우리말의 말결에 맞도록 새말을 만들어야 한다.”처럼 쓸 수 있다. 이 말결은 ‘말의 법칙’이란 뜻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지나가는 말결에 그 친구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처럼, ‘어떤 말을 할 때를 이르는 말’로 .. 2020. 10. 14.
타끈스러운 사람 [아, 그 말이 그렇구나-354] 성기지 운영위원 말이나 행동이 좀 쩨쩨하고 남부끄러울 때 흔히 ‘치사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치사한 사람이 남에게 아주 인색하고, 거기다가 욕심이 많기까지 하다면, 그러한 사람을 우리말로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아마도 ‘타끈스럽다’는 말이 가장 알맞을 듯하다. ‘타끈스럽다’는 “치사하고 인색하며 욕심이 많은 데가 있다.”는 뜻을 지닌 토박이말이다. 자기 돈은 한 푼도 안 쓰고 쩨쩨하게 굴면서 욕심이 많은 사람이 있다면, “저 사람은 참 타끈스러운 사람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타끈스러운 사람이 이끌고 있는 나라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세계 최강대국이라 자처하는 나라이지만, 국가 지도자가 이 전대미문의 바이러스 감염증을.. 2020. 10.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