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570돌을 맞은 한글날인데요.
우리말에는 한자어가 많아 단어들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교과서에 한자도 함께 써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한자어 가운데 뜻풀이와 상관성이 높은 단어는 3분의 1에 불과해 '한자 병기'가 필요 없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습니다.
김지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초등학교의 수업 시간, 학생들이 보는 교과서에는 모두 한글로만 쓰여있고 한자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국어기본법에 국어를 표기하는 고유문자를 '한글'로 규정해 공문서와 교과서에 한글만 쓰도록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이 법 조항이 위헌이라며 소송이 제기돼 현재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한자를 함께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은 우리말 단어의 70%가 한자어라 개별 한자의 뜻을 알아야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전광진 /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 초등학교에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할 때 '보우'라는 뜻을 모르고 애국가의 뜻을 알겠습니까? 지킬 보, 도울 우 지켜주고 도와준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은 얼마나 큰 차이가 있습니까?]
반면, 한글문화연대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까지 국어, 사회, 과학, 도덕 교과서에 나오는 한자어를 분석한 결과로 반박했습니다.
만천여 개의 한자어와 구성 한자의 뜻을 연결해 상관성을 분석한 결과, 상관성이 높아 뜻풀이에 도움이 되는 한자어는 전체 3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나머지 68%는 개별 한자를 알아도 한자어를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겁니다.
특히 한자 어원과 상관성이 전혀 없는 한자어도 6%나 됐습니다.
[이건범 / 한글문화연대 상임대표 : 헌법 이런 말은 '법 헌'에 '법 법'인데 동어반복에 불과하죠. 그래서 한자 뜻을 안다고 해서, 한자를 안다고 해서 낱말의 뜻을 알 수 있을 거다 이것은 지나친 기대고 낱말의 뜻은 말을 서로 써가면서 그 말이 어떨 때 쓰이는지….]
수십 년간 계속돼온 한자 병기 논란, 570년 전 백성들을 위해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이라면 어떤 해법을 내릴지 궁금해집니다.
YTN 김지영[kjyoung@ytn.co.kr]입니다.
<앵커 멘트>
한글날을 맞아서, 한글 사랑에 앞장서야 할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들을 살펴봤더니 각종 축제 이름부터 보도자료까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외국어 사용을 남발하고 있었습니다.
반 천년 위대한 역사와 거꾸로 가고 있는 건 아닌지, 자문해보길 바랍니다.
김민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코리아 세일 페스타', '코리아 블랙 프라이데이'.
정부가 추진한 소비 관광 축제입니다.
온 국민이 함께 즐기자는 뜻의 행사지만, 모두 영어 표현들입니다.
<인터뷰> 정진하(경기도 성남) : "지칭하는 말들이 다 영어로 돼 있기 때문에 확 와닿지 않아서..."
정부 행사 등에 마구잡이로 K를 붙여만들다보니, 의미를 알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한식문화 체험 공간인 'K-스타일 허브'는 명칭만으로는 뭘 하는 곳인지 외국인조차 짐작하지 못합니다.
<인터뷰> 크리스틴 호이(미국인) : "처음 봤을 때 패션이 떠올랐어요. (이걸 보면 바로 어떤 장소인지 알 수 있나요?) 모르겠어요."
정부 부처의 보도 자료에도 외국어가 넘쳐납니다.
<인터뷰> 유아현(서울 관악구) : "이용자가 '데이터마이닝'을 통해 무슨말인지,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어요."
실제로 정부 보도자료 3천5백여 건을 분석해보니, 자료 1건 당 평균 6번 씩 외국어를 남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이건범(한글문화연대 대표) : "정책의 대상자, 수혜자는 누구겠습니까. 결국 국민들인데 이 국민들이 제대로 알 수 있는, 알아가야 할 것을 알지 못하게 하는 거죠."
한글을 사랑하자면서 정작 외국어 오남용에 무심한 공공기관들.
한글날 제정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민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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