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랑방/아, 그 말이 그렇구나(성기지)

어색한 표준말들

by 한글문화연대 2016. 10. 27.

[아, 그 말이 그렇구나-157]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가 자주 쓰는 말 가운데는 어법에 맞지는 않지만 표준말로 고쳐 말하면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지는 말들이 더러 있다. “햇볕에 검게 그을은 피부”라고 하는데, 이것은 어법에 맞지 않는 말이다. ‘검게 그을은’이 아니라 ‘검게 그은’이라고 해야 올바른 표현이 된다. ‘그을다’에 ‘-은’이 붙으면 ‘그을은’이 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런 경우에는 ‘ㄹ’ 소리가 탈락된다. 그래서 ‘낯설은 사람’이 아니라 ‘낯선 사람’이고, ‘길다’에 ‘-은’을 붙이면 ‘길은’이 아니라 ‘긴’이 되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검게 그은 피부’는 왠지 어색하게 들린다.


“나는 그녀가 물러나길 바래.”라는 말도 사실은 어법에 어긋난다. 바로잡으면 “나는 그녀가 물러나길 바라.” 하고 말해야 어법에 맞다. ‘바라다’는 말을 ‘바래다’로 흔히 쓰고 있는데, ‘바래다’는 ‘빛깔이 변하다’ 또는 ‘누구를 배웅하다’는 뜻일 때에만 쓰는 말이다. “그녀가 스스로 물러나주길 바랬어.”라는 말도 “그녀가 스스로 물러나주길 바랐어.”로 바로잡아 써야 한다. “늦지 않길 바래.”를 “늦지 않길 바라.” 하고 어법에 맞게 쓰기란 참 어색한 일이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 말씀 드립니다.”는 표현도 올바르지 않다. 지난날에는 ‘빌다’는 ‘내가 남에게서 빌어오다’의 뜻으로 쓰고, ‘빌리다’는 ‘내가 남에게 빌려주다’로 구별해 써 왔다. 그러나 1988년 고시된 문교부 ‘표준어 규정’ 이후에는 그 구분을 없애고 자주 쓰는 ‘빌리다’로 합쳤다. 이제는 (어색하더라도) “이 자리를 빌려” 감사 말씀을 드려야 한다. ‘빌다’는 ‘소원을 빌다’나 ‘구걸하다’는 뜻으로만 쓰는 말이 되었다.

'사랑방 > 아, 그 말이 그렇구나(성기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용하세요!  (0) 2016.11.10
국정 농단  (0) 2016.11.03
받침소리의 혼란  (0) 2016.10.20
‘미망인’의 그림자  (0) 2016.10.13
‘빠르다’와 ‘이르다’  (2) 2016.10.0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