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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문화, 학술

[보도자료] ‘3D 프린터’ 논란 속 ‘전문용어 총괄위원회’ 대선 공약 제안

by 한글문화연대 2017. 4. 7.

[보도자료]


‘3D 프린터’ 논란 속 ‘전문용어 총괄위원회’ 대선 공약 제안

 

‘3D 프린터’를 어떻게 읽을 것이냐는 표면적 논란 속에서 사단법인 한글문화연대(상임대표 이건범)에서는 각 당의 대통령 후보에게 쉬운 전문용어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어달라고 요구하였다.

 

쉬운 전문용어 정책의 주요 내용은 첫째 대통령 밑에 상설 기구로 ‘전문용어 총괄위원회’를 두어, 일반 국민에게 자주 노출되는 새 전문용어를 쉬운 말로 바꾸고 보급하는 것이다. 둘째, 전문용어를 쉬운 말로 바꾸는 연구를 지원할 재원과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다.

 

한글문화연대는 과학 기술이 생활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여러 분야의 지식이 점차 복합적으로 다루어지는 지식 기반 사회에서, 국민에게 전문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학문과 기술의 발전 및 한국어의 풍부화를 꾀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제안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필요성
1) 전문용어를 쉬운 말로 바꿀 필요
- 과학 기술과 전문 지식이 생활에 널리 적용되고 매체가 발전하면서 전문어와 일반어 간의 상호침투가 나날이 확대되는 오늘날, 일반어로 들어오는 어려운 전문용어는 국민 사이의 소통, 일반 국민과 전문가 사이의 소통을 방해한다.
- 전문용어를 외국어 그대로 쓰면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일반 국민의 지식 접근을 차단하며, 이 때문에 외국어 능력 격차가 알 권리의 격차로 이어진다. 지식사회에서 전문용어란 지식의 단위이자 지식 체계이며, 일반 국민들이 지식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통로이다.
- 어려운 전문용어는 민원, 소비자 불만, 사고 따위를 일으키므로, 쉬운 전문용어 사용이 사회적 비용을 줄여주고 경제적으로도 이익을 가져다준다.

 

2) ‘전문용어 총괄위원회’를 대통령 밑에 설치할 필요
- 외국어 전문용어 가운데 여러 학문 분야, 여러 정부 부처에서 함께 사용하는 말들이 많은데, 이의 용어 풀이와 바꿀 말 선정에서 부처 합동 협의가 필요하다. 특히 연구 및 보급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 미래창조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협력이 중요하다. 따라서 중앙 부처들을 아우를 수 있는 상위 총괄 조직이 필요하다.
- 국어기본법에서 정부 부처마다 전문용어 표준화 협의회를 두고 활동하도록 규정하였으나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각 부처 소관 사항이라 국어 주무 부처인 문화부에서 총괄하여 관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3) 전문용어 연구 지원의 필요
- 전문용어 연구 업적을 학술 분야에서 인정해주는 제도가 없고 연구비 지원도 없으며 이의 적용을 권장하는 제도적 장치도 없어 거의 방치 상태이다.
- 학문과 과학 기술 영역에서 자국어 포기는 한국어의 빈곤화와 교육의 질 저하를 부른다.
- 전문가들은 좁은 자기 영역에 갇힐 위험이 있으므로 서로 협업하도록 정부가 북돋고 도와야 한다.

 

2. 구체적 방안

1) ‘전문용어 총괄위원회’ 상설 설치 및 운영
- 전문용어 가운데 일반인에게 자주 노출되고 오래 쓰일 것으로 예상되는 신조어를 골라 쉬운 말로 바꾸고 그 의미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쉽게 풀이한다.
- 과학자, 기술자, 기업가, 변리사, 국어학자, 외국어 어학자, 문인, 중등 교사, 법조인, 기자, 방송인, 정부 공무원 등 15인 이내로 총괄위원회를 구성하고, 전문 기획 연구자 30여 명으로 실무 연구진을 꾸린다.
- 매달 1회 각 부처 전문용어 표준화 협의회에서 올라온 대상 용어와 자체 선정한 대상 용어를 심의하여 그 결과를 국어심의회에 보내 확정하고, 이를 공고하여 공공분야와 학계의 사용을 힘써 권장한다.
- 각 부처 전문용어 표준화 협의회, 전문용어 연구에 참여한 학자, 협회 등의 연구 성과를 총괄 관리하고,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는 정보망을 운영한다.
 
2) 전문용어를 쉬운 말로 바꾸는 연구 지원
-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연구재단에서 각 학회의 전문용어 연구와 공동 연구를 지원한다.
- 전문용어 연구 결과를 연구 업적으로 인정하는 규정을 만들어 연구를 독려한다.
- 정비된 전문용어를 학회지에서 적절하게 사용하는지 평가하여 학회 지원에 반영한다.

 

3) 쉬운 전문용어 보급
- 공공기관의 공문서, 공무원 시험, 국가공인자격시험에서는 반드시 ‘전문용어 총괄위원회’에서 쉽게 바꾼 전문용어를 사용하게 한다.
- 학회와 협회 등이 주관하는 각종 자격시험에서도 바꾼 용어를 사용하도록 권장한다.
- 전문용어 총괄위원회 및 전문 학회에서 바꾸거나 표준화한 전문용어 데이터베이스를 공개하고, 방송과 신문, 잡지, 교재 등에 적극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3. 참고 사항

1) 국립국어원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신문이나 텔레비전에서 모르는 말이 나와 곤란했던 경험이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62%였으며, 그중 59.8%가 ‘전문적인 분야에서 사용되는 용어’의 의미를 몰라 어려움을 겪었다고 대답했다. 모르는 말 유형 중 1위가 전문용어, 2위는 47.9%로 외래어·외국어, 3위는 43.5%로 유행어나 신조어, 4위는 41.9%로 어려운 한자어, 5위는 연령별, 계층별, 지역별로 차이 나는 단어로 27.8%를 차지했다. (국립국어원 소식지 ‘한글’ 2015년 한글날 특정 한정판, 10쪽)

 

2) 일반어는 개인의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영역이므로 국가가 개입하거나 간섭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일반어는 문화의 흐름과 유행에 따라 변하게 마련이다. 또한, 전문가끼리만 사용하는 전문용어를 모두 우리말로 바꾸는 일은 불가능하고 다소 무모함으로, 일반 국민에게 자주 노출되는 새 전문용어 가운데 한국어에 영향을 크게 미칠 어휘를 신중하게 골라 쉬운 우리말로 바꾸는 활동에 집중해야 한다.

 

3) 프랑스에서는 총리실 산하 <프랑스어 풍부화 위원회>에서 전문용어를 총괄한다. 위원은 12명이며, 연평균 300여 개의 외국어 전문용어를 프랑스어로 바꾸어 공고한다. 현재까지 7천여 개 용어를 바꾸었다.
예) mail(전자우편)→ courriel, computer(컴퓨터)→ ordinateur, e-learning(이러닝)→ apprentissage en ligne

 

4) 국어기본법 제14조 1항에서는 공공기관의 공문서를 한글로 적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문자 표기 측면의 규정인지라 외국어 전문용어의 한글 음차 표기의 남발을 해결하지 못한다. 매체와 공문서에 자주 등장하는 전문용어를 외국어 그대로 사용하면 전문용어가 아닌 일반어 어휘를 외국어(특히 영어)로 사용하는 풍조를 부추길 위험이 크다.
예) 마인드, 팩트, 콘센서스 등

 

5) 프랑스의 철학자 미쉘 세르는 언어를 빙산에 비유해 수면 위의 상층부를 일반어, 수면 아랫부분을 전문어로 나누고 이렇게 덧붙였다. “언어는 이 빙산의 하부가 확장될 때 강한 힘을 가질 수 있다. 반대로, 기술 어휘, 과학 어휘, 희귀 어휘, 고급 어휘를 배제하고 “상층” 어휘만 남는 순간 언어는 힘을 잃고 약해진다.”
 
6) 미국 질병관리센터(CDC)는 각종 병과 증상에 대해 일반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특징과 예방법, 관련 약품 등을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용어에 대한 정확하고도 쉬운 설명이 뒷받침되어야만 가능하다. 프랑스에서도 환자 및 보호자가 의학용어를 잘 이해하면 의사와 소통하는 데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일반인을 위한 의학 용어사전을 온라인에 마련했다. 이렇듯 선진국에서는 “지식 대중화”가 꾸준히 이루어진다.

 

2017년 4월 7일 사단법인 한글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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