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194] 성기지 운영위원
긴 가뭄 끝에 단비가 내리는가 싶더니, 이 비가 또 다른 재해를 가져왔다. 중부지방에 내린 큰비는 가뭄을 이겨내며 어렵게 일궈낸 농작물을 휩쓸었고, 농심은 농작물과 함께 떠내려가 버렸다. 또, 계곡물이 넘쳐나며 산간마을 곳곳이 수해를 입었다고 한다. 이를 보도하는 기사를 보면, 비가 많이 와서 계곡물이 많아지는 모습을 “계곡물이 불기 시작했다.”로 나타내는 경우가 가끔 있다. ‘붇다’와 ‘불다’를 혼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계곡물이 붇다’는 “계곡물이 붇기 시작했다.”로 말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체중이 불기 전에” 하는 표현도 “체중이 붇기 전에”로 해야 맞다. 이처럼 부피가 커지거나 분량이 늘어나는 것은, ‘풍선을 불다’라고 할 때의 ‘불다’와는 전혀 다른, ‘붇다’가 기본형이다.
이 ‘붇다’의 ‘ㄷ’ 받침이 ‘ㄹ’로 바뀔 때가 있는데, 그것은 “계곡물이 불어서”라든지 “체중이 불으니”처럼 ‘-어서’, ‘-으니’ 같은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 앞에 쓰이는 경우이다. 그 외에 “체중이 불면”, “라면이 불면”과 같이 말하는 것들은 모두 잘못된 표현이다. “체중이 불면”은 “체중이 불으면”으로 고쳐 써야 하고, “라면이 불면”도 “라면이 불으면”으로 써야 한다.
이 ‘붇다’의 쓰임은 ‘싣다’라는 말과 같다. 우리는 누구나 “짐을 실기 시작했다.”가 아니라 “짐을 싣기 시작했다.”로 말하며, “이삿짐을 실면”이 아니라 “이삿짐을 실으면”으로 말하고 있다. ‘붇다’도 이와 같다. “물이 붇기 시작했다.” “체중이 불으면” 들과 같은 표현이 자연스럽게 느껴져야 혼동을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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