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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외래어, 어디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 - 이유진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17. 8. 25.

외래어, 어디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
- 외래어 특집 ①

 

한글문화연대 대학생기자단 4기 이유진 기자
yoojin7305@naver.com

 

외래어가 도대체 뭘까? 어렸을 때부터 써온 외래어는 우리의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이지만, 외래어를 정확하게 설명하거나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한글날만 되면 들려오는 ‘외래어 남용’ 문제는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깃거리다. ‘남용’은 일정한 기준이나 한도를 넘어 함부로 쓰는 걸 말한다. 즉, 외래어는 함부로 쓰면 안 되는 말이다. 함부로 쓰면 안 되는 말, 외래어는 도대체 무엇일까?

 

우리말의 한 갈래, 외래어

우리말은 어원에 따라 세 갈래로 나뉜다.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이 써온 토박이말인 <고유어>, 한자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한자어>, 외국어를 빌려와 우리말처럼 사용하는 <외래어>가 있다. 물론 이것들이 뒤섞인 <혼종어(섞인 말)>도 있다.

 

외국의 물건, 문화 또는 새로운 개념이 우리 속으로 들어오면서 남의 말이 그대로 들어오게 되는데, 이 말이 ‘외국어’다. 이렇게 들어온 외국어는 오랜 기간 쓰이고 변화를 겪으며 일부는 우리말로 자리 잡는다. 이 말이 외래어가 되는 것이다. 외래어는 외국어의 다양한 언어 요소들을 수용, 변화시키며 탄생해 왔다.

 

그렇다면, 외래어와 외국어를 구분해 보자. 우리에게 없던 것이 들어와 우리말로 자리 잡았으니 확실한 구분 방법은 “우리말로 바꾸어 표현할 수 있는가?”이다. ‘버스, 뉴스, 라디오’ 등은 우리말로 바꿀 수 없어 외국어에서 빌려와 우리나라 말처럼 사용한다. 반면에, ‘밀크’는 ‘우유’로, ‘댄스’는 ‘춤’으로 의미가 같은 우리말로 바꿀 수 있으니 외국어이다. 또한 외래어는 다음과 같은 특징들로 외국어와 구분된다. 그런데 외래어가 우리말의 한 갈래라면, 외래어를 왜 ‘남용’하지 말라고 하는 걸까?

 

① 발음 · 형태 · 용법이 한국어의 특질과 근본적인 충돌을 일으키지 않는다.
② 인용이나 혼용이 아니고 한국어 문장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설명이나 주석 등 

    특별한 처리가 필요하지 않다.
③ 한글로 적는다.
④ 외국어 의식이 없다.
⑤ 우리 사회에서 널리 쓰인다.
⑥ 사용빈도가 잦다.
⑦ 차용 후 사용 기간이 길다. 

▲ 그림 1. 외래어의 특징 <출처: 국어국문학자료사전, 1998. 한국사전연구사>


우리말인 외래어, 남용이 무슨 문제야?

대학생들은 외래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 거리로 나가 질문을 던졌다.
답변에 응한 대학생 8명은 설문지를 풀면서 당황해했다. 1번 문항에서는 외래어와 외국어를 구별하기 어려워했고 심지어 똑같게 답한 사람 하나 없이 제각각 다르게 답했다.

 

1. 아래의 대화에서 외래어와 외국어를 구분해주세요.

스트레스   /   세일   /   버스   /   커피   /   슈퍼마켓  /   러브 
카페    /   리더십   /   도넛   /   토마토   /   스피드   /   에너지

2. ‘밀크쉐이크’와 ‘밀크셰이크’ 중 올바른 단어는 무엇일까요?

3. 본인이 선택한 2번의 단어는 외래어일까요? 외국어일까요?

★ 평소 본인이 외래어와 외국어를 잘 구별할 줄 안다고 생각하십니까?
☐ 그렇다           ☐ 보통이다          ☐ 아니다

★ 평소 외래어에 대해 본인이 느끼는 생각을 써 주세요.

▲ 그림 2. 외래어 관련 설문조사

▲ 그림 3. 1번 문항에 대한 답변들

 

음료 중의 하나인 ‘밀크셰이크’의 바른 표기를 맞게 고른 사람도 절반밖에 되지 않았고, 외래어인지 외국어인지에 관해서도 많이 엇갈리는 반응이 나왔다.

 

“평소 본인이 외래어와 외국어를 잘 구별할 줄 안다고 생각하십니까?” 문항에 대해 ‘그렇다’ 1명, ‘보통이다’ 3명, ‘아니다’ 4명이 답했다. 마지막 문항에 응답자들은 “외래어와 외국어를 구별하는 기준을 잘 모르겠다.”는 불평을 던졌다. 외래어의 지나친 사용을 자제해야겠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외래어를 구별하지 못하는데도. 왜 이렇게 되었을까?

 

우리는 우리말이 된 외래어와 들여온 외국어를 구별하지 않는 게 아닐까? 외래어는 우리나라 말로 대체할 수 없거나, 대체할 틈도 없이 외국어를 오래 사용하여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아는 우리말이다. 만약 외국어를 빌려와 사용하다 대체할 우리말을 찾았다면, 우리가 빌려온 그 외국어는 무엇인가?

 

외국어 사용이 증가하면서 우리말로 바꿀 수 있는 말을 외국어로 먼저 표현하는 현상이 퍼지고 있다. 바로 ‘남용’의 문제를 일으킨다. ‘외래어 남용’이 아니라 ‘외국어 남용’이 맞지 않을까?

 

외국어를 우리말로 받아들이기 전에 충분히 생각해야 한다. 우리말로 대체할 수 없는지 고민하고, 우리말로 표현할 수 있는 말은 우리말로 써야 한다. 전문가들의 충분한 논의도 필요하다. 외국어를 빌려와 사용한 후에도 외래어로 인정할 것인지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 나중에 대체할 수 있다거나 새로운 우리말이 생길 수 있으므로. 성급히 ‘외국어’를 우리말로 여기지 말았으면 한다.

 

이러한 외국어 남용 때문에 ‘한글 수난시대(우리말 수난시대)’라는 표현도 자주 등장한다. 언어는 그 나라 민족의 얼과 혼, 역사이자 정체성이다. 나아가 문화의 근본이다. 우리말이 수난시대를 끝내고 꽃길만 걷게 할지는 우리의 태도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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