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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아, 그 말이 그렇구나(성기지)

걸고 끼고 쓰고 차는 것들

by 한글문화연대 2013. 10. 31.

[아, 그 말이 그렇구나-14]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 몸을 치장하는 액세서리를 한자말로는 장식물이라 하고 순 우리말로는 치렛거리라고 한다. 우리 몸의 일부에 착용하는 치렛거리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목걸이와 귀고리, 팔찌, 시계, 반지와 같은 것들이다. 얼굴에 달거나 목에 끼우는 것은 ‘걸다’라고 하기 때문에, 귀에 다는 귀고리라든지 목에 끼우는 목걸이는 모두 ‘귀고리를 걸다’, ‘목걸이를 걸다’처럼 ‘걸다’로 쓰는 것이 알맞은 표현이다. 흔히 “예쁜 목걸이를 한 사람” 또는 “금목걸이를 찬 사람” 이렇게 ‘목걸이를 하다’, ‘목걸이를 차다’라고 말하고 있는데, ‘목걸이를 걸다’가 바른 표현이다.

 

목걸이와는 달리, 귀고리의 경우에는 ‘귀고리를 걸다’와 ‘귀고리를 끼다’가 모두 맞다. 귀에 구멍을 뚫어서 그 구멍에 고리를 끼우기도 하기 때문에 ‘귀고리를 끼다’라고 말할 수도 있는 것이다. 사실 예전에는 추운 겨울에 귀가 시리지 않도록 걸었던 귀마개를 귀걸이라 하고 귀에 다는 치렛거리는 귀고리라 해서 구분했었는데, 현대에 와서 ‘귀걸이’도 ‘귀고리’와 함께 복수 표준어가 된 것이다.

 
“목걸이를 찬다.”고 말하다 보면, “넥타이를 찼다.”고 말하기 십상이다. ‘차다’는 말은 몸의 일부에 둘러매서 지니고 다니는 것일 때 쓰는데, 가령 ‘시계를 차다’, ‘완장을 차다’ 들과 같은 경우에 사용한다. 무엇인가를 몸에 걸어서 지니고 다닐 때에도 ‘차다’는 말을 쓰기 때문에, “수건을 허리춤에 찼다.”라든지, “권총을 찬 경찰” 들과 같이 쓸 수 있다. 그러나 넥타이는 찬다고 하지 않고 맨다고 한다. “넥타이를 맸다.”라고 해야 바른 표현이다. 다만, 시계와 비슷하게 착용하는 팔찌의 경우에는 ‘팔찌를 차다’와 ‘팔찌를 끼다’가 모두 맞다고 할 수 있다. 팔찌는 팔목에 끼우기도 하고 두르기도 하는 다양한 형태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안경을 끼다’와 ‘안경을 쓰다’도 자주 혼동되는 말이다. 이 경우에는 어느 것이 맞고 어느 것이 틀리다고 딱 잘라 말하기가 어렵다. 그렇기는 해도 우리말 동사들은 제각기 자기 본연의 임무가 있어서, 그 임무에 맞게 사용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낱말이 가진 본래의 임무를 찾아 주면, 안경은 ‘끼는 것’이라고 하기보다는 ‘쓰는 것’이라고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끼다’라고 하면 우리 몸의 일부에 꿰는 것을 말하는데, 주로 ‘반지를 손가락에 끼다’, ‘장갑을 끼다’ 들처럼 사용한다. 이에 비해 ‘쓰다’는 우리 몸에 무엇인가를 얹어 놓거나 덮거나 또는 걸쳐 놓는 것을 이르는 동사이다. ‘모자를 쓰다’, ‘우산을 쓰다’, ‘탈을 쓰다’ 들처럼 사용한다. 안경도 얼굴에 꿰는 것이라기보다는 걸쳐 놓는 것이라고 하는 게 알맞기 때문에, “안경을 낀 사람”보다는 “안경을 쓴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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