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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공공언어 바로잡기 활동

국민 청원:: ‘알기 쉬운 헌법’ 만들어 주세요~

by 한글문화연대 2018. 1. 17.

헌법을 알기 쉽고 우리말답게 바꾸어 주십시오.

 

저는 <알기 쉬운 헌법 만들기 국민운동본부>의 공동대표인 한글문화연대 이건범입니다. 우리 국민운동본부는 한글학회와 한글문화연대 등 국어단체, 흥사단과 한국와이엠시에이(YMCA)전국연맹 등 시민단체,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등 교육학부모단체를 비롯한 41개 단체가 모여 2018년 1월 17일에 출범하였습니다.

 

헌법은 대한민국 국민의 삶을 뿌리에서 좌우합니다. 따라서 국민의 행복 추구권과 알 권리, 평등권을 보장하기 위해 헌법은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알기 쉬워야 하며, 전통문화의 계승 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애써야 하는 국가의 의무에 비추어 우리말답게 써야 합니다. 알기 쉬운 헌법 만들기 국민운동은 바로 이와 같은 헌법 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1987년에 마련되긴 했으나 지금의 헌법은 1948년 제헌헌법의 틀이 그대로 남아 있어 낯선 한자어와 일본어 말투 따위 손질할 게 많습니다. 게다가 2016년에 헌법재판소에서 공문서는 한글전용이 마땅하다고 판시했음에도, 우리 헌법은 국한문혼용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헌법이 어떤 내용으로 바뀐다 하더라도 이제는 알기 쉬운 헌법, 우리말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헌법으로 거듭나도록 용어와 문장을 고쳐야 합니다. 이에 다음 세 가지를 반영한 개헌을 청원합니다.

 

첫째, 어려운 용어를 쉬운 말로 바꾸고, 우리말답게 문장을 손질해 주십시오. 부속 도서(딸린 섬), 기망(속임) 따위 잘 쓰지 않는 한자어는 쉬운 말로 바꾸고, “모든 영역에 있어서”처럼 ‘~에 있어서’,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처럼 ‘~에 의하여’ 따위 일본말투를 고쳐야 합니다. 아홉 줄로 한 문장을 길게 적은 전문(머리글)도 손질하는 게 좋습니다.

 

둘째, 한자 능력에 따라 국민의 알 권리를 차별할 위험이 있는 국한문혼용 표기를 한글전용으로 바꾸어 주십시오. 2005년 제정된 국어기본법 제14조에서는 공문서의 한글전용을 규정하였고, 2016년 헌법재판소에서는 공문서 한글전용 규정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한다는 면에서 전혀 헌법 정신에 어긋나지 않으며, 한자어를 반드시 한자로 표기해야 할 까닭은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셋째, 대한민국의 공용어는 한국어이고 공용문자는 한글이라는 규정을 새 헌법의 총강(으뜸 강령)에 넣어 주십시오. 2004년 헌법재판소에서는 “우리말을 국어로 하고 우리글을 한글로 하는 것”이 “국가의 정체성에 관한 기본적 헌법 사항”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정부의 공공언어에서 우리말 대신 외국어를 마구 쓰고 외국문자로 표기하여 국민의 알 권리를 위협하는 일이 줄지 않으므로 민족의 정체성과 언어생활의 민주주의를 지키려면 헌법에 이 조항을 새로 넣어야 합니다.

 

헌법을 알기 쉽게 바꾸는 일이야말로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여 민주주의를 넓히고 민족 정체성을 다듬는 첫걸음이라고 믿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정치인 모두에게 알기 쉬운 헌법 만들기에 앞장서 달라고 요청합니다. 우리 국민 모두 이 청원에 동참하여 대한민국을 자랑스러운 민주공화국으로 가꾸어 갑시다.

 

2018년 1월 17일 출범 때 <알기 쉬운 헌법 만들기 국민운동본부>에 참여한 41개 단체와 공동대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한글학회, 한글문화연대,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외솔회, 한말글문화협회, 한국어린이문학협의회, 세종대왕나신곳성역화국민위원회, 흥사단,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YMCA전국연맹,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한글사용성평가위원회, 한글빛내기모임, 우리말바로쓰기모임, 한국어교육학과협의회, 신시민운동연합, 참배움연구소, 짚신문학회, 한말연구학회, 처음헌법연구소,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 국어순화추진회, 한글사랑운동본부, 한말글이름을사랑하는사람들, 한글철학연구소, 국어문화운동본부, 국어단체연합 국어문화원, 우리말로학문하기모임,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개혁연대민생행동, 전국국어교사모임, 어린이문화연대, 세계예술문화아카데미국제본부, 징검다리교육공동체,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이극로연구소.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전국교수노동조합, 애산학회. <모두 41개 단체>

 

공동대표
- 권재일(한글학회 회장)
- 류종열(흥사단 이사장)
- 성낙수(외솔회 회장)
- 이건범(한글문화연대 대표)
- 이대로(한글사용성평가위원회 회장)
- 이주영(한국어린이문학협의회 회장
- 조창익(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 차재경(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 회장)
- 최은순(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
- 최홍식(세종대왕기념사업회 회장)

 

** <알기 쉬운 헌법 만들어 주세요.> 국민 청원하러 가기 ** 

 

 

헌법을 알기 쉽게 바꾼 본보기 

                             

 리의도/춘천교대 명예교수

 

 

1. 더 살갑고 쉽게 바꾸어야 할 낱말

헌법 조문에 사용된 낱말 가운데는 대중의 언어와 동떨어진 것이 있고,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알아차리기 어려운 낱말이 있다. 몇몇 용례를 찾아, 간략히 그 조문을 보이고 대안을 제시한다. 낱말을 바꾸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문 구조를 고쳐야 하는 경우도 있다.

 

(1) 기망 → 속임수.
○ 피고인의 자백이 고문·폭행·협박·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의 방법에 의하여 자의로 진술된 것이 아니라고 인정될 때 (제12조 7) → 장기화나 속임수 등에 의하여 

 

(2) 경자유전(耕者有田) → 농민이 농토를 가짐.
○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제121조 1) → ‘농토는 농민에게’라는 원칙

 

(3) 정체(政體) → 정치 형태.
○ 제1조[국호·정체·주권] → [국호·정치 형태·주권]

 

(1)의 ‘기망’은 대중의 말살이와 동떨어진 낱말이다. (2)의 ‘경자유전’은 낱말이 아니니, 나라에서 편찬하고 관리하는 [표준국어 대사전]에도 등재되어 있지 않다. 한글로 표기했을 뿐이지 한국어 문장 속에 한어 문장을 끼워 넣은 셈이다. 헌법이 국민의 말글살이와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잘 보여 주는 사례다. (3)에서 ‘정체’로는 뜻이 얼른 잡히지 않는다. ‘정치 형태’라고 하면 얼른 알 수 있고, 뜻이 또렷해진다.

 

2. 고정틀을 깨뜨려야 할 구문

헌법 조문에는 아주 틀에 박힌 구문이 있다. 대중의 언어와 다르거나 한국어의 상식을 벗어난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에 의하여” 구문

 

현행 헌법의 조문에는 “~에 의하여” 구문이 30개 이상 있는데, 그 가운데 바꾸기 어려운 것은 서너 개 조문이다. 약 20개는 “~에 따라”로 바꾸는 것이 더 알맞고, 5개 정도는 ‘~로’로 바꾸는 것이 더 알맞아 보이는데, 아래가 그 보기이다.
 
①-ㄱ.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제2조 2) → 바에 따라
ㄴ. 형사피해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당해 사건의 재판절차에서 진술할 수 있다.(제27조 5) → 바에 따라
ㄷ.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제27조 1) → 법률에 따라
②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제12조 3) → 신청으로

 

3. 성분을 조정해야 할 월(文)

헌법에는 성분을 조정해야 할 월(sentence)이 많다. 불필요한 성분이 끼워진 경우가 있는가 하면, 꼭 필요한 성분이 빠진 월도 있다. 어떤 성분은 놓인 자리가 알맞지 않다. 명사 위주로 구성한 구문이 많으며, 문법을 벗어난 월이 적지 않다.

 

3.1. 군더더기 성분

 

다음 ①의 조문에서 ‘이를’은 각각 ‘추진하다’와 ‘보장하다’의 목적이며, 그 바로 앞의 ‘~정책을’과 ‘~인권을’을 가리킨다. 그 바로 앞에 있는 성분은 다시 사용하지 않은 것이 상식이다. ②의 ‘이를’도 주제어 ‘헌법 개정안을’과 같으니 다시 쓸 필요가 없다. 그리고 “20일 이상”이 ‘기간’을 뜻하므로 그 뒤의 ‘기간’은 쓸데없는 군더더기이다. ③의 ‘당해’도 마찬가지이다. ④의 조문에 “자기의 행위가 아닌”도 필요하지 않아 보인다. 이른바 ‘연좌제’를 금지한다는 의미인 듯한데, 그 부분을 다 없애고 “자기 친족”이라 하면 충분하다.

 

①-ㄱ.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제4조)
ㄴ.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제10조)
② 제안된 헌법개정안은 대통령이 20일 이상의 기간 이를 공고하여야 한다.(제129조)  
③ 제1항의 지시를 받은 당해 행정기관은 이에 응하여야 한다.(제115조 2)
④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제13조 3)


3.2. 성분이 모자란 월

 

꼭 필요한 성분이 빠져 있는 조문이 있다. 다음 보기는 상반된 2가지 진술을 기술하고 있는데, 얼른 알 수는 없고 한참을 궁리해 봐야 알 수 있는 내용이다. 2가지는 “고문·폭행·협박·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의 방법에 의한 진술”과 “자의로 한 진술”이다. 얼른 알아차릴 수 없는 이유는 “고문 ~ 기타의 방법에 의하여”를 받아 주는 성분이 없기 때문이다. 나쁜 방법을 나열한 그 구와 “자의로 진술된”이 이웃해 있으니 도대체 의미가 잡히지 않는 것이다.

 

   피고인의 자백이 고문·폭행·협박·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의 방법에 의하여 자의로 진술된 것이 아니라고 인정될 때 (제12조 7)
→ ㄱ. 피고인의 자백이 고문·폭행·협박, 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속임수 등과 같은 방법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지 스스로 진술한 것이 아니라고 인정될 때 
→ ㄴ. 피고인의 자백이 스스로 진술한 것이 아니라 고문·폭행·협박, 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속임수 등과 같은 방법에 의한 것이라고 인정될 때

 

문제점을 해소하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현행 조문을 그대로 유지하고 모자란 성분만 보충하는 방법이 ㄱ이다. “고문 ~ 기타의 방법에 의하여”를 받아 줄 요소 “이루어진 것이지”를 보충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ㄴ에서 보듯이 “자의로 진술된 것이 아니”를 떼어서 앞으로 옮기는 방법이다. 더 간단하고 명료한 것은 ㄴ이다.

 

3.3. 성분 배열이 알맞지 않은 월

 

다음은 성분의 배열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를’은 앞의 ‘공포하지’와 뒤의 ‘공포한다’의 공동 목적어이다. 이런 경우 앞에다 놓은 것이 자연스럽다. ‘공포하지’ 앞으로 옮겨야 할 이유이다.

   제5항에 의하여 법률이 확정된 후 또는 제4항에 의한 확정법률이 정부에 이송된 후 5일 이내에 대통령이 공포하지 아니할 때에는 국회의장이 이를 공포한다.(제53조 6)
→ 제5항에 따라 법률이 확정된 후, 또는 제4항에 따라 확정된 법률이 정부에 이송된 후 5일 안에 대통령이 그 법률 공포하지 아니할 때에는 국회의장이 공포한다.

 

4. 평행성을 갖추어야 할 월(文)

 

하나의 월에서 같은 일을 하는 요소들은 같은 형식을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헌법 조문에는 그렇지 못한 용례가 매우 많다. 두어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4.1. ‘피동-능동’의 불균형 


① 선거운동은 각급 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하에 법률이 정하는 범위안에서 되, 균등한 기회가 보장어야 한다.(제116조 1)
→ 선거운동은 각급 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 하에 법률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되, 균등한 기회를 보장야 한다.

 

①은 크게 2개 절로 되어 있는데, 앞절의 서술어는 ‘하~’(능동사)이고 뒷절의 서술어는 ‘보장되~’(피동사)이다. 하지만 의미 구조를 보면 앞절이 ‘후보자는 선거 운동을 ~ 다’이며 뒷절도 ‘국가는 균등한 기회를 보장하다’이다. 이처럼 앞절과 뒷절의 구조가 같으므로 뒷절의 서술어도 능동사 ‘보장해야’로 해야 평행성이 갖추어진다.      

 

4.2. ‘명사구-서술절’의 불균형 

 

② 선거와 국민투표의 공정한 관리 및 정당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선거관리위원회를 둔다.(제114조 1)
→ 선거와 국민투표를 공정하게 관리하고 정당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선거관리위원회를 둔다.

 

②의 조문에서는 ‘및’이 “선거와 국민투표의 공정한 관리”와 “정당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를 대등하게 접속하고 있다. 그런데 앞쪽은 명사구이고 뒤쪽은 서술절이니, 평행성에 어긋난다. 명사구를 서술절로 고치면 평행성을 갖추어 문법적이고 자연스러운 구조가 된다.

 

4.3. 종결 형식의 불균형

 

③ 국가는 농‧어민과 중소기업의 자조조직을 육성하여야 하며, 그 자율적 활동과 발전을 보장다.(제123조 5) 
→ ㄱ. 국가는 농민․어민과 중소기업의 자조 조직을 육성하, 그 조직의 자율 활동과 발전을 보장한다.
→ ㄴ. 국가는 농민․어민과 중소기업의 자조 조직을 육성하여야 하며, 그 조직의 자율 활동과 발전을 보장하여야 한다.
→ ㄷ. 국가는 농민․어민과 중소기업의 자조 조직을 육성하고, 그 조직의 자율 활동과 발전을 보장하여야 한다.

 

③은 절 2개가 대등하게 접속되어 있다. 앞절의 종결 형식은 “~어야 하~”이고, 뒷절의 그것은 ‘~한다’이다. 평행성을 갖추게 어느 쪽으로든 통일되게 해야 한다. ㄱ과 ㄴ이 그렇게 한 결과이며 ㄴ을 줄이면 ㄷ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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