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241] 성기지 운영위원
남과 북의 왕래가 자유로워지면 가장 먼저 가보고 싶은 곳으로 평양과 묘향산을 꼽는 이들이 많다. 평안남도와 평안북도를 가르는 묘향산맥의 주봉이 묘향산이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묘향산맥을 묘향산줄기라 이른다. 우리 겨레는 예부터 ‘산봉우리, 산마루, 산줄기, 산비탈, 산자락, 산기슭’ 들로 불러 왔는데, 이 가운데 ‘산줄기’가 일본말 ‘산맥’으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백두대간’이라 할 때의 ‘대간’이나 ‘정맥, 지맥’ 들의 ‘간, 맥’이 다 ‘줄기’라는 말이다. ‘산맥’을 ‘산줄기’라고 살려 쓰면 남북한 언어의 차이도 줄어들 것이다.
지난날 일제가 바꾸어 놓은 우리 땅이름들은 셀 수 없이 많다. 일본이 우리 국토를 가리키던 ‘조선반도’가 아예 ‘한반도’로 굳어져, 오늘날에는 우리 스스로도 우리 땅을 한반도라 부르게 되었다. ‘반도’라는 말은 일본사람들이 영어 ‘peninsula’[피닌슈러]를 번역해 놓은 말이다. 일본 사전에 보면 ‘반도’를 “바다로 내밀어 섬 모양을 한 뭍”으로 풀이해 놓았다. 그런데 일본 사전에는 ‘반도’의 뜻풀이에 “특히 조선을 말함.”이라고 보태어 놓았다. 여기에는 일본은 ‘온 섬’인데 조선은 ‘반섬’밖에 안 된다고 낮추려는 뜻이 담겨 있다.
본디 우리에게는 ‘곶’이라는 말이 있다. 바다로 길게 뻗어 나온 뭍을 곶이라 하니, 반도를 순화해서 쓰기 꼭 알맞은 말이다. 요즘에야 ‘호미곶’, ‘장산곶’ 들처럼 주로 뒷가지로만 쓰이고 있지만 이름씨로서 그 쓰임새를 더욱 넓혀 언젠가 ‘반도’를 다시 밀어낼 그날이 꼭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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