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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불명의 성. 에뛰드 하우스로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8. 20.

 

어서오세요 공주님.


사랑스러운 인테리어와 귀여운 소품들 그리고 최고의 인기 아이돌 스타를 이용한 홍보 등으로 10대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유명 화장품 가게 에뛰드 하우스 (ETUDE HOUSE). 그에 걸맞게 꾸며진 매장의 모습은 다 자란 성인들의 눈에도 수줍은 핑크빛 볼을 가진 사랑스러운 공주들의 성으로 비쳐진다. 하지만 ‘에뛰드(쇼팽의 아름다운 연습곡이라는 프랑스어)’의 집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성 안의 공주들은 모두 외국인인 듯하다. 성 안의 물품들은 모두 우리말인 듯 우리말 아닌 국적 불명의 말들로 가득했다.

 사랑하는 이에게 바친다는 ‘디어 달링 틴트’. 매끈한 피부를 유지시켜 준다는 ‘스테이 업 파운데이션’ 등등. 표기만 우리말로 되었을 뿐 외국어 사용은 매장을 둘러보는 내내 계속되었다.



특히나 갖가지 색상으로 진열 된 입술을 위한 제품에서는 우리말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톡톡 튀는 십대들을 겨냥한 ‘컬러 팝’ 틴트는 모든 색상을 영어로 재탄생 시키는 열정을 보여주었다. 패션팝, 써니팝, 비타팝, 코랄팝, 스윙팝으로 구성 된 이 제품들은 이름만 들어서는 전혀 색상을 상상할 수 없을 지경이다.

이 색상들을 우리나라 10대 청소년들이 정말로 이해하는 걸까? 또 정말로 이 이름들을 좋아하는 걸까?

실제로 매장을 방문한 여중생 김 모(16)양의 말에 따르면 색상의 이름만 듣고는 자신도 색을 전혀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이름이 잘못 지어졌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다른 어떤 친구도 이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고 한다. 


왜 우리는 전혀 그 용도와 특징을 상상할 수 없게 하는 이름에 잘못됨을 느끼지 않는 걸까? 

이에 김양(16)은 아마도 외국어와 외래어의 사용에 너무 익숙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는 우리말보다 외국어로 된 제품 이름이 더 세련되고 친근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현상이 에뛰드 하우스라는 성 안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전문 용어나 우리말 표현이 힘들 때 사용하는 외래어는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대부분 경우에서 우리말보다는 외국어가 우선 된다. 소비자들이 훨씬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을 두고도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은 우리말을 지키고자 하는 애정이 없더라도 효율적인 소통을 해치는 행위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외국어를 사용하는 이유가 나는 외국어 사대주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느새 우리 사회는 한국어와 더불어 외국어 하나쯤은 필수로 잘해야 하는 사회가 되었다. 특히나 영어를 향한 사람들의 열정은 상상을 초월한다. 요즘 학생들은 저마다 영어식 이름을 하나씩 가지고 있고 아직 한글도 익숙하지 않은 초등학생이 영어를 정규수업으로 배워야 한다. 심지어 영어발음을 위해서 아이들 혀밑을 잘라내는 수술이 한때 유행했고 원정출산, 이중국적, 조기유학 등 수 없이 많은 일들이 오직 영어를 잘 하기위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말보다 외국어를 더 멋지게 여기는 마음에 생겨나는 것은 무리가아니다.에뛰드 하우스 같은 기업들이 우리말보다 외국어를 고집하는 이유도 외국어를 써야 있어 보인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고급화 전략의 일종인 것이다.

언어는 민족의 정신이자 정체성이다. 나라의 고유한 언어는 그 민족의 정체성을 나타낼 정도로 중요한 것이다. 특히나 요즘에는 한류 열풍이 세계 곳곳에 불어 한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뜨겁다. 이런 때 일수록 우리는 우리의 문화를 소중히 하고 그 토대이자 근거인 한국어 또한 소중히 여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글문화연대 대학생기자단 이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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