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한국어 교재 파헤치기
-고려대, 중앙대 한국어 교재를 바탕으로-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9기 양다연 기자
ydy0828@naver.com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9기 이연수 기자
dldustn2001@naver.com
외국인의 한국어 학습에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는 교재다. 한국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비롯한 자발적인 배움부터 한국어능력시험, 한글능력검정시험과 같은 공식 어학시험을 준비하기 위한 공부까지, 한국어 학습은 교재를 바탕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교재 자체도 중요하지만 교재의 구성과 내용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학습 수준과 목표에 맞는 교재를 선택해 공부해야 보다 효율적으로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여러 대학에서 직접 자교만의 한국어 교재를 제작하는 요인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모든 대학교에서 교재를 제작하는 것은 아니나, 한국어 교재를 직접 만드는 경우 이를 교환학생과 외국인 재학생들의 한국어 수업에서 사용하기도 한다. 이미 제작된 시중의 교재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제각각이겠지만, 대학만의 고유한 한국어 교재는 학교의 교수진 및 연구진들이 고심하여 제작한 연구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이는 학교마다 교재의 목표, 구성, 혹은 목차가 다른 까닭이기도 한데, 각자가 중시하는 교수 방식과 교육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에 주목해 각자의 학교 교재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으며, 어떤 특징이 있는지,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고려대학교 – 《고려대 한국어》, 《고려대 재미있는 한국어》
고려대학교 한국어센터에서는 2019년 8월부터 새로운 한국어 교재를 제작 및 유통하기 시작했으며 2023년 2월 기준으로 가장 최근에 배포된 책은 2022년 7월에 발행되었다. 고려대학교 한국어센터 설립 이래 세 번째로 제작된 한국어 교재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재미있게 배우고 효과적으로 가르치는 방법’에 관한 ‘연구 및 교수 학습의 성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교재의 서문에서 밝혔다.
고려대 한국어 교재는 《고려대 한국어》와《고려대 재미있는 한국어》로 나뉜다. 전자는 말하기 중심의 통합 교재며 후자는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로 분책된 교재다. 두 교재 모두 여섯 단계로 구성되어 있고 이론보다 활동을 중점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모든 교재는 한글로 제작되지만, 한글 설명 아래에 외국어 해석이 붙어 있는 교재도 있다. 현재까지는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설명을 제공한다. 《고려대 한국어》는 한 단계가 ‘에이(A)’와 ‘비(B)’ 두 권으로 구성된 통합 12권 짜리 교재인 반면 《고려대 재미있는 한국어》는 한 단계를 한 권으로 구성했다.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영역별 여섯 권씩 총 24권의 교재가 있다. 이 중 《고려대 한국어》의 ‘2비(2B)’와 ‘4에이(4A)’,《고려대 재미있는 한국어 4》의 읽기, 말하기를 중심으로 분석했다.
그림 1 《고려대 한국어》1~6권(왼쪽 위부터) /출처: 예스 24
여러 권의 고려대 한국어 교재를 보고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말하기가 매우 중시된다는 점이었다. 《고려대 한국어》의 모든 문제는 ‘이야기해 보십시오’, ‘전달해 보십시오’의 형태로 제시되어 있으며, 이렇게 말하기를 중점으로 하는 《고려대 한국어》교재가 이미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려대 재미있는 한국어》의 말하기 교재가 또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실제로 고려대학교 한국어센터에서는 한국어를 처음 접하는 학습자도 이를 실생활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교재를 구성했다고 전한다.
《고려대 재미있는 한국어 4》 말하기
교재의 각 단원은 ‘도입-배워요1~2-말해요1~3-자기평가’로 구성되어 있지만 해당 단원에서 배울 표현을 알려주는 두 번째 단계인 ‘배워요’의 경우 생략된 경우가 더 많다. 도입 이후 바로 말을 해보는 실전 형식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한국어를 처음 배우는 학습자라면 높은 난이도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해당 교재가 여섯 단계 중 네 번째 단계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전혀 모르는 표현을 배우는 경우 학습자가 단원 초입에서부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실생활에서 바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교재라는 점에서 이러한 구성은 실전 연습에는 적합하지만, 학습자가 소극적이거나 문법, 어휘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공부하기를 어려워한다면 이 교재에 대한 진입 장벽이 높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고려대 재미있는 한국어》의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분야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는 학습자의 공부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느꼈다. 예를 들어 해당 교재 11과의 주제인 ‘말하기 대회’의 학습 목표는 학습자가 말하기 대회에서 발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말해요2'에서는 말하기 대회에 사용할 원고를 작성하는 과제가 주어지는데 이때 《고려대 재미있는 한국어 4》 쓰기 교재에서 작성한 원고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처럼 같은 단계의 다른 교재를 활용할 수 있게 하여 언어 학습이 한 분야로만 치우치는 것을 막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통합적 구성은 다른 영역의 교재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그림 2 《고려대 재미있는 한국어》1~6권(왼쪽 위부터) / 출처: 예스 24
《고려대 재미있는 한국어 4》 읽기
읽기 교재의 단원은 '자기평가' 단계 이후 읽기 과제를 한 번 더 수행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렇게 구성한 이유는 교재에 제시되어있지 않으나, 읽기는 말하기에 비해 과제를 수행하는 데에 비교적 시간이 적게 걸리기 때문에 자기평가 이후 또 다른 과제를 수행해 많이 연습할 수 있도록 한 것일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말하기를 중시하는 교재의 특성상 읽기 교재에서도 말하기 연습을 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읽기 교재는 말하기 교재와는 다르게 읽기 자료를 바탕으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6과의 ‘설문 조사’에 있는 읽기 과제는 개인의 성향과 업무의 관련성에 관한 두 가지 의견이 담긴 글인데, 학습자는 이 글을 읽고 어떤 의견들이 제시되었는가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고려대 재미있는 한국어》에서는 해당 분야 이외의 지식을 얻기 힘들었다. 좁고 깊은 공부는 가능하지만 다른 학습을 병행하지 않는 한 넓은 지식을 얻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또한 한국어를 처음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해당 교재를 가지고 기초 학습을 하기 힘들어 보였으며, 문법에 관한 설명이 전무하기 때문에 정확한 한국어를 배우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단점은 《고려대 한국어》와 같은 통합 교재를 함께 사용함으로써 최소화할 수 있다.
《고려대 한국어 2 - 비(B)》, 《고려대 한국어 4 - 에이(A)》
《고려대 재미있는 한국어》가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의 ‘기능 중심 교재’라면 《고려대 한국어》는 언어 기능에 더해 문법, 문화까지 골고루 설명하는 ‘기능, 형태 통합 교재’다. 말하기를 중심으로 어휘, 문법, 담화 표현과 발음, 문화같은 추가 정보를 습득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여전히 형태보다는 기능에 중점을 둔 것이 많이 느껴졌는데, 문법에 관한 설명이 단순하며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헷갈려하는 문법적 요소에 관한 원리원칙이 한두 문장 정도의 설명으로만 제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고려대 한국어 2》비(B)의 7과에서 경험과 시도를 나타내는 표현인 ‘-아/어/여 보다’를 설명하는 부분을 들 수 있다. 해당 쪽에는 ‘-아/어/여 보다’라는 표현은 ‘어떤 행동을 경험하거나 시도함을 나타낸다.’라고 설명하는데 이 설명이 이 표현에 대한 모든 정보였다. 어떤 경우에 ‘아’를 쓰고 어떤 경우에 ‘어’를 쓰는지, ‘보다’만 쓰는 경우는 어떤 때인지 등에 관한 내용은 없다. 문법을 따로 다루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한 단원에서 문법은 잠깐씩 곁들여 설명하는 부차적인 요소로 밀려난 것이다. 이로 인해 불규칙 활용이나 예외에 관한 설명이 부족해지기도 했다. 교재 뒤쪽에 모든 단원의 문법 내용을 설명하는 부분이 있으나 내용이 충분하진 않아 학습자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예했다. 다만 문법의 중요성이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기 때문에 해당 교재는 변화하는 언어 학습 동향에 맞추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인 것으로 보인다.
교재의 내용을 배워서 ‘바로’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고려대 한국어 교재의 가장 큰 목적이다. 그렇기에 말하기에 가장 큰 비중을 두었고, 학습자들이 교재를 사용해 공부하는 과정에서 배운 내용을 입으로 내뱉을 수 있도록 하는 과제가 가장 많았다. 이렇게 과제 중심으로 실생활 언어를 학습하도록 하는 것은 비교적 최근의 경향이기에 과거와 비교했을 때 많은 변화를 반영한 교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휘, 문법 설명이 차지하는 비율이 최소화되어 학습자의 기초 지식이 부족해질 수도 있다고 느껴 그 내용을 설명할 수 있는 교수자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고려대 한국어》와 《고려대 재미있는 한국어》를 병행해서 사용하고, 《고려대 한국어》로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한 후 학습자가 취약점을 보이는 분야를 《고려대 재미있는 한국어》로 공부하는 방식으로 학습한다면 여러 분야를 골고루 학습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중앙대학교 - 《알기 쉽고 재미있는 중앙 한국어》
중앙대학교 한국어교육원에서는 2012년 처음《중앙 한국어》1~4권을 출간하고, 이후 5~6권도 출간해 현재 1급에서 6급까지 완성된 한국어 교재의 틀을 갖췄다. 1~4권은 통합된 형식이고 5~6권은 영역별로 교재가 나누어져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 중 2019년에 발행되어 중앙대 학술정보원에 비치된《알기 쉽고 재미있는 중앙 한국어 5》를 기준으로 분석해 보았다.
그림 1 《알기 쉽고 재미있는 중앙 한국어 5》- 문법, 듣기·말하기, 읽기·쓰기, 아카데미(왼쪽부터) / 출처: 네이버 도서
《알기 쉽고 재미있는 중앙 한국어 5》는 문법, 듣기·말하기, 읽기·쓰기, 아카데미, 이렇게 4개의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해당 책의 머리말에서는 영역별 교재를 만든 이유에 대해 '이러한 방식의 교재가 한국 대학에 와서 공부하려는 외국 학생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교재가 대학 생활에 기반한 한국어 공부에 중점을 뒀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는 제목 그대로 '알기 쉽고, 재미있어야' 한다는 철학이 반영되어 있다고 하는데 교재를 들여다볼 때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생각했다.
중앙대 한국어 교재를 다른 학교의 교재와 비교해볼 때,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아카데미' 영역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 교재에는 대학 생활과 관련한 실생활 정보가 많이 담겼는데, 대학 생활 문화 관련해서는 더치페이 문화, 음주 문화, 엠티, 동아리 활동 등의 내용을 다뤘고 대학 생활 제도 관련해서는 전공 이수제도, 휴학과 복학, 계절학기 등을 다뤄 학생들이 실제로 입학해서 직면하게 되는 문제를 짚었다. 이외에도 발표, 토론, 시험 문항 유형, 보고서 인용하기 등 강의·시험과 직결되는 부분도 학습할 수 있도록 했다. 구체적으로는 한국 대학생을 직접 만나 더치페이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직접 설문조사를 해보는 활동이나 보고서를 작성할 때 이용할 수 있는 표절 검사 프로그램 사이트를 소개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읽기·쓰기' 교재에서는 읽기는 주제 중심으로, 쓰기는 기능 중심으로 풀어냈다. 읽기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친 내용을, 쓰기는 전문 분야에서의 연구나 업무에 필요한 언어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했다. 외국인 학생들이 조금은 낯선 분야에 대한 한국어 표현까지 읽힐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음으로 '문법'과 '듣기·말하기' 교재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봤다.
《알기 쉽고 재미있는 중앙 한국어 5》 문법
먼저 문법 교재는 전반적으로 항목별 문법에 대한 설명과 예문, 연습 문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예문과 연습 문제에 포함된 문장들은 주로 담화문이다. 문법 교재의 경우 목차에 '어떤 문법을 중요시하는가'하는 필자의 생각이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해 순서부터 살펴봤다.
1. 가정 표현 | 2. 강조 표현 | 3. 결과/회상 표현 | 4. 나열 표현 | 5. 높임법 | 6. 당연/당위 표현 | 7. 대조/반대 표현 | 8. 명사화 표현 | 9. 상황/기준 표현 | 10. 순서 표현 | 11. 원인·이유 표현 | 12. 유사 표현 | 13. 의도 표현 | 14. 인용 표현 | 15. 정도 표현 | 16. 조건 표현 | 17. 추가 표현 | 18. 추측/가능 표현 | 19. 태도 표현
항목별로 한국어 표현에서 보이는 특징들을 전반적으로 잘 뽑아 놓았다. 다만, 순서에서 '5. 높임법' 부분은 마지막 부분에서 더 자세히 다뤄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 높임법은 외국인이 한국어를 접했을 때 흔히 어려워하는 문법이다. 물론 다른 나라에도 한국의 존댓말과 같은 역할을 하는 표현이 존재하지만 한국만큼 그 쓰임이 세분되어 있지는 않다. 한국어의 경우 상대, 주체, 객체 높임법 등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되며, 여기에 어휘적 높임법과 형태론적 높임법도 더해진다. '밥 → 진지', '있다 → 계시다' 등이 어휘적 높임법의 예고, 서술어(동사)에 선어말어미 '-시'를 붙이거나 주격조사 '가'를 '께서'로 바꿔 사용하는 것이 형태론적 높임법이다. 이러한 높임법은 외국 학생이 자국어와 대조하며 학습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높임법 부분을 마지막으로 빼거나, 처음엔 간단하게 짚고 넘어가고 마지막에 한 번 더 자세히 학습하는 구조로 목차를 배치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은 '7. 대조/반대 표현' 부분에서 아쉬운 점이 보였다. 대조/반대 표현의 대표적 예로 '형용사/동사-고도'를 제시하고 '-지만', '-(으)면서도', '-(으)ㅁ에도 불구하고' 등의 표현을 추가로 소개했다. 전부 연결 어미를 학습하는 데서 그치게 되어 있는데, '반면'과 같이 '뒤에 오는 말이 앞의 내용과 상반됨'을 뜻하는 명사 표현도 함께 익힐 수 있도록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꼭 '7. 대조/반대 표현' 부분에서만이 아니라, 다른 단원에도 이러한 점이 적용된다면 외국 학생들이 폭넓은 한국어 표현을 습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8. 명사화 표현' 부분에서는 '형용사/동사-(으)ㅁ', '-기' 등의 표현을 소개했는데 여기에 더해 명사화 표현을 대신할 수 있는 단어를 알기 쉽게 표로 정리하면 학습에 더욱 도움 되지 않을까 한다. 교재에 나와 있는 '냄 → 지출' 등과 같은 예시처럼 동사, 형용사의 명사화 표현과 뜻이 같은 단어를 함께 학습하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알기 쉽고 재미있는 중앙 한국어 5》 듣기·말하기
듣기·말하기 교재는 사회적/추상적 주제나 업무, 학문과 관련한 내용을 듣고 이해하고, 이와 관련해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데 초점을 뒀다. 크게 <들어봅시다>, <이야기해 봅시다>, 이렇게 둘로 나뉘는데 두 부분 사이에 내용적 연계성을 고려했다. 듣기·말하기는 실생활과 바로 연결되는 부분이기도 해서 표현에 더욱 집중해 살펴봤다.
먼저 '2.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는 '전공을 살리다', '사범대생' ,'교직 이수' 등과 같이 한국에서 대학 생활을 하면서 실제로 들어볼 법한 표현을 많이 넣어둔 것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3. 한국인의 언어'에서는 '줄임말', '신조어' 등의 단어를 학습하는데, 여기에서 해당 단어의 뜻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한국에서 쓰이는 줄임말과 신조어의 아주 다양한 예시를 많이 소개했다면 이 책에 담긴 철학처럼 '재미있게' 한국어를 익힐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한국 어디에선가는 지금도 줄임말과 신조어가 생산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표현이 있는 나라이기에 이 부분도 실생활 측면에서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듣고 이야기하는 구조로 되어 있는 교재에서는 비교적 어려운 표현을 자제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짚어본 아쉬운 점이다. 예를 들어 '7. 다섯 가지 색의 조화, 한식' 부분에서는 대화를 듣고 질문에 답하는 문제로 '약식동원'이라는 표현이 쓰였다. 외국 학생들은 담화를 듣고 '약과 음식은 그 근원이 같다는 뜻으로 매일 먹는 음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는 말'이라는 주관식 답변을 적어야 했다. 한국 대학생이 얼핏 들어도 어려운 표현이다. 실생활에서도 활용도가 적고 어려운 표현을 외국 학생들을 위한, 그것도 '듣기·말하기' 교재에서 다루는 것은 학습의 효율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된다.
대학교에서 외국 학생을 위한 한국어 교재를 편찬하는 것은 외국 학생이 한국 대학교에 와서 대학 생활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실생활에 맞닿아 있는, 살아 있는 표현을 교재에 많이 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점에서 '알기 쉽고, 재미있어야' 한다는 이 교재의 철학에 공감했고, '아카데미' 영역의 교재가 따로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보였다. 또 그런 의미에서 대학들이 업무, 학교생활, 학업 등에 필요한 한국어와 일상생활에 중요한 표현을 좀 더 분리해서 교재를 편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한국어능력시험도 중요하지만 외국 학생으로서는 당장 한국에서 생활하며 적응하고, 강의 듣는 데 필요한 표현들이 더 절실할 테니 말이다.
두 대학의 교재는 공통으로 영역이 구분되어 있었고 언어를 쉽게 배워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중점을 두었다. 비록 두 대학의 한국어 교재만을 살펴보았지만, 이를 통해 최근의 교재 제작 동향이 과거에 비해 많이 바뀌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교재가 형식 위주에서 기능 위주로 변했으며, 학습자의 흥미와 관심사에 맞는 내용으로 공부하게끔 제작되었기 때문이다. 언어에는 철자, 맞춤법, 띄어쓰기와 같은 법칙이 존재하긴 하나, 법이라기보다 문화에 가깝다. 언어는 사람 간 의사소통을 통해 자연스럽게 그 형태와 기능이 굳어진 것이지 법칙 위에 세워진 절대 진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언어의 특성과 그 언어를 배우려는 사람의 학습 의도가 반영된, 실용성과 흥미에 초점을 맞춘 교재는 충분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의 외국어 교재 발전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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