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18일(화)
곳: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정문 앞
한글문화연대는 인천<영어통용도시>에 관한 반대 의견과 주장을 전하기 위해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정문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여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한글문화연대, 한글학회,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외솔회 등 전국국어단체 75곳과 가톨릭환경연대, 강화도시민연대, (사)너머를 비롯한 인천시민사회단체 52곳이 함께 해주셨습니다.
이날, 전국국어단체와 인천시민사회단체는 인천 <영어통용도시> 정책에 대하여
1. 인천에 거주하는 한국인 42만여 명이 아닌 외국인 8천여 명만을 위한 배보다 배꼽이 큰 정책이다.
2. 인위적인 영어 환경 조성은 시민에게 불편만 준다.
3. 영어 사교육 부작용을 부른다.
4. 외국인이 업무 외의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언어 장벽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라는 의견을 발표했습니다.
앞으로 한글문화연대는 인천 <영어통용도시> 정책을 지속해 지켜보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려 합니다.
시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아래는 기자회견문 전문입니다.
▽▽▽▽▽▽▽▽▽
<전국 국어단체와 인천 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문>
영어통용도시 허깨비 놀음을 당장 집어치워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외국인이 살기 편한 환경을 꾸미겠다며, 경제자유구역인 송도, 청라, 영종 등을 영어통용도시로 만들겠다고 한다. 우리 국어단체와 인천의 시민사회단체는 이 정책에 반대하며, 불필요한 사회 비용 지출과 논란, 주민 불편, 영어사교육 바람을 부르고 우리 국어를 짓밟는 이 정책을 당장 폐기할 것을 요구한다.
1. 배보다 배꼽이 크고 몽상적인 정책이다.
외국인이 살기 편하게 하려고 인천 경제자유구역을 영어통용도시로 만들겠다는 정책은 참으로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인천 경제자유구역 안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이 외국인과 자유롭게 영어로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않는 한 영어통용도시를 이룰 수 없다. 주민의 영어 실력을 순식간에 높이거나 영어 잘하는 주민으로 교체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정책이니, 그저 헛된 몽상일 뿐이다. 부산시가 영어통용도시와 비슷한 ‘영어상용도시’ 정책을 내세웠다가 그 이름을 버린 사정과 결코 다르지 않다.
2023년 3월 17일, 인천시의회에서 비현실성을 지적하며 ‘인천 경제자유구역 영어통용도시 추진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부결시킨 뒤에도 김진용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은 영어통용도시 강행 의지를 밝혔다. 외국인 정주 환경 관련 설문에 응한 거주 외국인 161명 가운데 78%가 언어 소통에 불만족한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이에 김대중 인천시원(국민의힘, 미추홀구)은 “그런 목적이라면 송도·청라·영종 주민은 모두 영어회화를 해야 한다”며 “경자구역 주민에게 영어 사용을 강제해 외국인들에게 맞춰가야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인천경제자유구역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8천여 명으로 이 지역에 거주하는 한국인 42만여 명에 견주어볼 때 아주 적은 수이다. 소수인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빠르게 익혀 언어 장벽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데, 어찌 다수인 한국 사람들이 영어를 빨리 익혀 소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단 말인가? 다수인 한국인에게서 해법을 찾겠다는 생각은 이치에 맞지도 않고 현실에 어울리지도 않는다.
2. 인위적인 영어 환경 조성은 시민에게 불편만 준다.
영어통용도시 정책은 어떠한 내용도 알려지지 않은 허깨비 정책, 유령 정책이다. 그럼에도 정책 입안자의 생각을 일부 파악할 수 있는 대목이 부결된 추진위원회 조례안에 들어 있었다. ‘내국인 영어소통 및 영어환경 조성에 관한 사항’에 대해 위원회가 시장의 자문에 답한다는 것이었다. 경제자유구역에서 활동하는 외국인이 행정기관 공무원과 소통하는 일이 아니라 민간인과 소통해야 할 경우라면 그것은 내국인 스스로 알아서 할 일이다. 그런데 이 조례안에서는 ‘내국인과 외국인의 영어소통’을 경제자유구역청이 나서서 맡겠노라고 했다.
이는 한국어를 공용어로 삼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한국어로만 의사를 표현해도 살아갈 수 있는 국민에게 강제로 영어로 소통하도록 요구함으로써 표현의 자유와 행복추구권을 위협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억지로 추진하는 ‘영어환경 조성’도 한국어를 공용어로 삼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국민의 알 권리를 짓밟을 위험이 매우 높다. 영어환경은 외국인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선에서 그쳐야지 한국인의 언어생활에 불편을 주어서는 안 된다.
3. 영어 사교육 부작용을 부른다.
영어통용도시라는 실현 불가능한 정책을 현실에서 추진하려다 보니, 기껏 내놓을 수 있는 정책 수단이라야 청소년과 청년들의 영어 교육을 지원하는 일 밖에는 없다. 김진용 청장은 2023년 5월 11일 어느 강연에서 “학생과 젊은 사람들이 영어하는 분위기 만들어주고 10~20년 뒤에 세계인들을 영어로 감복하게 하는 인재를 만드는 게 시대의 소명”이라고 했다. 이런 발상으로는 어린이부터 청년까지 영어 교육을 지원해주는 정책을 구상하기 쉽다.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이 지난 6월 27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한국학원총연합회 인천시지회와 ‘송도 영어 통용도시’ 추진과 관련한 상호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명분은 김진용 청장 말마따나 학원연합회와 함께 ”미래 세대를 위한 효율적인 영어교육을 고민”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영어교육 정책은 교육청이나 교육부에서 알아서 할 일이지 경제자유구역청의 소관 사항은 아니지 않은가? 게다가 그런 일을 왜 학원연합회와 협력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학원연합회와 효율적인 영어교육을 고민해보겠다는 말은 현재 공교육에서 수행하는 영어교육이 비효율적이라는 의미이고, 영어 제대로 배우려면 학원에 가야 한다는 주장에 다름 아니다. 이 정책은 영어 사교육 부작용을 부를 것이 불보듯 뻔하다. 도성훈 인천시교육감도 6월 29일 열린 민선 4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영어통용도시 조성사업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도 교육감은 “아무리 세계화를 위한 정책을 펼치더라도, 우리말을 바탕에 깔지 않고 추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거기다가 학원연합회를 통해 지원한 그 청소년들이 인천 경제자유구역 안에서 앞으로도 계속 생활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 정책은 정책 목표를 담보할 수 있는 아무런 수단도 없이 비용만 낭비하고, 이 구역뿐만 아니라 인천 전역에 영어 사교육 바람을 일으킬 것이 뻔하다. 그 여파는 인천에 그치지 않고 서울과 수도권, 아니 전국에 영어 사교육을 부추길 것이다.
4. 헛다리짚은 정책이다.
외국이라면 언어가 잘 통하지 않는 게 너무나 당연하다. 우리나라 자본이 외국에 투자할 때, 그곳의 한국어 사용 환경에 따라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가? 중국, 유럽, 동남아 어디에서도 한국어가 통용되기 때문에 우리 기업이 투자한다는 전략은 들어본 적이 없다. 우리 기업 종사자들은 외국에 나가서 그 나라 사람들과 함께 일해야기 때문에 그 나라 말을 배워가며 적응한다. 이는 세계 모든 기업이 취하는 어쩔 수 없는 전략이다.
물론 기업은 현지어와 외국어, 또는 영어에 능통한 종업원을 구하여 언어 장벽을 극복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에서 일하는 외국인들도 업무에서는 해당 외국어나 영어를 잘 구사하는 한국인 등을 고용하여 일할 것이다. 다만, 그들이 업무 외의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언어 장벽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상하거나 걱정스러운 일이 결코 아니다. 비영어권 어느 나라에 가나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서로 노력함으로서 그 장벽이 낮아질 테지만, 그 자체가 결코 외국인 투자와 활동의 근본 걸림돌은 아니다. 헛다리 짚지 말고 인천 경제자유구역 특유의 매력을 잘 키우는 데에 힘을 쏟아야 한다.
‘영어통용도시’라는 정책은 그 이름부터 영어 환상을 퍼뜨리면서 인천에 살지 않는 국민에게조차 영어가 실제 필요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위험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렇지 않아도 온 나라에서 영어를 마구 쓰기 때문에 큰 문제인데 그 말썽을 부추기고 있다. 한류문화 기반의 세계화 전략이 아니라 시대착오적인 외국인 퍼주기 전략에 다름 아니다. 아무 내용도 뼈대도 갖추지 못한 채 달랑 이름만 번드르르한 영어통용도시 정책을 당장 폐기하고, 외국인이 언어 때문에 불편하지 않게 하려면 그에 합당한 정책을 세우고 적합한 이름을 정하라. 만약에 이 정책을 폐기하지 않으면 우리는 더욱 강력하게 반대 투쟁을 벌일 것이다.
<우리의 요구>
실체 없는 허깨비 놀음 영어통용도시 정책을 폐기하라!!
영어 사교육 부추기는 영어통용도시 정책을 폐기하라!!
내국인 불편 조장하는 영어통용도시 정책을 폐기하라!!
쓸데없는 비용 낭비 영어통용도시 정책을 폐기하라!!
2023년 7월 18일
전국국어단체 75곳
한글학회·한글문화연대·세종대왕기념사업회·외솔회·한국겨레문화연구원·국어순화추진회·한글재단·한글사랑운동본부·한국국어정보학회·국어단체연합세종국어문화원·(사)국어문화운동본부·세종한글서예큰뜻모임·갈물한글서회·짚신문학회·훈민정음학회·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협회·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훈민정음가치연구소·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한글바른말연구원·한글문화세계화추진본부·한국땅이름학회·한국폰트산업협동조합·한국폰트협회·한글서예사랑모임·제주도서예문인화총연합회·영주연묵회·한국시각정보디자인협회·한국아동문학연구회·한말글문화협회·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전국국어운동대학생동문회·한말글이름을사랑하는사람들·한말글·한글철학연구소·세종한말글연구소·한힌샘주시경선생기념사업회·훈민정음연구소·우리말바로쓰기모임·한글서체연구회·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한류문화산업포럼·밀물무용예술원·한국디자인단체총연합회·한국문법교육학회·한국작문교육학회·한국화법교육학회·한글문화연구회·한글이름펴기모임·한국글꼴개발연구원·한국음성학회·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한글새김예술원·애산학회·세종문화예술연구소·퍼니피쉬·서예문화연구원·세종국악관현악단·한글문화산업디자인연구소·(사)한국플라워디자인협회·영토문화관독도·한국서학회·(주)넷피아·한글세계화운동연합·세종대왕나신곳성역화추진국민운동본부·문일엔지니어링·(주)옛기술과문화·세종한글문화포럼·한국창극원·세종마을가꾸기·한국어린이문학협의회·광화문현판을훈민정음체로시민모임·토박이말바라기·세종사랑방
인천시민사회단체 54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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